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프베이커리의 바닐라라떼와 아이스아메리카노(서비스)
1층 로비에서 아들을 기다렸다. 점심 데이트를 위해서다. 다음 주면 개강이라. '뇌의 첫경험'을 "여행"이라 여기는 모자(母子)이기에 간만에 여행에 나섰다. 당초 계획은 판교였다. 다른 나라에 온 듯한 멋과 맛이라도 주고 싶었다. 외부 볼 일을 마치고 오전 11시10분부터 앉아 있었다. 풍경은 배달 퍼레이드였다.
00김밥, 00카페, 00치킨, 00버거...
집 바로 근처인데 비닐봉지들은 배달 손에 이끌려 엘리베이터를 탄다. 왜 나와서 걷지 못한 걸까. 집에서 먹을 땐 집밥, 외부 음식은 밖으로 나가 먹는다는 내 고정관념, 봉투값 만큼 아까운 배달비로 주변에서 보던 음식점 배달에 의문이 생겼다.
'동네에 없는데 죽도록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면
왜 움직이지 않는 걸까.
(플라스틱과 양념에 쌓인 음식은 둘째치고)
시간이 너무도 소중해서?
시간은 남는데 귀찮아서?
(요리 + 단장 + 걸음에 대한 움직임)
아들이 왔다. 마을버스 타고 가려던 판교 코스를 바꾸었다. 지난번 가히 그럴 만 했던 그곳으로 서너 정거장을 걸었다. 움직이지 않는 현실에 개탄해 아들에게 분풀이 한 건 아니고 혼자 맛있는 걸 먹은 게 내내 마음에 걸려서였다. <다께야>는 맛 봤고 <로프베이커리>로.
유명한 빵집이라 점심 메뉴는 파스타와 피자 밖에 없다. 밀가루를 자제하기에 채소가 얹힌 씬피자를 시켰다.
생각보다 양이 많지 않았다. 아이 접시에 피자를 올려주고 내 뱃속에 피자 두 조각 넣고 나오니 배에서 꼬르륵 했다. 얼마전 도대체 왜 그러냐는 엄마의 옥수수가 생각났다. 엄마 마음, 가히 그럴만 했다.
식사 때 군대 이야기가 나왔다. 2학년 1학기 마치고 갈 생각은 변함 없었다. 대입 하자마자 생각하던 '카투사'도 변함 없었다. 올 겨울방학에 혼자 영어 공부를 한다고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 피부에 덮어 쓴 에어컨 힘으로 서너 정거장을 걸어 집에 왔다. 태양이 부추긴 아들의 구슬땀을 보니 배달음식은 늘고 움직임이 적어진(만성질환 증가) 현실에 대한 '투사'가 맞는 것도 같다.
그나저나 군대 이야기에
벌써부터 아들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