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이 새롭다
아침에 눈 뜨면 안부를 묻는다.
고관절 주변에.
어제보다 나은지.
예민한 성격 어디 못 간다.
신경끄기 기술이 고장났다.
하지만 안다. 아니 믿는다.
조금씩 야금야금 좋아짐을.
가 보지 않은 길, 참 많이도 걸었다.
안국동이란 곳도 가 보고.
옆집 같은데 카페다.
구멍가게 같은데 만화방.
이태원은 신세계였다.
사이 골목마다 딴 세상.
눈, 귀, 입이 열려 찍는 걸 잊었다.
같은 길이라도 오감은 새 길로 본다.
예쁜 오리 새끼도 보인다.
걸음 스타트 시점은 달이다.
지상으로 정하면 한계를 둘 것 같다.
달 따라 발 닿는 곳까지가 걸음수.
나를 바라보니 걷는 내내 든든하다.
걷다 보면 엄마 다니는 병원에도 다다른다.
출근 할 때 했던 말들이 귀에 맴돈다.
"언제는 순환기 내과고,
언제는 내분비 내과고,
언제는 외과고...
무슨 검사를 받고,
약 떨어져 타러 가고..."
혼자 다니기 쓸쓸하다는 랩이지 싶다.
날씨가 더워져 '전기'에 신경이 곤두선다.
늦은 밤 밖은 이리도 밝다.
어떤 날엔 선풍기,
어떤 날은 에어컨까지 틀어 준다.
물이 불어나 탄천 징검다리를 건널 수 없다.
다리가 곧 나오겠지, 한 번 놓치면 큰 코 다친다.
고속도로 길 한 번 잘못 들은, 딱 그 짝이다.
다음 다리까지 걷다가 '내 다리 내놔'
걷다 보면 뇌, 심장... 오장육부에 들러붙은
오만가지 생각이 들고 일어난다.
오감이 통증을 밀어낸다.
고로, 나날이 새로워지고 있다.
매일이 새롭다.
우뚝 솟은 나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