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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Aug 29. 2024

아들을 기다리며

로프베이커리의 바닐라라떼와 아이스아메리카노(서비스)

1층 로비에서 아들을 기다렸다. 점심 데이트를 위해서다. 다음 주면 개강이라. '뇌의 첫경험'을 "여행"이라 여기는 모자(母子)이기에 간만에 여행에 나섰다. 당초 계획은 판교였다. 다른 나라에 온 듯한 멋과 맛이라도 주고 싶었다. 외부 볼 일을 마치고 오전 11시10분부터 앉아 있었다. 풍경은 배달 퍼레이드였다. 


00김밥, 00카페, 00치킨, 00버거...


집 바로 근처인데 비닐봉지들은 배달 손에 이끌려 엘리베이터를 탄다. 왜 나와서 걷지 못한 걸까. 집에서 먹을 땐 집밥, 외부 음식은 밖으로 나가 먹는다는 내 고정관념, 봉투값 만큼 아까운 배달비로 주변에서 보던 음식점 배달에 의문이 생겼다. 


'동네에 없는데 죽도록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면


왜 움직이지 않는 걸까.

(플라스틱과 양념에 쌓인 음식은 둘째치고)

시간이 너무도 소중해서?  

시간은 남는데 귀찮아서?

(요리 + 단장 + 걸음에 대한 움직임)


아들이 왔다. 마을버스 타고 가려던 판교 코스를 바꾸었다. 지난번 가히 그럴 만 했던 그곳으로 서너 정거장을 걸었다. 움직이지 않는 현실에 개탄해 아들에게 분풀이 한 건 아니고 혼자 맛있는 걸 먹은 게 내내 마음에 걸려서였다. <다께야>는 맛 봤고 <로프베이커리>로. 



유명한 빵집이라 점심 메뉴는 파스타와 피자 밖에 없다. 밀가루를 자제하기에 채소가 얹힌 씬피자를 시켰다. 

로프베이커리의 바닐라라떼와 아이스아메리카노(서비스)


생각보다 양이 많지 않았다. 아이 접시에 피자를 올려주고 내 뱃속에 피자 두 조각 넣고 나오니 배에서 꼬르륵 했다. 얼마전 도대체 왜 그러냐는 엄마의 옥수수가 생각났다.  엄마 마음, 가히 그럴만 했다.


식사 때 군대 이야기가 나왔다. 2학년 1학기 마치고 갈 생각은 변함 없었다. 대입 하자마자 생각하던 '카투사'도 변함 없었다. 올 겨울방학에 혼자 영어 공부를 한다고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 피부에 덮어 쓴 에어컨 힘으로 서너 정거장을 걸어 집에 왔다. 태양이 부추긴 아들의 구슬땀을 보니 배달음식은 늘고 움직임이 적어진(만성질환 증가) 현실에 대한 '투사'가 맞는 것도 같다.  



그나저나 군대 이야기에

벌써부터 아들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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