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는 천 냥 빚은 고사하고 삶도 들었다 놓는 힘이 있다. 인생도 좌지우지하는 좌우명처럼. 회사 업무와 집안 일, 뒤늦게 정신 차려 편입한 독서, 글, 운동. 그 열십자 복판에 내가 섰다. 가다가 땅이 꺼지진 않을는지 그 길에 내가 멈춰 섰소이다.
전공자도 아닌 주제에 회사 다니는 아줌마가 글을 쓰고, 그것도 운동에 관한 글을. 길 한복판에 스스로 오지랖 무덤을 판 건 아닌지. 몸으로 공부하고 전문 서적과 관련 채널로 또 검증하고 글을 써내려가는 게 누구를 위한 종소리일까.
수면과 수명이 줄다리기 하는 건 아닌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7월과 가족들 얼굴 번갈아보니 길가의 표지판은 화살표가 아니라 물음표다. 나의 본질은 회사와 집, 조직의 일원이거늘.
내가 하는 짓이 천 냥 빚을 지는 건지, 갚는 건지 말들을 주섬주섬 끌어 모은다.
1. 아들의 말
(체육 전공자도 아니고, 전문 의료인도 아니고, 수상 경력도 없는데 운동 글을 쓴다는 게 좀 그렇지 않아? 자격증도 좀 따고 경험 쌓은 뒤 나중에나 글을 쓸까봐, 라고 말한 나에게)
“공부해서 자격증 따는 거 하고 싶으면 해. 하지만 자격증이 없다고 글을 못 쓰는 건 아니지. 더군다나 운동이 필요한 사람들은 비전문가라서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2. 수학학원 원장님의 말
(원주에서 올라오는 금요일, 학원비를 결재하는 나에게)
“아이가 더 큰 거 같아요. 엄마 없이 생활하는 거 괜찮냐고 물으니 엄마는 엄마의 일이 있는 거고, 난 나대로의 할 일이 있는 거니 각자 일 열심히 하면 된다고 그러더라고요.”
3. 회사 직원들의 말말말
(원주러닝크루 40대라 떨어져 쓴 글 읽은 직원이)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일, 공감되는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나이트 입장 비유, 요런 거 좋아요.”
(원주러닝크루 40대라 떨어졌단 말을 들은 직원이)
“실제로 같이 해봐도 30대라면 믿을 텐데 순진하게 40대라고 밝힌 거에요?”
(차장 승진 후 5년 전/3년 전 함께 일한 직원이)
내가 좋아하는 식사와 건강식 쥬스를 건네며
“요즘 어찌 살고 계십니까. 제가 할만한 운동은 뭘까요? 같이 해야 되는데...”
(잠깐 업무를 함께 나눠본 퇴직한 신입 직원 쪽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함께 일할 수 있어서...차장님의 00가 계속 생각날 것 같아요.”
4. 타 지역으로 인사발령 난 타부서 실장님
“열심히 살아줘서 고마워. 자신감은 높이고 자세는 낮추고 살면 되는 거야. 글쓰기는 살면서 참 필요한 것 같아. 유튜브도 해 보는 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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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간 써 온 글에 댓글을 달았던 아버지
- 의식적 호흡 글
“숨쉬기에 집중하다 욕심스럽게 들숨만 쉬지 않을지...”
- 스트레칭, 스트레스 글
“스트레칭이 스트레스를 스트라잌아웃 시키다.”
- 지구력, 유산소 글
“산소통 지고 달나라 가는 그날까지”
- 오십견, 어깨운동 글
“어깨, 어깨 하니 어깨가 점점 더 무거워진다”
- 일상, 의식주 운동 글
“심하면 식사 중에 양치질 할 수도”
- 지속의 힘(운동 습관) 글
“오늘도 걷는다마는...”
- 운동이 자극한 침샘근육 글
“운동이 반찬이여”
- 마흔 즈음에, 러닝크루 떨어진 글
“나라는 사람은 언제나 현재라는 시간에 붙잡혀 있는 존재다. 날고뛰어도 벗어날 수 없다. 시계가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방방거린다고 따라다니면 내가 시계보다 먼저 지친다. 시계는 시계대로 내버려두고 나는 현실에 충실하면 된다. 어제는 허상이고 내일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 강원국 글쓰기 관련 글
“사람은 뜯어고칠수록 본질에서 멀어진다. 글은 그 반대다.”
- 정찬근의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글
“시는 절제의 예술이다. 늘어지면 시시하다. 인생도 그렇다.”
내 역할이 부여받은 일 대신 삶을 말그릇에 담아 주었다. 그들이 아끼고 아껴 쓰는 시간이란 그릇에 힘이 되는 말을 담아 건네주었다.
코르넬리아 토프의 『침묵이라는 무기』에서는 고요 속에서 자신을 찾고 마음과 대화를 나누는 길이 운동이라 했다. 또 비구조적인 말하기보다 구조적인 글쓰기로 고요를 찾으면 의미와 힘,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런 깊이에서만 소크라테스가 말한 카타르시스가 가능하다며.(운동으로 마음의 평온을 얻는 방법 121p, 가끔은 말보다 글쓰기가 낫다 267p)
말로 힘을 얻었으니 운동과 글로 화답해야겠다. 갈수록 말을 입으로 꺼내지 않고 종이에 꺼내게 된다. 수다쟁이 에 누군가는 눈귀가 따가울 수도 있겠다. 글을 쓰면 1등을 놓치지 않는 독자, 댓글로 안부를 표현하는 한 사람. 단 한 사람을 생각해서라도 묵묵히 그 길을 걷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