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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Aug 02. 2024

의자

의지

의자를 바꿨다. 사무용 의자는 날 아프게 했다. 원주 근무 때도 회의 탁자에 놓인 딱딱한 의자로 바꿔 앉곤 했다. 수원 사무실에서도 세 종류 의자를 돌려가며 썼다. 바닥이 딱딱해야 한다. 앉든 눕든. 사람이 물러터져 그런지 내 몸 닿는 곳은 어디 한 군데 치우침 없이 단디 잡아줘야 한다. 그러니 맛집  속엔 의자도 포함. 골반이 틀어지거나 왼쪽(고관절과 옆구리)이 눌리면 백발백중 통증이 등장 한다. 바닥과 의자 지면의 고르기까지 몸 날씨에 영향을 미친다.


수 년간 디뎌온 의자. 아이 책상의자는 푹 꺼진 데다 인조가죽이 너덜너덜 했다. 내 화장대 의자는 방바닥이 고르지 못해 절뚝였다. 때마침 한샘에서 광고를 했다. 리뉴얼 기념으로 여름 이불을 준다. 당장 매장까지 걸어가 현장을 기습했다. 10시, 백화점 문 열기도 전에 줄 서서 기다리는, 딱 그짝이다. 한샘도 첫 손님에 들떠 있었다. 분위기 이어 받아 진열된 식탁과 화장대 의자를 모두 탑승했다. 순간의 느낌일까봐 복습까지 한 끝에 선택했다.      



1시간 이상 통증 없이 앉을 수 있다. 역시 운동은 장비빨, 공부는 의자빨이다. 인재 채용 하듯이 내게 맞는 의자를 고용했다. 의자에 앉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느낀다.

화장대 의자는 바퀴로 다리마다 높낮이 조절 가능


내 마음 속 의자는  어찌 생겼을까. 골반처럼 기울어졌을까. 기댈 만한 등받이는 있을까. 잠시 머무르는 접이식 의자일까. 누군가를 편히 앉힐 공간 있나. 함께 일한 상사 마음 속엔 내 의자가 있었다. 2023년 부서 성과가 발표 되었다. 전년 보다도, 다른 본부보다도 월등히 잘했다(부장님이 선물도 주셨다). 본부장님 방에서 머리 맞대고 성과보고서를 작성한 때가 생각났다. 개인적 이야기를 경청하고 격려하신 모습까지.         


<콰이어트> 저자이자 하버드 법대 수재로 로펌 변호사였던 수전 케인은 삶에 있어 ‘멜랑콜리’를 중시하는 사람이다. 인터뷰에서 그가 말했다. “멜랑콜리는 성과에 영향을 미쳐요. 재정, 이혼 등 개인적 고민에 서로 마음 써주고 슬픔이 흐르도록 열어주는 문화를 만든 미시간주의 진료비 수금팀과 미드웨스트 빌링팀 연구 사례가 있어요” 그러면서 학교와 기업, 리더가 ‘슬픔의 통로를 터줄 때 놀라운 기적이 벌어질 것’이라 했다.


의자에 이토록 의지하는 인간이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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