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시퀸 이지 Aug 08. 2024

내 맘 같지 않은 세상

지난 주말 달력 보며 흐뭇해 했다. 내가 사고를 낸 상대 차 수리가 끝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리스로 잘 타고 다닌다는 보험사 전화 후 은근 이 날만 기다렸다. 이제 맘 편히 타고 다니겠구나(끝이구나).

헌데 보험사에서 문자가 하나 날아왔다. 상대쪽이 통원 치료를 받는 중이라고. 내 신경이 희미해질 무렵 꽃샘추위마냥 이게 웬 봉창 두드리는 소리. 성격이든 오감이든 예민하기 짝이 없는 내 느낌상 부딪친 감이 별로 없었는데. 몸에 금 간 것도 아닌 앞범퍼에 갔을 뿐인데.



마지막에 미안하다고 한마디 덧붙인 건 역지사지에서였다. 나라면 계획된 일정과 빼앗긴 시간에 기분이 언짢을 것 같았다. 지난 주말 달력을 한 번 더 본 것도 신경끄기로 시간 낭비도 종결하겠다는.​

괜히 회사 홈페이지 한 번 만지작 대다가 화면 끄고 걷기 출동


헌데 병원을. 무슨 병으로 어느 병원을 어떻게 다니는지 궁금했다. 직업병인가. 호텔처럼 꾸민 한방병원에 무분별하게 다니는 환자와 병원에 대한 연이은 뉴스와 보도, 자동차보험 심사와 현지 확인 업무가 오버랩 되었다. 말로만 듣던 사례가 내게도?

보험회사는 계속 통화 중이었다. 드디어 통화가 연결됐다. 상대편에 대한 미안함은 증발 했다.

"어디가 아파 어딜 다니시는 건가요?"

현행 법상 4주까지 병원진료가 허용되어 특별히 다친 곳은 없지만 안정을 취한다고 했다. 나 같으면 용돈을 주고 다니라고 해도 귀찮아서, 계획에 없던 일정이라, 더 중요한 게 있어 병원 드나들기도 참 힘들 것 같은데...


때마침 폭염 때 냉방 시설을 만나 반가운 건지, 교통사고에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이었는지 사람은 참 다양하다. 생각도 천차만별이다. 그 사람의 몫이자 선택이라 알 바 아니지만 보험료(세금)에 영향을 미칠까봐서 속 좁은 한풀이 잠깐 쏟았다.


내 맘 같지 않은 게 세상이다.

이젠 남 일 같지 않은 세상이다.

작가의 이전글 회사가 먹이고 걸음이 살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