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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Sep 14. 2020

매일 삼합 한끼  

- 스쿼트-크런치-푸시업으로 하루 한상 차림 -   

편의점에서 생수를 집어들 때 희한하게 제주삼다수에 손이 가닿는다. 주는 거 없이 밉고, 받는 거 없이 끌리는 사람처럼 삼다수가 내게 해준 거 하나 없는데 그렇다. 삼다수는 '바람', '돌', '여자'가 많은 제주 삼다도에서 따온 이름이다. 어쩌면 '3' 이라는 숫자에 마음을 뺏긴 건 아닌지 모르겠다. 주의산만 한 분위기도 세 가지로 수렴될 때 탁 트인 바다를 만난 기분이듯이.

     

내가 하는 운동 중에도 특히 끌리는 세 가지가 있다. 다름 아닌 스쿼트, 크런치, 푸시업이다. 이 패키지는 이젠 더이상 '운동 해야지!'라는 구령과 함께 풀어헤치는 짐 보따리가 아니다. 마음을 구워삶는 굳은 결의에서 해제된 지 오래다. 세 운동을 매일 밥 먹듯이 해 삼합 메뉴라 명명했다.

* 스쿼트: 엉덩이 빼고 앉는 동작으로, 하체 단련 위해

  크런치: 다리 90도로 들고 윗몸 일으키는 동작으로, 복근 단련 위해

  푸시업: 상체가 메인인 동작이지만 전신 근력과 균형 단련 위해     



한 번에 20개 했던 1년 반 전 사진, 일그러진 영웅 얼굴로 50개 하는 사진도 언젠가는 찍어야...


이 삼합 메뉴는 야근 등으로 일상에 불청객이 침입해 운동에 도저히 기부할 시간, 장소가 마땅찮아 차려진 밥상이다. 한번 멀어지면 아예 등지고 살 팔자가 운동 세계다. 하여, 세상이 무너져도 이 셋은 반드시 품으리라 다짐하며 2년 전 30개씩을 내걸었다. 매일 투자한 5분은 야근이든, 회식이든, 약속이든 간에 인정사정 봐주지 않았다.      


스쿼트는 어느새 양치질 자동화시스템이 되었다. 마치 손이 솔질하면 다리가 폴더 되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듯이. 매일 하다 보니 스쿼트 실력이 늘어 양치질 한 번 할 때 30번은 거뜬히 넘는다(양치질은 수십 년 수차례해도 실력이 고만고만하지만). 남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날은 회사 화장실 전세 받은 사람이 되어 마음 놓고 스쿼트를 한다(텅 빈 공간 내어주는 회사가 또 감사한 건가)      


크런치라는 복근운동도 매일하다 보니 어느새 30이란 숫자가 만만한 대상이 되었다. 한 번에 50번을 하기도 하고, 다리를 위아래로 휘젓거나 쭉 뻗어 하기도, 몸통을 옆으로 비틀기도 하니 서비스 메뉴 추가다. 푸시업도 어느새 한 번에 50개까지 하게 되었다. 10개를 3세트로 나눠하던 올챙이 시절을 떠올리는 거만한 미소는 양념이다. 시간이 허락하면 삼합 메뉴를 3세트로 확장시킨다.     

  

한 박자 쉬고 두 박자 쉬고 세 박자마저 쉬고 들어간다는데 쉼 없이 치고 들어가는 게 이 삼합 메뉴다. 난 리듬을 퍽이나 좋아한다. 이 말은 리듬 깨는 건 싫다는 뜻이기도 하다. 세상은 리듬 깨질 일투성이다. 어쩌면 엇박자가 삶의 디폴트이자, 배경일지 모른다. 내 삶의 세 박자는 운동, 독서, 글쓰기다. 매일 하는 삼합메뉴가 일상에서 튀는 음을 잡아준다.      


스쿼트-크런치-푸시업, 이 삼합 재료를 ‘하루’라는 접시에 얼마나 담아내는지는 중요치 않다. 10번으로 담으면 여백의 미가 있어 좋고, 50번으로 담으면 푸짐한 맛에 또 좋다. 3첩 반상이냐, 트라이앵글이냐가 중요하다. 누누이 말했듯 난 ‘숫자보단 감각’에 충실한 인간이기에. 좋다, 나쁘다, 란 나의 편견에 ‘중용’도 하나 더 끼워야겠다. 삶은 철인(哲人) 3각 경기이니 말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삼합 메뉴로 하루 밥상을 차리려나. 함께 하면 6첩 반상이려나. '불규칙 밥상'에 '규칙 찬'을 내니 세상살이 참 무미건조할 일이 없다. 심심할 틈이 없다. 코로나19 거리두기 단계도 낮아졌다. 2단계-2.5단계-2단계. 그러는동안 내 품격 단계는 어찌되었을까.


https://www.youtube.com/watch?v=arWi4jvBVmY 

코로나19 썩 물러가라! 주말에 했던 홈트 줌바!! 죽을 맛이라는 유흥업소 사장님들도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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