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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Jul 15. 2020

중심잡고 살려면 엉덩이에 투자

- 엉덩이 쳐지고 기분 가라앉을 땐 힙업 운동 -

엉덩이는 하체나 다른 파트 운동에서 자주 거론된 부위다. 엉덩이는 삶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고 이렇게 쓰는 힘도 준다. 다른 글에 묻어가기엔 존재감이 큰 근육이 바로 엉덩이다. 면적으로 보나 기능으로 보나 신경 쓸 가치가 다분해 별도로 논하게 되었다.


한때 내 엉덩이는 배와 함께 옷 속에서 숨어 지냈다. 엉덩이 살만 빠졌으면 했다. 이제는 안다. 엉덩이의 막무가내 지방손실은 평야지대만 만들 뿐, 근력이나 미용 측면에서는 국가적 손실이란 것을. 앞에서 보면 근육 빵빵인데 뒤 돌면 의외로 납작 엉덩이라든지, 걷기 운동으로 살은 쪽 뺐는데 엉덩이는 눈꼬리마냥 축 쳐진 상태가 그렇다.


먹는 양은 증가하고 움직임이 감소하면 내 몸에서 첫 신호를 보내는 곳이 바로 배들레햄도 아닌 엉둘레햄이다. 몸은 연결된 완전체라고 입이 마르고 닳도록 말했듯이 엉덩이 살이 주동해 허벅지와 옆구리를 침범한다. 허리선을 타넘은 살, 근육양이 빠져나간 바지 공간. 그 인기척으로 음식과 운동이 들통 난다. 한창 PT 받을 때 선생님도 콕 집었었다. 엉둘레햄을. 음식과 운동 양의 지표인 셈이다. 그리하여 나만의 운훈(運訓)은 이렇다.


“먹은 만큼 움직여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량만 먹어라.”     


난 김치볶음밥을 잘 먹는 여자, 밥을 많이 먹어도 배 나오는 여자, 청바지가 어울리긴 힘든 여자였다. 그야말로 ‘희망사항’ 노래 가사가 희망사항이었던 그런 여자. 그래서 이두근 보다는 삼두근, 가슴 보다는 등, 앞다리 보다는 뒷다리 운동을 더 좋아한다. 뭔가 켕기는 구석이 있고 나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근육에 눈길 한 번 더 주게 된다. 근육을 자극해 정을 나눈다.


엉덩이에는 대표적으로 대둔근이라는 근육이 있다. 우리 몸에서 왕 노릇 할 만큼 지리적 조건도 좋다. 꼬리뼈와 골반 장골부터 허벅지 바깥사선까지 길게 내려온 근육이다. 그리 큰데도 걷기로는 전혀 눈치 챌 수 없는 근육이다. 엉덩이로 풍선을 터트리거나 볼기짝 맞을 때, 엉덩이주사 한방 맞아봐야 아~ 거기, 하고 알 법한 곳. 외관상으로는 뒤태의 하이라이트요, 기능적으로는 허리와 뒷다리를 지지해 꼿꼿하게 서게 한다. 다리를 벌리거나 뒤로 찰 때 자극되는 근육이다. 놀이공원 자유이용권 마냥 입장 가능한 영역이 얼마나 되느냐는 이 엉덩이 근육에 달려있다.


운동하기 전에는 골반에 맞춰 바지를 샀다. 그러면 허리가 안 맞아 바지가 질질 내려갔다. 살이 없어 내려간 게 아닌 허리-엉덩이-골반의 불협화음으로. 엉덩이에 근육이 붙으면서 어떠한 움직임에도 바지가 끄떡없다. 바지 따라 신경도 고정 자세를 취한다. 불편해서 쳐 박아둔 옷을 몇 개나 건졌는지 모른다. 길에서 돈 주은 느낌이다.


나이 값으로 매년 2%씩 근육 양을 지불하고 있다. 임신과 출산으로 허리, 무릎도 손실액이 크다. 더군다나 임신은 42주, 출산은 2박3일이나 써먹었으니 우아하게 명상과 스트레칭만 할 팔자는 못 된다. 의학적으로도 허리와 무릎의 부담을 덜어주는 힘은 엉덩이 근육이라 했다. 게다가 달리기나 점프 동작, 코어 운동 모두에 엉덩이 힘이 쓰인다. 평소 나의 쓰임이 많은 곳, 무거운 물건 드는 그 현장에서도 엉덩이 힘이 관건이다.   


살면서 엉덩방아 찧을 일이 많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엉덩이 자극을 평생 느끼지 못했을 거다. 자극이 주는 건전한 아픔을. 무라카미 하루키는 말했다. “바로 그 아픔 때문에, 그리고 그 아픔을 극복하고 싶어 하는 욕구 때문에 우리가 정말로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아픔을 마주해야 ‘나’를 확인할 수 있다는 말도 여러 책에서 수도 없이 강조했다.


최근 나를 알게 된 상황이 두 번 있었다. 한 번은 인도와 차도 사이에서 평지처럼 걷다가 발등으로 길바닥을 디디는 바람에 발을 접질렀다. 금세 발을 도로 뒤집어 멀쩡하게 걷는 나를 확인했다. 엉덩이 힘이 없었다면 앞으로 고꾸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연체동물 마냥 통증도 없다. 또 한 번은 폴댄스에서 거꾸로 몸을 뒤집어 몇 바퀴 더 돈답시고 팔다리로 버티다가 바닥에 뚝 떨어졌다. 엉덩이의 쿠션 역할로 주범인 팔다리가 무사하다.   

            

‘나’로 바로 서게 하는 힘, 그 곳이 바로 엉덩이 힘이다. 진정한 나로 독립하게 만드니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 엉덩이로 이름 쓰기가 그렇게 심오한 벌칙일 줄이야. 이름값 하려면 꿈에서도 잊지 않고 힙업 운동을 해야겠다.                  

    

wesleyphotography, 출처 Unsplash





엉덩이 근육을 자극하는 힙업 운동은 수도 없이 많다. 하는 게 중요할 뿐. 역시나 날 변화시켜 준, 내게 맞는 운동을 소개한다. 종류를 달리하면서 같은 반찬으로 질리지 않도록 한다.   


< 런지 >


다리를 11자로 뻗는 기본 런지 동작 자체만으로도 균형, 근력, 미용 효과는 크다. 바깥 엉덩이와 허리선이 자연스럽게 만나고 힙업을 위해 변형 런지를 한다.


① 한쪽 다리를 반대쪽 대각선으로 뻗는 크로스 런지

② 한쪽 발등을 의자 위에 걸쳐 놓고 하는 원 레그 런지

③ 스텝박스(계단)를 딛거나 덤벨 들고 하는 런지


지지하는 앞다리에 무게를 실을수록, 보폭이 클수록 엉덩이 자극이 크다. 초창기 몸 만들 땐 걸어서 하는 워킹런지를 했으나 몸도 힘들고, 남들 시선도 힘들어 지금은 하지 않는다.  



< 스쿼트 >


발과 무릎방향이 바깥으로 향하도록 한다. 내려갈 땐 엉덩이는 최대한 뒤로 앉는다. 올라올 땐 양 발에 힘주고 발뒤꿈치를 민다. 다리는 완전히 펴지 않는다. 골반을 앞으로 내밀거나 엉덩이를 조이지 않는다. 이렇게 고관절의 기본 각도는 유지해주어야 열심히 해 놓고 엉덩이가 쳐지는 불상사는 막을 수 있다.


무릎에 밴드를 끼고 스쿼트 해도 효과적이다. 또한, 무릎에 밴드 끼고 다리를 구부린 상태에서 옆으로 게걸음을 걸어도 효과가 좋다. 4분의4박자 음악 리듬에 맞춰 네 걸음씩 좌우로 걸으면 된다.  



< 데드리프트 >


한쪽 손은 의자 등받이를 잡고 다른 손은 덤벨(커틀벨)을 든다. 의자에 바짝 붙어 잡은 손에게 의지하지 않도록 몸과 거리를 둔다. 덤벨(커틀벨) 든 손은 핸드백 들 듯이 편안히 몸 옆에 둔다.


허리는 세우고 최대한 덤벨(커틀벨)을 아래로 가도록 같은 쪽 다리를 뻗어 상체를 수그린다. 의자 옆에서 지지하던 다리에 힘을 준다.



< 다리 벌리기 >


벌리고 오므릴 때 천천히 버틸수록 근육에 자극이 크다.  


① 밴드로 다리 벌리기

엎드려서 하는 경우에는 양 발목에 밴드를 끼운다. 두 손등은 이마에 갖다 댄다. 발뒤꿈치를 마주보게 한 뒤 다리 벌려 들어 올린다.

의자에 앉아서 하는 경우에는 양 허벅지에 밴드를 끼우고 양 다리를 벌렸다 오므린다.(헬스장에서는 hip Abdduction 기구에 해당한다)   



② 코브라나 슈퍼맨 자세

엎드린 자세에서 양 팔을 뒤로 뻗으면 코브라, 앞으로 뻗으면 슈퍼맨이다. 사지를 뻗기 전에 엉덩이에 먼저 힘을 준다. 그 상태에서 양 팔, 양 다리를 함께 뻗어 들어올린다.




※ 다리를 뒤로 차는 동작에 대해서는,


그밖에 흔히 하는 엉덩이 운동으로 누워서 엉덩이를 들어 올리는 브리지와 다리를 뒤로 뻗어 들어 올리는 킥백(덩키킥)이 있다. 엉덩이 외에 배와 허벅지, 팔, 목에 힘이 분산(가중)되는 게 싫어 난 이 동작을 잘 하지 않는다. 다른 부위 지지력이 떨어지면 나의 약한 허리가 공격당할 수 있다.


대신 씽크대 같은 곳 앞에 서서 다리를 뒤로 차는 동작은 생각날 때마다 한다. 이왕 찰 거, 발을 바깥으로 돌려서 차야 엉덩이에 자극이 크다.




근육운동가이드, 삼호미디어, 163p.  기계에 '둔'한 자라 동영상 준비를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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