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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Jul 09. 2020

푸시걸과 커트걸로 살아 남으려면

- 푸시업(팔굽혀펴기)을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퇴근하면, 아니 근무 중에도 목, 어깨, 등이 합심해 신경을 건드릴 때가 있다. 컴퓨터 마우스와 맞잡은 손을 저버릴 순 없고 다른 손이 어깨를 주물렀다. 인내심이 극에 달하면 사무실에 걸어둔 기다란 줄에게 투사한다. 양 팔 만세로 힘껏 잡아당긴다. 정신 차리라고 양 볼을 두 손으로 잡아 뜯는 것 마냥. 물론 이런다고 좀 전까지 쑤신 곳이 단번에 사라지진 않는다. 하던 일 훼방이나 놓지 말라는 엄포일 뿐. 화장실 가는 도중, 커피를 내리는 중 수시로 어깨 스트레칭을 한다. 목, 어깨, 등, 쓰리쿠션 부위를 그대로 쿠션에 눕히고 싶어진다.


상체가 이 모양이면 골반과 하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 몸은 모두가 연결된 전자동시스템이다. 아픈 부위 한 곳 때문에 반대쪽 아래쪽 모든 관절에 자세가 틀어진다. 통증 중력이 일어난다. 윗물이 맑지 않아 아랫물도 흐리다. 어깨가 발목까지 물을 흐린다. 이 모든 걸 한 방에 해결하는 게 바로 푸시업(팔굽혀펴기)이다. 푸시업을 해는 이유는 단순하다. 직원들 깜짝 놀라게 하는 만세 줄 당기기를 자주 할 테고, 두더지 게임처럼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할 테고, 통증이 올라오면 성질도 오르막일 테니. 하지 않으면 나타나는 현상이 곧 해서 좋은 점이다.



푸시업은 준비물로 부산떨지 않아도 된다. 꺼지지 않을 바닥이 준비물이다. 시간부족도 모자라 날씨까지 끌어다 붙여 운동 못 하겠단 소리는 꺼낼 수가 없다. 키 만큼의 공간만 있으면 된다. 푸시업은 체중계다. 몇 g만 늘어도 양 팔은 대번 안다. 굽혔다 펼 때 적당히 좀 먹으라며 바들바들 떤다.


앞에서 ‘지방’분권제로 다룬 근력운동, 즉 하체, 등, 가슴, 어깨, 복부 운동은 그 부위만 클로즈업된다. 푸시업은 지역구 아닌 전국구 운동이다. 목부터 등 타고 발목까지 이르는 능선을 느낀다. 움푹 들어가거나 불룩하게 턱 진 곳은 없는지 확인한다. 완만한 경사도로 매끄럽게 빠졌으면 기분 좋게 시작한다. 복근이 떠받치질 못하면 허리도 꺼지고, 허벅지가 지탱하지  못하면 엉덩이도 내려앉는다. 바닥과 팔의 기 싸움이 벌어진다. 바닥에 기가 눌리면 어깨도 풀이 죽는다. 푸시업은 연쇄반응이라 부위별로 제 역할을 다 해야 한다. 푸시업은 합창단이다. 어느 근육 하나 내세우는 것 없이 화음 넣어 몸의 조화를 이룬다.


지하철 역사 속에 푸시맨과 커트맨이 있었다. 지하철에 한 사람이라도 더 태우려고 밀던 푸시맨, 그만 태우려고 자르던 커트맨 말이다. 푸시업으로 1인2역 했다. 직장이 서울일 때 출퇴근 지하철에서 푸시걸과 커트걸을 자처했다. 만원전철에 올라탈 땐 2명을 더 태웠다. 전철 안에선 욕을 먹을지언정 줄이 늘어선 밖은 환영할 일이겠거니 했다. 헌데 안팎으로 만족하던 눈빛이었다. 공간 활용과 탈까말까 양가감정을 모두 정리했으니.  


뉴턴이 꼽은 1순위 법칙으로 ‘관성’이 있다. 관성은 내 기질에서도 으뜸이다. 하던 짓, 잡고 있던 일, 눈앞에 놓인 음식들 모두 그 자리에서 끝장내려는 성향이 강했다. 모 아니면 도 성질로 널을 뛰었다. 널뛰기 받침대 같은 주변 사람들이 보면 답답하기 짝이 없었을 게다. 가운데로도 가고, 멈춰도 보고, 돌아도 보고, 앞으로도 가게 만든 것이 푸시업이다. 접근성 좋은 전신운동이다 보니 굳이 피할 일도 없거니와 맺고 끊는 일에도 딱이다.  


가끔 지칠 땐 다리 뻗기조차 귀찮을 때가 있다. 그럴 땐 바닥도 꼴 보기 싫어진다. 바닥과 마주하기보단 등 돌려 만나고 싶다. 눈꺼풀 중력이 팔의 작용반작용을 이겨 먹을라한다. 그래도 바닥과 힘겨루기를 한다. 보일러에 ‘외출’ 버튼이 존재하는 이유는 새롭게 달구는데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운동을 하는 이유는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덜 다치기 위해서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헌신하는 것 같지만 막상 푸시업을 하고나면 먼 미래도 아니고 즉각 보상 받는다. 하늘보고 뻗으려던 다리, 뒤집어 바닥과 마주한 선물이다. 근육, 균형, 다이어트 뿐 아니라 성취감, 자부심까지 받는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철학자이자 다양한 운동을 시도한 데이먼 영이 그랬다. 컬 바를 들어 올리거나 엎드려 팔굽혀펴기를 하는 사람들은 고대그리스의 원형을 보여주는 것이며 단순히 자만심이나 허영 때문이 아니라고. 갈수록 눈에 띄게 발달한 근육은 육체를 뛰어넘어 더 높은 차원의 법칙을 이해했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러면서 엎드려 팔굽혀펴기는 몸으로 하는 예술에 속한다고 표현했다.(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지적으로 운동하는 법」, 데이먼영, 프런티어, 136p, 143p)


이승헌의 <내 영혼의 푸시업>에서도 푸시업이 체력, 다이어트, 지구력, 인내력, 집중력을 기르는데 효과적이라 했다. 그래서일까.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삶이 지하철이 되었다. 아직은 많은 노선과 구간을 운행해야 하지만. 삶의 정류장마다 푸시걸과 커트걸이 되어야겠다.  


난 삶에서 무엇을 푸시하고 얼마나 커트하면 사는가. 도전이란 새로움에 노출되고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해 보지 않은 일을 하고 늘 하던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도전이자 변화다. 벽 밀던 팔이 바닥을 민다는 사실에 기쁜 나머지 한 번에 30개만 고수해 왔다.


그런 의미에서 스마트폰 보는 시간 줄이고 한 번에 푸시업 100개까지 해봐야겠다. 자칭 푸시걸과 커트걸이라 내걸었으니 이름값은 해야지. 푸시맘(Mom)도 커트맘(Mom)도 아닌 ‘걸(girl)’ 답게 하면 기분도 좋아질 걸.


푸시업 100개 제목으로 글 쓰는 자신을 상상하며 출발!  






< 광고♬: 잠깐만, 우리 이제 해봐요. 사랑을 나눠요 >


동영상 합리화 시작. 하도 오랜만에 푸시업을 했거니와 테니스를 치자마자 바로 한데다, 회사 직원 앞에서 굽실굽실 대려니 당황한 나머지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 평소 푸시업 할 때 의식하는 게 있다.


낮 동안 앞으로 쏠린 견갑골을 뒤로 제친 상태(후인)에서 푸시업을 한다. 팔을 굽힐 땐 바닥 가까이 내려가고 올라올 땐 팔을 다 펴지 않는다. 팔에 힘이 분산되지 않고 가슴을 고립시켜 집중할 수 있다(팔운동이 부족하면 인정사정없이 땅을 밀어붙인다).


호흡에 집중하며 천천히 한다. 팔 굽혀 내려갈 땐 가슴이 충분히 확장되도록 들이마시고 올라올 땐 등이 굽어 배가 쪼그라들도록 내뱉는다.



< 푸시업 경과 >


1. 서서 벽을 밀었다.

  - 어깨너비만큼 팔 벌려 상체를 앞으로 하여 두 팔을 밀었다.


2. 의자에 등 돌려 팔 딛고 밀었다.

  - 양팔 뒤로 해 의자 딛고 상체는 일자로 하여 위아래로 움직였다.

  - 다리는 구부려 발뒤꿈치를 바닥에 댄다. 발을 점점 앞으로 뻗어 실력을 늘렸다.        


3. 무릎을 대거나 다리 뻗어 의자를 밀었다.

  - 테이블이나 의자 등 두 팔 딛는 높이를 점점 낮춰 실력을 늘렸다.

  - 의자에 두 손 딛고 바닥에 무릎대고 밀었다.

  - 의자 따윈 저버리고 바닥에서 했다.  


4. 암워킹(arm walking)으로 팔굽혀 펴기 한다.

  - 두 다리는 바닥에 고정하고 두 팔은 바닥에 대고 엉금엉금 기어가 팔굽혀 펴기를 한다.

  - 유산소 기능이 있어 현재형으로 표현했다.


5. 바닥에서 팔굽혀 펴기 횟수를 서서히 늘린다.

  - 1일 30개부터 시작해 시간 봐가며 150개까지 해 보았다.


6. 자세가 나오면 근육과 호흡, 척추와 견갑골에 의식을 집중한다.

  - 의식 집중, 팔 자세 변형, 다리 높이 변형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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