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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Aug 17. 2020

힘의 논리, 그 열쇠는 내가 쥐고 있다

- 힘겨루기 기술은 비교급, 부등호, 대체성 -

인사발령으로 새 부서에 배치 받은 지 2주가 흘렀다. 업무 특성상 개장 시간은 6시다. 6시와 7시 사이엔 혼자 자료를 리뷰 한다. 그동안 책이나 글과 마주하던 6시와 7시. 그 둘 사이가 그렇게나 쫀득한 줄 미처 몰랐다. 거저 주어지던, 쉽사리 손에 넣던 시간으로 취급했는데. 업무가 관여하니 몰입도는 상상 그 이상이다. 1시간이 10분처럼 느껴진다. 7시부턴 업체, 직원, 내가 각자의 공간에서 함께 일을 한다. 8시까지 협업한 결과물을 사내에 공유하며 일단락 짓는다. 그러니 취미 시간은 노동 시간에게 자리를 내어줄 수밖에.


회사가 집으로 돌려보내는 저녁 6시. 그때까지 루틴 업무와 깜짝쇼 업무가 힘겨루기를 한다. 업무 성격이 조신함보단 말괄량이에 가깝다. 일과 단도직입적으로 만나려면 회사가 정한 시간을 어기고 책상 곁을 지킨다. 평일 밤 문지기였던 근력과 유산소운동, 스트레칭도 업무와의 기 싸움에 밀린다. 일주일은 굴러가는 일상을 멍때리며 이렇게 관찰했다.     


아마추어이긴 하나 소위 운동전도사로 그동안 몸에 기름칠 좀 했는데 이러다간 몸은 메마르고 ‘함께 운동’이란 꿈은 앙상해지기 십상이다. ‘시간’ 앞에서 이대로 물러설 순 없지. 전쟁터 총 장전하듯이 맑은 정신으로 아침을 맞이하기 위해 자정 넘어 자던 습관도 뜯어 고쳤다. 밤 11시부터 아침 5시까지는 침대가 갑이다. 이래저래 간, 쓸개 다 빼주고 나니 하루 중 운동이 설 자리가 마땅찮다. 물론, 이렇게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시간도 비슷한 처지지만.  

               

켈리 맥고니걸의 <스트레스의 힘>에선 호텔 청소 일을 하는 두 집단이 소개된다. 청소하는 일이 운동이 된다고 믿는 집단과 그렇지 않다는 집단(운동이 된다고 믿는 집단도 칼로리 소모 등을 교육시켜서 믿게 되었다). 모든 조건은 동일하고 인식만 바꿨을 뿐인데 청소가 운동이 된다고 믿은 집단은 전원 모두 체중이 줄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의식하고 믿는 행동에 따라 몸은 반응한다.      


SK 텔레콤의 브랜드인 ‘생각대로T’ 마냥 마음먹기 달렸다느니,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느니, 책에서 그런 식상함을 전했다면 내 성격상 귓구멍이 아닌 귓바퀴를 스쳐 지났을 게다. 스트레스가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낫고 그 스트레스를 대하는 태도에서 힘 크기가 달라진다. 조직이 통폐합되고 그에 따라 인력이 재배치되듯이 내 삶에도 인사이동이 있었다. 일단, 몸이 무너지면 그 어떤 것도 당해낼 재간이 없다. 운동부터 조직개편 했다.      


업무가 시작되는 이른 시간과 돌발 출장(식사자리)에 맞춘 일명 ‘급행 운동’이다. 몸이 도달하는 목적지는 같으나 패스트 트랙으로 중간 역 따윈 거치지 않는 ‘직통 운동’이라 하겠다. 운동을 전파하는 사람으로서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몸이 비빌 언덕은 있어야 한다. 불규칙이 루틴인 곳에서 살아남는 나만의 운동법이다(하단 참조).      


‘무인도에서 살아남기’부터 최근 ‘지하철사고에서 살아남기’까지 살아남기 시리즈가 한창 유행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으려면 나만의 필살기가 필요하다. 어찌 보면 새벽시간을 장악한 독서와 글쓰기도 업무 힘에 밀렸다고 볼 순 없다. 콘텐츠가 대체되었을 뿐이다.  



운동으로 몸에 근육을 저축하는 건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끌어다 쓰기 위함이다. 보험과 적금처럼. 없는 살림에 근육을 저축할 때에도 힘의 논리를 이용했다. 운동하면서 어지럽고 숨차고 하늘이 노랗고 신체부위들이 악악대고 잠은 쏟아지고... 그럴 때마다 비교급, 부등호 공식을 대입했다. 누가 누가 더 고통스럽나. 현재 고통과 과거 고통의 비교급, 과거 힘이 더 세면 엄살로 치부하고 그냥 했다. 그렇게 붙인 근육, 지금 당겨쓴다. 몸 예산 바닥날까봐 새로운 레시피로 일상을 담그는 중이다.              


사람들은 1회용을 장기전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 착각은 스트레스를 부른다. 스트레스 역시 장기전이 되고 만다. 지금 한 번 일어난 문제가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라고 믿는 의식 행사 말이다. 잘난 척 하며 썼지만 내 얘기다. 근력운동을 하기 전에는 판단력도 힘이 딸린 나머지 몸이 그렇게 받아들였다. 몸에 근력이 붙고 나서는 의식도 분리수거 되었다. 다른 일로 대체해도 더 나은 결과가 나타나리라는 생각, 근력 부스러기로 이러한 믿음이 생겼다.     

  

<초집중>에서 저자 니르 이얄도 힘을 논했다. 우리들은 불편을 느낄 때 딴짓하는 경향이 있으니 힘든 일을 재밌는 일이라고 재해석하면 큰 힘이 된다고. 머리 아프고 고생스럽지만 꼭 해야만 하는 일이 놀이처럼 느껴지면 기운이 솟지 않겠느냐며. 재미와 놀이는 꼭 즐거워야 하는 건 아니고 우리를 집중시키는 도구로 활용할 수만 있으면 그만이라 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현실은 자유가 구속되는 답답함을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의사결정 단계를 생략해 오히려 삶을 단순하게 만들 수도 있다. 진정 힘 있는 자는 돈도 명예도 학력도 아닌 몰입 근육을 가진 자라 하겠다. 동물들이 말을 안 해 그렇지, 어쩌면 정글의 왕은 사자가 아니라 순간에 집중하는 생쥐일지도 모른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에요.”란 광고 문구,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이렇게 바꾸고 싶다.


"근육은 나하기 나름이에요." 힘의 논리는 내가 짜기 나름이다. 양팔 저울에 대상을 놓는 자는 바로 나니까. 그나저나 이젠 글을 밤에 쓰게 되었으니 이성이 감성에게 꼼짝 못할 텐데 이를 어쩌나.


글아, 아침에 우리 서로 보지 않기로 해. 노트북 앞에서 수차례 인사한 헤딩으로 마무리 한다.  






새로 실행하는 ‘급행 운동’ 레시피를 소개한다. 쓰리 쿠션을 좋아하는 나로서, 전신 근육 특히 코어 힘을 사용하면서 근력과 유산소를 결합한 운동이다. 시간이 허락 하는 대로 1첩 반상을 할지, 3첩 반상을 할지, 몸에 밥상 차려주면 된다. 몸으로 중심 잡으면 세상 중심에도 내가 있을 것만 같은 이상야릇한 감정 품고 아래 동작을 수행한다. 그동안 축적한 체력과 근력으로 운동 경영에도 효율화가 가능해졌다.          


첫 번째 소개할 운동은 ‘점프 버피테스트 + 푸시업’이다. 버피테스트는 선 자세에서 쪼그려 앉았다가 다리를 쭉 뻗고 도로 가져오고 처음처럼 벌떡 서는 동작이다. 중간에 다리를 뻗었을 때 푸시업을 하고 마지막 일어설 때 점프를 한다.      


두 번째 소개할 운동은 ‘런지 + 흉추회전’이다. 두 다리를 모은 상태에서 한 발 뒤로 빼 런지 자세를 취한다(런지보다 보폭은 좁게 상체는 앞으로). 무릎을 구부린 앞 다리에 힘을 바짝 준다. 양 팔은 엑스자로 가슴에 얹고 앞으로 내민 다리 쪽으로 가슴(흉추)을 돌린다. 등과 목의 척추는 일자가 되도록 정렬을 맞춘 상태에서 등을 대각선 위를 향해 비튼다. 반대쪽도 똑같이 한다.     


세 번째 소개할 운동은 ‘만세 + 풀스쿼트’다. 양 팔을 만세로 올린 상태에서 최대한 바닥까지 앉았다 일어나는 스쿼트다. 앉았다가 올라올 때 양 발바닥을 힘껏 민다. 슬로우 모션 촬영이라면 뒤꿈치부터 발가락까지 힘주는 동작이다. 마치 발가락 밑에 신용카드가 끼어 있는데 누가 잡아당겨도 뺏기지 않을 만큼 힘을 준다. 이때 코어까지 힘이 같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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