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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Aug 25. 2020

장비빨 받은 몸

조명빨 못지 않은 도구빨 운동


코로나19로 회사 ‘헬스장’은 이제 창고가 되었다. 아쉬운 대로 올해부터 집에 ‘헬스홈’ 간판을 내걸었다. 순전히 나의 일상과 선호도에 맞는 운동 요법으로. 헬스장이 ‘기구’ 위주였다면, 집은 ‘맨몸’ 위주다. 사실, 기구 한번 들어 올리는 정도가 되려면 맨몸 운동은 수차례 놀려대야한다. ‘중량이냐, 시간이냐 그것이 문제로다’에 봉착한다. 헌데 시간은 매번 끼니 때우듯이 맨몸인 주제에 운동을 대충 해치운다.



바야흐로 AI시대다. 소쩍새 울듯 여기저기 AI AI 거린다. AI는 시간은 없고 반복되는 일에 딱이다. 맨발의 청춘이니 맨손 주먹이니, 하는 것도 아버지 세대 이야기다. 나도 이제 맨몸으로 하겠다는 고집 내려놓고 장비 덕 좀 보기로 했다. 맨얼굴이 조명빨, 마스크빨 보는 것처럼, 몸도 장비빨 효험에 올라탔다.


컴퓨터 앞 앉은뱅이는 근육 가난뱅이가 된다는 나의 지론에 입각했다. 운동 도구가 가미되니 체조선수 마냥 어째 자태도 더 볼만해지는 것 같다. 이젠 아예 도구가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막말로 손으로 직접 하는 일은 남이 해줄 때 반갑지, 내가 직접 할 땐 귀찮다. ‘수제’자 붙은 것들 말이다. 그렇게 맨손체조만하다 일상에 절은 몸, 이참에 손봤다. 그 손맛 김 모락모락 할 때 부리나케 소개한다. 등장하는 장비는 땅콩볼, 요가링, 지압볼이다.




1. 땅콩볼로 등판 다리미질


땅콩볼. 우리말과 영어가 결합한 이름이 내키진 않지만 이렇게 검색해야 구매가 가능하다. ‘땅콩공’ 하니 혀가 꼬여 그런가보다. 공 2개가 들러붙은 모양이라 보름날 까먹는 땅콩 같다. 나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는 컴퓨터 키보드 자기장에 쏠린 등짝이다. 등을 다림질하듯 펴주어야 통증으로 예민해지는 불상사를 막는다. 그래서 이 동작을 한다.


천장 보고 무릎 세워 눕는다. 땅콩볼을 가로로 해 등(흉추)에 끼우는데 허리 위 한 뼘 높이부터 시작한다. 그 상태에서 양 손은 머리에 갖다 대고 윗몸일으키기 하듯이 상체를 들어올린다. 복근운동이 아니기에 뱃살에 욕심내지 말고 상체를 적당히 들어올린다. 흉추 자극이 목적이다. 5회 실시 후 땅콩볼을 위 흉추(1cm정도) 밑에 끼우고 동작을 반복한다.


땅콩볼은 흉추를 하나씩 거슬러 올라가 종점인 날깨뼈 사이에서 끝낸다. 땅콩볼 여정 중 가장 아픈 지점은 상체를 10회 들어올린다. 난 위로 올라갈수록 통증이 심해진다. 주변 어르신들은 아래 등, 그러니까 시작부터 아프다며 그나마 위로 올라갈수록 통증이 덜하다고 한다. 그들의 평소 자세는 배를 내미는 자세였다. 난 목과 어깨가 앞으로 기어 나온 자세이고(연구대상 모수를 늘려야겠다.)


이 동작을 할 때 나의 주문은 이렇다.

‘다리 뻗고 살 일, 이제 등짝까지 펴고 살겠네~’



2. 요가링으로 뒤태 숨죽이기


요가링. 플라스틱으로 된 요가링은 8자 모양도 같고, 뫼비우스띠 같기도 하다. 세워 놓으면 허리 잘록한 우리 몸도 같다. 요염하게 생긴 것이 쓰임새도 많은데 난 뒷목(승모근)과 종아리 잡는 용도로 쓴다. 거북목과 어깨통증, 한없이 부풀은 종아리의 숨을 죽이기 위해.


요가링을 가로로 하여 베게처럼 목 뒤나 승모근에 끼우고 고개를 좌우로 왔다 갔다 반복한다. 세월아 네월아 하며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 이번엔 요가링을 세로로 종아리에 끼운다. 손바닥을 바닥에 대고 엉덩이는 산처럼 만들고 발뒤꿈치는 들어 올린 상태에서 요가링을 끼운 다리만 지그시 바닥에 붙인다. 부은 종아리가 자극되는데 이러다 링이 부러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요가링을 손발에 끼워 평소 잘 늘어나지 않는 부위를 스트레칭 할 때 많이들 활용한다. 자존심인 건지 난 늘어나지 않는 곳은 내 알아서 할 테니 지압이나 하란 식으로 쓰고 있다. 이렇게 풀어 놓아야 통증은 물론 다른 운동도 더 잘 된다.



3. 지압볼로 동대문 만들기


지압볼. 움푹 들어간 발바닥 부위에 끼우고 발을 앞뒤로 데굴데굴 문지른다. 앉으나 서나 지압볼 생각, 이란 노래를 하듯이 수시로 문지른다. 지압볼이 들어찬 자리인 아치(arch)는 평발이냐 아니냐를 구분하기도 하는데 아치의 죽고 사는 문제에 따라 힘과 균형이 달라진다. 살아있는 아치는 스쿼트나 걷고 달릴 때 확실히 기질을 발휘한다(발가락도 힘이 붙는다). 평소 장시간 서거나 앉은 자세, 구두가 발바닥 아치를 공격한다.


동대문 같은 아치가 와르르 무너질까봐서, 족저근막염이라도 부를까봐서 틈만 나면 문지른다. 이건 별도로 시간 낼 필요도 없다. 노화로 덩달아 무너지는 악력 생각해 손발 같이 놀리면 힘 기르는 데는 금상첨화다. 도구를 이용한 손발 잼잼놀이. 발바닥 아치가 보이지 않는 밑바닥에 있어 그렇지 복근을 비롯해 온몸에 힘을 불어넣는다. 나를 세우는 힘이라고나 할까(내가 다닌 헬스장 이름도 ‘필립(必立)’이었다).





도구를 활용함에 있어 지켜야할 수칙이 있다. 유독 아픈 부위가 건들리더라도 절대 인상을 찌푸려선 안된다. 뇌를 속이기 위해서라도 억지로 웃는 마당에 괜히 뭉친 곳 풀려다가 찌푸린 미간으로 척추까지 움츠려든다. 하여, 입 꼬리는 올린 상태에서 동작들과 마주한다.


장비빨 보니 이젠 누군가에게 주는 선물도 달라졌다. 운동 도구(+ 유산균, 과일, 채소 등 건강식품)를 선물한다. 상대는 예쁜 걸 원하는데 무드 없이 내 위주 선물은 아닌지 모르겠다. 두루미에게 접시 내놓는 여우만 아니길.


나아가 나 자신, 이 한 몸이 세상에 쓸모 있는 도구가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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