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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Jun 19. 2020

스트레칭과 스트레스는 배 다른 형제

- 유연하게 대처하려면 스트레칭에 저축 -

뇌는 스위치 켜진 곳만 비추는 경향이 있다. 뭘 사기로 마음먹으면 그것만 보인다. ‘건강’을 도둑맞았을 땐 ‘몸’만 보였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게 건강이거늘. 진통제 삼아 근력과 유산소운동을 했다. 제아무리 몸을 맑은 날씨로 만들어 놓아도 하루를 마감할 때면 비가 곧 쏟아질 기세다. 운동을 하든 말든 몸의 찌뿌둥함도 일상이 되었다.


신체기관에는 수용체라는 것이 있다. 수용체가 여기저기 분포해서 그런지 몸은 일상 패턴을 그대로 흡수한다. 귀신은 속여도 나는 못 속인다는 게 몸이다. 평소 취한 자세가 투영된다. 신체부위가 어느 방향, 어떤 각도에 치중했는지 몸이 일러바친다. 몸이 고통 줄 땐 원망이 서리지만 움직임의 신호라 반갑게 수용할 일이다. 그래서 운동 여하를 막론하고 매일 밥 먹듯이 스트레칭을 한다. 몸에 신호가 없으면 대비차원에서, 신호가 있으면 풀어주느라. 


스트레칭의 ‘stretch’는 ‘늘이다’, ‘신축성이 있다’, ‘펴다’란 뜻이다. 옷에서는 신축성 소재인 폴리우레탄을 의미한다(패션전문사전). 야구에서도 투수가 잠시 멈춰 양손을 오르내리는 등의 동작을 의미한다(체육학사전). 이렇듯 스트레칭은 잠시 멈춰 몸을 늘리고 유연하게 만드는 일이다. 


스트레칭에는 고정 자세에서 늘려주는 정적 스트레칭과 움직이면서 풀어주는 동적 스트레칭이 있다. 하는 정도에 따라 명상이 될 수도 근력운동이 될 수도 있다. 내게 주어진 시간 안에서 몸의 효용가치를 극대화하는 동작을 택한다. 일상에서 공격받는 부위 위주로 한다. 상체는 어깨, 몸통은 배(코어), 하체는 햄스트링이다(동작 설명은 하단 참조).


스트레칭의 핵심은 바른 자세, 일정시간 유지, 천천히, 심호흡이다. 자세는 구부정하지 않도록 사지를 확실히 뻗어준다. 뻗는 게 힘들어 잽싸게 돌아오면 말짱 도루묵이다. 10초 이상은 몸이 허락한 만큼 그 자세를 유지한다. 한 동작 한 동작 천천히 머무른다. 호흡도 마찬가지다. 호흡은 늘리는 동작에서 내쉰다. 뱃가죽이 등가죽까지 들러붙도록 천천히 내쉰다. 내 안에 모든 걸 다 토해내겠다는 심정으로 내쉰다. 숨 한 방울도 남김없이 폐의 잔을 비운다.



그동안 근력과 유산소운동에 밀려 스트레칭이 낄 자리가 없었다. 늦게 붙은 불이 무섭다. 코로나19로 스트레칭이 대목 맞았다. 그 재미에 습관으로 눌러 앉았다. 근력과 유산소가 의식적 습관이라면 스트레칭은 무의식적 습관이다. 명상과 심호흡의 무의식 세계와도 같다. 가동범위가 늘어난 관절이 느껴질 땐 “그래, 이 맛이야.”가 절로 나온다. 팔다리의 찌릿함은 짜릿함이 된다. 꿈쩍 않던 추가 올라가고 십리 같던 길을 달릴 때와 다를 바가 없다.  


스트레칭은 보이지 않는 손이다. 몸이 풀리면 막혔던 일상도 흐름이 원활해진다. 유연성은 근력과 유산소운동과 상부상조한다. 스트레칭만 매일해도 다른 운동의 대체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걸음걸이조차 보폭이 늘었다. 늘어난 만큼 발바닥은 지면을 온전히 느낀다. 발뒤꿈치부터 발가락까지 파도를 탄다. 걷기가 유산소운동  만은 아닌 게다. 발걸음 스트레칭으로 자연경관 낚아채는 시야도 넓어졌다.


나이 들수록 짧아지고 빠져나가고 뻣뻣해진다고들 한다. 근육과 관절을 두고 하는 말이다. 몸이란 건 만년 현역이다. 건강만 퇴직할 뿐. 늙어도 자랄 수 있는 영역이 움직임 분야다. 특히나 스트레칭은 호흡과 함께하는 운명이다. 내뿜는 숨이 팔다리를 잡아끈다. 동작이 쌓이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희열만큼이나 한 뼘 더,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다. ‘더’가 주는 행복은 삶의 덤이다. 운동 전에는 ‘더’가 돈 앞에 붙는 비교급이었다.


20-30대에는 춤 출 때와 달리 어째 그리 몸이 뻣뻣하냐는 소릴 들었다. 40대, 50을 바라볼 나이에 관절이 보톡스 맞은 격이다. 주변에 속눈썹 연장술 광고가 눈에 띤다. 스트레칭은 전신 연장술이다. 머리카락도 부모님이 곱슬머리로 창조한 덕에 주기적으로 펴고 있다. 


‘할수록 는다’, ‘쓸수록 는다’ 고들 한다. 스트레칭을 하면서부터 ‘는다’는 표현을 부쩍 자주 쓴다. 김윤나 작가는 자신의 품만큼 채우는 게 말그릇이라 했다. 늘어난 만큼 품을 수 있는 게 몸그릇이다. 스트레칭으로 흉식호흡이 복식호흡으로 넘어갔다. 날숨도 들숨보다 몇 배는 길어졌다. 채우려는 들숨을 날숨이 비워 낸다. 들숨에 딸려온 걱정도 날숨이 편안함과 맞바꾼다.


팔다리고 성격이고 간에 뻣뻣하면 부러지게 마련이다. 운동도 유연해야 다치는 곳 없이 한다. 운동에 선행할 게 부드러움이다. 내 앞에서 여기 여자가 어디 있느냐는 말들을 한다. 심신이 얼마나 뻣뻣하면. 애교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인조인간, 뻣뻣로봇 납시오. 참 희한하다. 스트레칭으로 몸이 부드러워지니 긴장감도, 피로감도 낮아졌다. 스트레칭은 그 자체만으로 마음가‘gym'이다. 


‘스트레’칭과 ‘스트레’스, 둘은 배 다른 형제다. 스트레칭을 할수록 스트레스는 준다. 스트레칭을 말하다보니 문장도 늘어진다. 나만 좋다며 이리 펼쳐댄 건 아닌지. 읽는 이들의 인내심도 쫙쫙 펴지길 바라며.  

 





                      

내가 하는 스트레칭은 가급적 서거나 앉은 자세에 반하는 동작이다.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면서 목은 머리 떠받치느라, 발은 온몸 떠받치고 사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은가. 그래서 인간의 진화를 거슬러 몸이 바닥과 어울리는 동작을 매일 한다. (TV 앞 쇼파에 누워 나도 그렇다는 사람은 없겠지?)             



< 아침에 눈 뜨면 기지개 대신 하는 스트레칭 >


- 산 모양 어깨, 햄스트링 누르기 -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려 선 채로 손바닥을 바닥에 붙인다.

손바닥으로 엉금엉금 앞으로 기어간다.

발바닥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까지 가서 멈춘다. 

엉덩이가 하늘 향해 산 모양이 되면 어깨를 아래로 꾹꾹 누른다.

호흡을 내쉬면서 햄스트링(뒤허벅지)이 당겨지도록 누른다.


그 자세에서 뒤꿈치를 들어올린다.

머리 쪽으로 무게중심을 실어 등, 배, 햄스트링에 힘 준다.

손바닥으로 엉금엉금 뒤로 발등까지 돌아온다.

손과 발꿈치는 바닥에 붙인 채로 발가락만 위로 들어 올린다.


그 자세에서 발바닥을 지그재그로 하여 가지런히 모은다. 

손은 바닥에 붙인 채 한쪽 무릎을 접어 반대쪽 햄스트링을 자극한다. 

반대쪽 다리도 같은 동작 반복한다. 

무릎 살짝 구부린 채 등 말아 천천히 상체를 들어올린다.    



< 하루 일과 마친 후 잠들기 전 스트레칭 >


1. 비둘기 변형자세로 어깨, 사타구니 늘이기


바닥에서 왼손으로 오른쪽 발바닥 잡고 무릎접어 기역자를 만든다.

오른쪽 다리 옆면이 바닥에 붙도록. 좁아터진 기역자도 괜찮다.

왼쪽 다리는 앞면이 바닥에 붙도록 뒤를 향해 일자로 뻗는다.  

뒤 돌아보고 바닥에 붙인 발등도 다리와 일자인지 확인한다.

손바닥을 양 옆 바닥에 대고 허리 펴고 고개는 천장을 바라본다.


그 자세에서 상체를 숙여 앞 팔(전완근)만 바닥에 붙인다.

심호흡이 끝났으면 이번에는 양 팔 뻗어 가슴을 바닥에 붙인다.

복식호흡하며 내쉴 때마다 팔을 더 앞으로 최대한 뻗는다. 

복식호흡 3번 하고 반대쪽도 마찬가지로 반복한다.

(난 한번 내쉴 때 40초가 걸린다)

두 다리가 바닥에 닿지 않고 선 자세였던 처음 모습을 떠올리며

개과천선한 다리에게 감사 예식이 치러지는 시간이다.        



2. 오프닝 자세로 어깨 풀고 배 힘 기르기


옆으로 누워 두 다리를 포개어 가슴 쪽으로 구부린다.

종아리와 허벅지가 90도가 되도록 접는다.

바닥에 깔린 팔의 손바닥을 포갠 무릎 위에 놓는다.

다른 쪽 팔은 앞으로 쭉 뻗어 3시 시계방향을 찌른다.

호흡 들이마시며 12시 방향까지 팔을 회전시킨다.

손등은 위를 향하고 팔은 최대한 바닥에 붙이며 움직인다.

12시에서 손바닥이 위로 향하도록 뒤집는다. 


이번엔 팔을 뒤로 뻗어 아홉시 방향으로 회전시킨다. 

호흡은 내쉬면서 고개도 뒤를 바라본다. 

팔을 최대한 바닥에 붙이고 제자리로 돌아온다.

등은 최대한 옆으로 세워진 상태를 유지한다.


코어에 힘이 없으면 고개 따라 등도 뒤로 들어 눕는다.

어깨가 좋지 않으면 바닥이 볼 때 뜬 구름 잡는 꼴이다.

천천히 숨을 내쉬면서 팔과 등이 가관이던 때를 회상하며

어깨와 배에게 감사 예식을 치른다.   

어깨가 살만 하면 양 쪽을 각각 10번씩만 한다.



3. 플랭크 변형자세로 코어 힘 기르기 


플랭크는 나무판자란 뜻이다. 

말 그대로 엎드려 앞팔을 바닥에 대고 위팔과 기역자를 만든다.

두 발가락을 바닥에 대고 몸 전체를 평평하게 만든다.

팔꿈치는 어깨와 일자며 어깨와 귀가 멀어지도록 바닥을 민다.  

버티다 몸통을 좌우로 트위스트하면 3분 된다.

하루를 평평하게 잘 지냈는지 돌아보는 시간이다. 

허리와 복근 지지력을 단련하여 몸 전체 균형을 잡아준다.



※ 각 동작의 횟수, 각도, 닿는 지면, 가동범위는 내 몸과 삶의 형편대로 각자 정한다.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또 하다보면 숫자들이 커져 그 재미에 절로 조절하게 되어 있다.  




< 일상 중 틈만 나면 하는 스트레칭 >


틈만 나면 딴 생각, 품기가 무섭게 하는 동작들이 있다. 수시로 스트레칭 하느라 나쁜 마음이 치고 들어올 새가 없다. 기다리거나 이동 중 서서 한다. 자투리 스트레칭이 모여 붙는 이자도 꽤 짭짤하다. 여러 동작 쟁여 놓고 정감 가는 동작 꺼내 쓰는 식이다. 어차피 버리는 시간, 골치 아프게 뭣 하러 루틴까지 고려하나. 누구나 아는 동작이지만 하느냐 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 어깨, 삼두근, 고개 늘리기 -


선 자세에서 오른 팔을 앞으로 뻗는다. 

왼쪽 팔을 뻗은 팔 아래에서 구부려 고리처럼 건다.

왼 팔이 오른 팔을 가슴 쪽으로 잡아당겨 왼 편으로 끌고 온다. 

어깨는 내리고 고개 돌려 시선은 오른쪽을 바라본다.

여유 되면 허리를 왼쪽으로 돌려 트위스트 몸 상태를 한다.



그 밖에도 두 손 깍지 끼고 등 뒤에서 두 팔 뻗어 위 아래로 움직이는 동작, 한 손 등 뒤로 허리를 감싸고 고개를 옆으로 젖히는 동작, 팔 뻗어 반대 손으로 손목 꺾는 동작, 양 손 깍지 끼고 옆구리 늘려 버티고 복근으로 돌아오는 동작, 와이드 스쿼트 자세에서 팔로 내전근 밀어내는 동작 등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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