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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Jul 02. 2020

덜렁거려 거슬리면 팔 운동

- 이두근과 삼두근이 자기 정체성을 드러낼 때 -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그 망각은 통각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싶다.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아파서다. 통증이 서서히 증발하면서 아픔도 기억너머로 희미해졌다. 이제 와서 운동으로 가장 좋은 점 하나를 꼽으라면 통각 아닌 시각을 고를 것이다. 사람이 이리 간사하다. 운동 후 느끼는 쾌감, 운동을 지속하는 데에는 다름 아닌 시각이 내재해 있었다. 시각을 만족시킨 곳은 상체 라인이다. 팔, 어깨, 겨드랑이, 몸통까지 이어지는 라인이 확연히 달라졌다. 흥선대원군이 난초(석파란, 石坡蘭)를 그리는 것 마냥 연결이 부드러워졌다. 상체를 뒤덮은 윗도리 천도 대폭 줄었다.


운동하기 전에는 민소매 티를 입는 게 로망이었다. 덜렁대는 팔뚝 살 좀 빠졌으면. 어깨 끝 꼭지점을 넘어선 팔뚝, 어깨선을 넘어 앞으로 가로지르던 팔뚝이었다. 냉동실에서 꺼내 해동시킨 고깃덩어리 같았다. 팔이 덜렁덜렁 대니 손까지 흐물흐물 했다. 운동을 하면서 팔은 결이 살아있는 압축 고깃덩어리가 되었다. 어깨 경계선도 하늘아래 정자세로 세워 주었다. 악력까지 좋아져 주먹 불끈 쥐는 힘도 생겼다.


악력은 노화에 특히 신경 써야 될 부분이다. 악력이 좋으면 운동이나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영역도 많아진다. 악력은 손가락 힘이라 같은 근육을 쓰는 손목 힘까지 강해진다. 낯선 남자에게 손목 잡히면 악력으로 뿌리칠 정도로 힘이 세졌다. 평생 테스트 할 일은 없겠지만. 나의 자신감과 자존감은 어깨와 팔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체적인 자세와 옷 테를 변화시켜 감칠맛을 주었으니.


그런 팔에게 바쁜 척하며 요 근래 무심했다. 얼마 전 팔 긁다가 물컹거리는 게 만져졌다. 나이가 근력손실을 불러온 건지 팔이 유독 예민한 건지, 팔 운동 좀 소홀했더니 팔에 새긴 ‘탄력 문신’이 시들해졌다. 팔 힘으로 무거운 짐을 진 자들은 모두 내게로 오라는 사람이었거늘. 장을 보거나 묵직한 물건을 옮길 때 내 팔은 효도상품이었다. 바디프로필 촬영도 팔 힘으로 헬스장에서 발탁인사가 행해진 것이다. 내 사람이 되기까진 공들이고는 다잡은 고기처럼 팔을 취급했으니 나쁜 여자가 따로 없다. 등, 가슴, 어깨 운동할 때도 팔 역할이 지대하다. 이래저래 팔을 들입다 이용하고는 단물만 쏙 빼 먹었다. 팔이 준 혜택에 비해 배은망덕하다.


아버지는 목이 짧고 엄마는 목이 긴 편이다. 부부는 닮는다더니 두터운 살이 엄마의 목과 등을 덮쳐 아버지 목 길이가 되었다(아버지는 운동으로 되려 길어진듯). 엄마의 목과 등은 근육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단단하다. 아니 거북이 등껍질이 되면서 어깨도 위로 들렸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고. 백미러로만 활용해야지, 팔팔할 때 팔을 부지런히 휘두르는 이유다. 모양도 모양이지만 ‘아이고’ 소리와 가동범위까지 좁아졌으니 더더욱.   


팔꿈치를 기준으로 위팔은 상완근, 아래팔은 전완근으로 부르겠다. 삼각근이니 뭐니 더 잘게 나눌 수도 있지만 공부로 진 빼면 운동하기 더 싫어진다. 아래팔을 하완근으로만 부르지 말자. 상완근의 앞면은 흔히 말하는 이두근, 뒷면은 삼두근이다. 팔을 구부려 알통 자랑할 때 톡 튀어나온 건 이두근, 팔을 펼 때 뒤에서 단단함이 느껴지는 건 삼두근이다.


팔운동도 미세한 차이로 자극지점이 다양하다. 상체를 기울였느냐 폈느냐, 팔을 들어 올린 게 옆이냐 앞이냐 위냐, 잡은 게 손등이냐 손바닥이냐, 팔을 밀었는지 당겼는지에 따라 스포트라이트 받는 근육이 다르다. 습관은 기분이 좌우한다. 기분파로서 꾸준히 함께 하는 팔운동만 아래에 소개했다. 건강은 목과 어깨가 책임지고 팔은 미용 담당이다. 사람도 덜렁대는데 팔뚝 살까지 덜렁대면 정신 사납다.


하체처럼 큰 근육 운동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팔까지 신경 쓰랴, 하며 노여워할 필요는 없다. 다른 운동으로 얻어 걸리는 부위가 팔이다. 다른 운동을 안 하는 게 문제지. 두 손을 꽁꽁 묶어 놓지 않는 이상 손에 덤벨(아령)을 들던, 구부리고 펴든 간에 팔에 힘이 실린다. 내 삶의 무기인 푸시업 하나만 보더라도 팔 넓이와 깊이만 달라도 팔에 가해지는 근육신호가 다르다.


팔은 쉴 새 없이 움직인다. 큰 근육 운동 한 방으로 겸사겸사 다홍치마 운동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팔 입장에선 힘이 분산되어 근육 나눠 먹기식이 될 수 있다. 당장 여름에 팔 하나 떡 하니 내놓고 싶으면 다른 근육 사정까지 봐주지 않고 팔 운동을 한다. 대회에 나갈 건 아니지만 찬밥 더운밥 가리지 않고 팔을 움직일 때마다 근육에 의식한다. 팔 운동에게 시간 양보를 해야 하는 일상이니.


이 글을 쓰기 직전 킥백을 거행했다(방법은 아래 참조). 서서 상체를 약간 굽힌다. 낮은 자세를 부른다. 양 손으로 덤벨을 든다. 삶의 무게를 싣는다. 손은 등 뒤로 어퍼컷(Uppercut) 날리듯 끝까지 뻗는다. 힘차게 독수리 날개를 편다.  어느 정도 단단해진 팔로 이렇게 독수리타법을 날린다. 기분도 날아간다. 팔 근육이 글 근육으로 전해져 뭘 걸쳐도 테가 나는 글발이었으면.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은 직립 보행으로 인한 팔의 자유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내가 하는 동작은 대체로 일상패턴과 역방향인 후면이다. 등, 엉덩이, 햄스트링(뒷다리) 자극 운동이니 말이다. 팔 역시 뒷심을 저격한다. 건강과 외모에 자유를 얻은 만큼 뒷심 운동에 책임을 부여한다. 결정적 순간에 기회를 잡는 것도 뒷심에 있다.


발은 산책할 때 아이디어를 내뿜는다. 손은 그릇을 닦고 집안 구석구석을 닦으며 산책을 한다. 누군가에게 두 손이 되어주기는커녕, 내가 손이 많이 가는 스타일은 아닌지 산책하며 돌아본다.


뭐니뭐니 해도 이렇게 논할 수 있는 팔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감사하다. 존재감으로 사람이 살아가듯이 존재에 대한 예의는 그만큼 팔을 움직이는 일이다. 그래서 난, 팔 힘을 주체할 수가 없어 그만...


‘팔’자를 고쳤다.

ㅏ 를 좌회전시킨

‘폴’로 팔자 폈다.


주말 폴댄스로 평일이 즐겁다. 40대가 20대 사이에 묻혀 더 즐겁다

  





운동초보자라면 팔운동부터 해서는 안 된다. 팔부터 시작하면 정작 몸통처럼 큰 근육 운동할 때 방해가 된다. 이렇게 말하니 상급 레벨이나 되는 것 같지만 근력운동 6개월은 훌쩍 넘었으니 자신 있게 말한다. 난 힘과 미용을 위해 위팔(상완) 뒤쪽(삼두근)과 옆쪽(외측근)을 겨냥한 운동을 한다.


근육질 자랑하며 폼 좀 잡는 사람이라면 공감하는 부위다. 꾸준히 하면 삼두근과 삼각근이 자기 구역 드러내며 갈라지는 모습도 볼 것이다. 운동 세계에선 말발굽 근육이라 부른다. 갈라짐은 야함과 건강함을 가르는 구역이 아닐까.

 


1. 트라이셉스 프레스다운(로푸)


밧줄을 양손으로 잡는다. 가슴과 허리는 곧게 편다. 팔꿈치는 몸 옆에 고정한다. 팔을 구부리고 허리를 곧게 편 자세에서 시작한다. 팔을 아래로 잡아당기면서 일자가 되도록 편다.


숨을 내쉬며 아래로 팔을 뻗고 잠시 멈춘다. 근육 자극을 느낀다. 숨을 들이쉬고 돌아온다. 어깨는 최대한 내리고 천천히 돌아온다.


집에서는 로푸 대신 밴드를 창가 고리에 걸고 한다. 밴드 길이는 팔이 자극받고 싶은 만큼 조절한다.




2. 트라이셉스 킥백


프레스다운이 팔을 아래로 뻗었다면, 킥백은 ‘뒤로 찬다’는 의미 그대로 팔을 뒤로 뻗는다. 상체를 앞으로 기울여 몸통 옆에 팔꿈치를 고정한다. 덤벨 잡은 손을 뒤로 뻗어 팔이 일자가 되도록 한다.


상완과 전완이 90도인 상태에서 숨을 내쉬며 팔을 완전히 편다. 잠시 멈추고 숨을 들이마시며 천천히 돌아온다. 브레이크댄스 추듯이 아래팔만 까딱까딱 리듬 타면 된다.     


난 3-4kg 덤벨을 이용한다. 허리가 부담되면 팔 하나씩 한다. 반대 팔은 의자나 허벅지에 대고 지지해준다. 난 두 팔을 한꺼번에 한다. 팔이 몸과 가까울수록 삼두근에 더 자극된다.



3. 트라이셉스 익스텐션


목 뒤에서 양 손으로 덤벨 윗쪽을 잡는다.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도록 잡고 팔을 위로 뻗는다. 숨을 내쉬며 팔꿈치를 접어 팔을 아래로 내린다. 숨을 들이쉬며 팔을 위로 올려 돌아온다.


누워서 하거나 앉아서 또는 서서 할 수 있다. 양손이나 한 손으로 할 수 있다. 시간 효율을 떠나 한 손이 더 고난도다. 내 수준과 기호에 따라 방법을 골라잡으면 되겠다.


난 덤벨 무게를 낮추는 한이 있더라도 서거나 폼롤러 위에서 양손으로 한다. 중요한 건 허리 펴고 복근에 힘주고 어깨는 내려야 한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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