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는 걷기보다 노력 한 스푼이 더해져 망설이는 이들이 많다. 특히 나이 들수록 더 쭈뼛쭈뼛한다. 여성 호르몬을 강타하는 갱년기(폐경)가 오면 두려울 게 없지만 걸리는 게 있다. 무릎 나가랴, 발목 접지르랴, 허리 삐끗할까 무섭다.
달리기는 우울증 특효약이지만 ‘러닝크루’에 소외되는 현실마저 우울하다. 쫓기듯 내달려 사는 인생에 거북이처럼 나타나 토닥여 주는 달리기 고수가 나타났다.
국내 유일무이한 유산소측정센터와 필라테스를 융합한 ‘슬기런바디(이슬기 대표)’를 찾았다.때마침 그녀의 저서 ‘100년 체력을 위한 달리기 처방전’도 올 여름 3쇄를 찍었다. 완독에 이어 내친김에 발도장까지 찍었다.
건강미 넘치는 피부결, 우아한 미소, 우렁찬 음성에 ‘건강’ 금수저인 줄 알았다. 그녀의 몸과 마음은 한때 흙수저였다. 구원자는 바로 ‘천천히 달리기’. 무라카미 하루키 만큼이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그녀의 소리를 들어 보았다.
Q1. ‘천천히 달리기’를 언제 어디서 어떻게 접하셨습니까? ‘그래, 이거다’ 라는 확신이 들었던 이유는 무엇입니까?
2020년도 즈음 대학원 교수님 통해 ‘저강도 유산소’를 알게 되었어요. 독특한 효과가 있는데 어떤 종목으로 할 것이냐가 관건이었죠.
그 중 ‘천천히 달리기’가 가장 좋다고 하셨어요. 몸이 약해도, 운동선수들도 필수로 해야 하는 운동이라며.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죠. 내가 해 본 것도 아니고 대중성도 없었으니까요. 이게 정말 효과가 좋은 걸까 반신반의하면서 교수님 열정이 하도 대단해 시도를 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좋다 하고 체력도 좋아진다니 폐암을 앓으신 엄마부터 하면 되겠다 했죠. 전 그때 고강도와 인터벌 트레이닝을 하던 중이었거든요. 엄마가 좋아지는 모습을 보고 저도 1년 정도 ‘천천히 달리기’를 해 봤는데요.
배에 왕(王)자가 선명한 사람이 심폐기능은 떨어져 있더라고요. 체력이 좋아지려면 다양한 요소가 필요하고 심폐지구력이 있어야 밸런스도 맞는 거였어요. 내 체력에 맞는 운동이 엄청 중요하다는 것도 깨달았죠.
필라테스는 근육이나 기능해부학을 강조해 운동생리학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어요. 공부와 경험을 통해 몸 내부의 변화가 중요하고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보이지 않는 곳의 소중함을 알게 됐죠. 그 이후로 결국 ‘천천히 달리기’ 전도사가 되었어요.
Q2. 책 보니 손발이 차고 허리도 안 좋고 1시간 이상 못 앉는 체질이시더군요. 천천히 달리기가 온열요법처럼 암환자 치료와 면역에도 효과가 있던데요. 엉뚱한 질문일 수도 있는데 반대로 몸에 열이 많은 체질은 천천히 달리면 어떨까요?
‘천천히 달리기’는 모든 사람이 대상이에요. 영화로 치면 전체 관람가죠. 천천히 달리기는 회복운동이기 때문에 몸에 열이 많은 사람들에게도 잘맞는 운동이에요. 통상 달리기는 존(Zone) 3, 4에서 많이들 해요. 그런데 존 1까지도 내려와야 해요. 모든 존을 경험해야 하죠.
코로나 시기에 무기력증을 앓았어요. 그때 할 수 있는게 없어서 몸이라도 만들어 보자 하고 고강도를 한창 하고 있을 무렵 이 저강도 운동을 만났어요. 또 다른 느낌이었죠. 사람이란 모름지기 임팩트가 있을 때가 있으면 환기를 시킬 때도 있어야 하더라고요.
Q3. 모두가 바쁜 세상이라 ‘달리기’ 부담에 ‘시간’까지 얹어 ‘천천히 달리기’가 망설여질 것 같은데요. 그나마 요즘 ‘달리기’ 붐이 불어 다행이지만요. 천천히 오래 달릴 시간이 없다는 이들에게 동기부여 될 한마디 부탁드려요.
움직이지 않고 정체된 건 가장 바람직하지 않아요. 운동은 시간을 들여서라도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WHO(세계보건기구)에서 권고하는 주2회 근력운동, 150분이상 유산소운동도 최소기준이에요.
이 정도 시간은 들여야 대사질환, 심혈관질환, 암, 조기사망률 등을 피해 갈 수 있어요. 질병예방통제센터에서도 질병 없이 살려면 최소한 이 정도는 하라고 하죠. 지금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20년 후 내 모습을 방치할 순 없는 노릇이죠.
20년 후 친구를 만났을 때 친구는 나이보다 젊은데 난 계단 오르기도 벅찬 모습이라면 어떨까요? 미래에 대한 투자에요. SNS의 요즘 화두도 젊고 오래 사는 거에요. 20년 동안 내가 무얼 먹고 어떻게 관리했는지가 증명하죠. 술담배 마구 하고 불규칙한 수면에 불량식품이 만든 ‘나’와 체력 관리로 텔로미어까지 기다란 ‘나’를 한 번 상상해 보세요.
텔로미어 유전자 끝 길이로 질병에 걸릴 확률을 예측할 수도 있는데요. 저강도 운동을 했을 때 텔로미어 길이가 더 길어진다는 논문도 무수히 많습니다. 젊음과 장수를 원한다면 천천히 달리세요. 수면, 운동, 음식, 성향, 성질, 태도, 사고 등 웰니스 집합체가 곧 텔로미어 길이에요. 저강도 달리기 역시 몸, 정신, 마음 모두가 웰니스죠.
Q4. 그저 피곤하지 않으면 체력이 좋아진 줄 아는데 체력 향상 판단은 어떻게 합니까? 국가에서 하는 국민체력100은 심폐지구력 외 근력, 근지구력, 유연성, 민첩성까지 보던데 천천히 달리면 다른 요소도 좋아질까요?
체력은 전후 심박수와 근육산소포화도 등을 봐요. 운동 강도를 추측할 수 있거든요. 달리기는 복합운동이라 코어 트레이닝도 되죠. 고강도 달리기와 천천히 달리기만 보더라도 근육 사용하는 활성도 자체가 달라요.
‘천천히’는 속근육에 더 포커싱 되었어요. 코어가 좋으면 유연하고 코어가 안 좋을수록 사지가 빳빳한 경우가 많아요. 평소 코어트레이닝을 해야 되요. 제가 대학시절 무용과 다닐 때 척추가 뻣뻣했는데 배에 왕(王)자를 새긴 후 척추 후굴이 더 잘 되더군요. 코어가 단단할수록 유연해진다는 걸 몸소 체험했죠.
Q5. 천천히 달리기는 1시간동안 쉬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몇 달 이상 지속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이벤트로 한 두 번은 효과가 전혀 없습니까?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나아요.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30분씩 주4회 운동하는 것보다 1시간씩 주2회 운동하는 팀에서 확실한 효과가 나왔어요. 지구력있게 길게 가되, 살을 빼고 싶다면 6일까지 하셔도 부담없고 무리 없이 하실 수 있어요. 꾸준히 하는게 중요해요. 그래야 몸이 확실하게 바뀌니까요.
Q6. 소설도 아닌 전문 서적인 데도 소개된 사례와 근거, 운동법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완독했어요. 이런 사람, 이런 상황 꿀팁까지 다정함이 느껴지더라고요. 책 쓰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있습니까?
글 쓰는 과정 자체는 힘들었죠. 책 쓰는 게 보통 작업은 아니잖아요. 하하. 책 초본 나왔을 땐 아이 낳은 것처럼 옥시토신이 뿜뿜 하던걸요.
책쓰기는 재밌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어요. 직관적으로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잘 모르는 사람도 봤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에 쉽게 풀어 쓰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엄마가 일반인 눈으로 알려 주셨죠.
출판사에 가져간 처음 글과는 딴 판으로 다시 썼어요. 제 발이 신체에서 가장 못생기고 무지외반증까지 있는데 책에 삽입된 사진 중 발가락운동이 가장 대문짝만해서 자신 없는 부분을 자신 있게 웃었던 기억이 나요.
Q7. 책에 노인, 만성질환자, 워킹맘, 임산부, 여학생, 청소년, 축구선수 등 다양한 체험가들이 등장하더군요. 특히 다른 암도 아닌 폐암 엄마를 움직인 건 감동이에요. 남보다 가족 운동시키기가 더 어려운데 어떻게 설득하셨습니까?
유튜브에도 올렸지만 고강도 운동하며 새겨진 제 복부 왕(王)자에 가족들은 절 전문가로 인식했어요. 제가 엄마에게 처음 필라테스를 가르칠 땐 많이 싸웠어요. 경력이 쌓여 지금은 수업 하면서 엄마와 관계가 더 좋아졌죠. 물론 엄마 동작도 좋아졌고요. 스스로 바뀌는 걸 보고 함께 하셨던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에 운동 하는 걸 올렸더니 오래된 친구나 지인들이 동기부여를 받더라고요. 사실 전 고등학교 때 연기를 전공하고 대학교 때 무용을 했지만 드러내는 데에 두려움이 있었어요. 주변 사람들이 절 인식하면서 넓은 세계로 나아가야겠다, 브랜딩하자 생각했죠. 책을 통해 좋은 기회들이 많이 들어왔어요.
Q8. ‘자기계발에 좋은 천천히 달리기’ 문구가 눈에 띄더군요. 시간이 돈이고, 효율성과 생산성을 많이들 따지잖아요. 달리기 자세가 익숙해지면 다른 일도 병행한다는데 본인 스스로도 알 수 있습니까?
초반에는 전문가 추천이 도움 되요. 내가 익숙해지고 불편감이 없으면 혼자 해도 되지만요. 전 그 분야의 전문가를 믿는 편이라 트레이너와 함께 하는 걸 선호해요. 처음에는 내 몸에 집중하면서 명상하듯이 하고요. 나의 고유수용감각으로 익숙해지면 공부나 영화, 독서 모든 게 가능하죠.
전 호주에서 돌아와 자기계발을 많이 하던 시절에 ‘천천히 달리기’를 만났어요. 그때 영어공부와 시험 준비를 달리기와 같이 했죠. 트레드밀에서는 밀리의 서재로 독서도 했고요. 1시간 하다 보니 마인드풀 러닝이 절로 되더라고요. 자기계발도 그렇고 체력도 좋아지는 게 참 힘들죠. 둘 다 시간을 들인 만큼 나오는 거니까요.
Q9. 달리기가 우울증에 좋은 건 알지만 심리학적으로 움직임 방향이 생각에 영향 미쳐 앞으로 나아감으로써 과거를 곱씹지 않는다는, 나쁜 기억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는 이유가 동기유발 되더라고요.
계속 환기시켜 주는 셈이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내일의 나는 모두 달라요. 나이 들수록 더 산뜻하게 익숙하지 않게 살아야지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어요.
“그땐 체력 좋았는데” 그땐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에요. 늘 새롭고 우린 달라졌어요. 지난 달의 운동량을 이번 달에도 똑같이 하면 안돼요. 항상 새로운 게 중요해요. 똑같은 루틴으로 똑같이 훈련하면서 체력이 왜 안 좋아지느냐 해요. 그래서 트레이너가 필요한 거 아니겠어요. (하하)
운동은 어릴 때일수록 좋지만 나이 들어도 충분히 괜찮아요. 액티브 시니어들 뉴스에도 많이 나오는데 프로급인 그분들 운동 시작 나이가 평균 64세더라고요. 본인에게 맞는 타이밍으로 일찍 시작할수록 좋고 늦은 나이란 건 또 없는, 그게 바로 운동의 묘미죠.
Q10. 책 속에 건강 관련 통계가 많아 흥미로웠어요. 독자로서 받아먹는 건 좋지만 작가로서 수고로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데이터 활용에 꿀팁 있습니까?
힘들었어요. 지도교수가 논문 한 편 쓴 것으로 인정할 정도였죠. 스스로 공부가 많이 되었어요. 가장 신뢰도가 높은 기관부터 찾기 시작했어요. 영국의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이 1등이죠. 스포츠의학계에서 상위 논문부터 찾았어요.
통계는 관련 기관 사이트에 들어가 직접 찾았고요. 삼성 건강 인사이트에 메시지 넣을 때도 OECD통계를 다 봤어요. 그러다 정부에서 생활체육을 위해 많은 책임과 권한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국민들이 돈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생활체육도 많아졌으면 해요. 미국, 영국, 우리나라의 공공포털 사이트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Q11. ‘야외 달리기는 햄스트링을 쓰고 실내 트레드밀은 대퇴사두근을 쓴다’ 등의 문구와 러너 뿐 아니라 일반 사무직에게도 필요한 동작 소개로 가려운 부분을 긁어 주었는데요. 고객 니즈는 어떻게 파악하셨어요?
책의 타깃 층은 몸을 잘 모르는 사람들로 했어요. 달리기든 일상생활이든 근력운동도 참 중요한 부분이고요. 모션이 나와야 달리기도 할 수 있고 최대 근력도 중요하죠. 야외와 실내 달리기도 뭐가 좋고 뭐가 나쁘다라기보단 관점에 따라 다른 거에요.
밖에 나가 달리기 위해 기본기를 다지는 게 트레드밀이에요. 밖에서는 빨리 달리게 되요. 실내에서 익숙해지면 밖에서도 속력 조절이 되고요. 실내 3킬로는 야외 4.5킬로와도 비슷해요.
더 멀리 달린다고 보시면 되요. 몸의 위치를 파악하는 고유수용감각과 인지력, 반사신경 등 주변에 대한 감각 측면에서 밖에서 달리는 게 이점은 많죠. 하지만 존1부터 하는 초보자는 트레드밀이 필수에요. 누군가에게는 3킬로가 마라톤일 수도 있으니 기록을 위한 달리기보다 개인맞춤형이 더 중요해요.
Q12. ‘슬로우 러닝 크루’도 있습니까? ‘천천히 달리기’가 0교시 체육수업이나 지역, 세대로 더 퍼지면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대표님 사명이 이루어질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은요?
천천히 달리기를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 부상 없이 잘 달렸으면 좋겠어요. 모두의 소망이자 저의 바람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눈치 안 보고 내 페이스대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운동이든 인생이든 간에. 우리나라는 우울증도 많고 급격히 빠르게 변화해 운동할 때라도 여유를 가졌으면 해요.
다이어트 하시는 분들, 대사질환자, 무기력한 이들을 돕고 싶어요. 적립식으로 기부하는 앱을 만들어 ‘기부런’ 활성화가 비전이에요. 달리기가 좋은 매체인 것 같아요.
Q13. 최근 운동 강사들의 브랜딩 기업인 픽스니스(한국스포츠의학협회장 김진만 대표)사에서 교육이수 중인데 활용 안이 있습니까?
스포츠의학 석사 때 배운 내용은 리마인드 하는 계기가 되어 좋았고요. 그때 이후 업데이트된 내용도 참고가 되었어요. 제 브랜드와도 연계해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 볼 생각이에요. 픽스니스(FIXNESS)가 워낙 활동을 많이 하는 단체라 커뮤니티 측면에서도 활용도가 높을 듯합니다.
무엇보다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천천히 달리기’ 온라인 교육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염두하고 있어요. 제가 유산소측정센터 클롬프(CLOMP)의 앰배서더인데요.
유일해서 그런지 지방에서도 찾아 와요. 당장 내일은 미국에서 보고 한국 들어올 타이밍에 방문하시고요. 대전에서도 오셨어요. 측정 이후 관리 때문에라도 온라인이 필요한 실정이에요.
직접 측정을 하고 효과를 접하니 학교나 청소년들에게 필요해 보였습니다. 공부할 때의 집중력과 긍정적 사고, 흔들리는 마음 다잡기 위해 ‘슬기런’이 ‘칠드런’까지 확장되길 바랍니다.
Q14. 필라테스 10년차이시네요. ‘천천히 달리기’와의 콜라보는 어땠습니까?
대학교 졸업 후 바로 뛰어들어 필라테스 강사 10년이 되었네요. 그룹수업을 많이 했는데요. 2018년부터는 개인화 수업으로 전환하게 되었어요.
필라테스 또는 달리기로 교차 유입도 되고 있어요. 건강 문제가 워낙 복합적이라 이 둘을 융합하니 고객의 몸이 빨리 좋아졌어요. 처음에는 체력적으로 접근했는데 의외로 다이어트도 많이 되어 ‘탈다이어트’로도 확장됐죠.
필라테스와 다른 운동을 결합한 곳은 많이 보았다. 필라테스로는 살이 빠지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고민을 한 방에 해결해 주는 필라테스 유산소센터는 센세이션이었다.
Q15.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습니까?
1년 넘게 오시는 남성분이 계세요. 유튜브에도 소개했어요. 고강도 운동을 하던 분이었죠. 운동처방 후 몸을 측정했는데 드라마틱하게 달라지질 않는 거예요. 알고 보니 발걸음을 많이 해 달리기를 하고 계셨더라고요. ‘천천히 달리기’로 다시 맞추니 좋아지셨어요.
심박수도 많이 떨어지고 내장지방도 계속해서 떨어졌죠. 고강도 운동 했던 사람이 저강도 운동을 하면 내가 했던 운동량에 더 플러스가 되어 확실히 좋아져요.
또 한 분은 오랫동안 당뇨를 앓았는데 한 달에 한 번 병원에 가시던 분이 6개월에 한 번 가는 걸로 바뀌었어요. 두 분 다 60대 남성이죠.
Q16. 뇌과학자 박문호 박사는 나이 들수록 상체보다 5배 이상 중요한 게 하체와 폐활량이라며 달리기를 추천했어요. 산소부족 세대라며 산소가 일과 공부의 시너지고 이산화탄소 공해는 내 몸에서 먼저 일어난대요. 상체보다 하체운동입니까?
빨리 달릴 때는 상체도 중요해요. 오래 달릴 때도 마찬가지로 상체가 중요하고요. 저도 초반에는 어깨에 힘 빼라, 등힘을 이용하라는 지시를 하지만 달리기 초보자들은 하체 먼저 집중할 필요가 있어요. 하체가 근육량도 많고 변화도 빠르니까요. 하지만 몸은 밸런스가 중요해서 전 철봉이나 푸시업도 많이 시켜요.
Q17. 인류 선조 호미닌은 나무 위에서도 생활해 발이 더 유연하고 나뭇가지를 붙들기에도 좋은 발가락이라고 해요. 직립보행 하면서 발가락이 짧아져 내딛기 좋은 발은 되었지만 발 때문에 못 한다는 사람에겐 무슨 말을 해주면 좋을까요?
구조적으로 발을 바꾸려면 수술이 필요하겠지만 기능적인 문제는 얼마든지 개선 할 수 있어요. 발바닥 아치가 무너지거나 저처럼 무지외반증이 심해도 훈련하고 노력하면 유전자도 뛰어넘을 수 있답니다.
Q18. ‘청각적 감흥’인 음악으로 달리기 기록을 단축하고 산소도 덜 소비했다는 연구를 들었는데요. ‘천천히 달리기’에 맞는 음악이 따로 있습니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면 되요. 저희는 천천히 달리는 러닝 케이던스 150 정도로 봐요. 비트를 150에 맞추면 편하긴 합니다. 그에 맞는 음악이 있어요.
통상 빠른 달리기에는 케이던스 180에 맞추라는 얘기를 하는데 180은 빠른 음악이에요. 그저 좋은 음악 들으면 운동도 잘 되지 않을까요.
Q19. 끝으로 강조하거나 덧붙일 말씀 있으실까요?
운동을 해도 체력이 나빠질 수가 있어요. 매번 똑같이 운동하는 걸 지양해요. 운동량과 시간을 바꾸고, 겉근육 썼으면 속근육도 쓰고. 빨리 하면 천천히도 해 보고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운동하시길 바랍니다.
급한 성질머리에 빠른 성과에 길들여진 나, 오늘 임자 만났다. ‘천천히 달리기’ 트랙에서 내 예상을 세 번 깨졌다.
과학서적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에세이처럼 술술 읽힌 점, 책에서 언급한 유산소측정으로 간 떨렸는데 의외로 흥미로운 점, 5시간 공복으로 엄연히 배고파야 할 시간인데 천천히 달린 후 의외로 포만감이 들었던 점이다. 이상한 나라의 ‘슬기런’ 혼자 보기엔 아까운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