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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Apr 03. 2020

코로나도 함께 못할 공중헬스장!

- 나만의 시간을 내기어렵다면, 내 몸에 공간을 내어준다면 -

     

누누이 말하지만 난 마흔 넘어 헬스장에 발붙인 사람이다. 독서도 글쓰기도 그러하듯이 이 셋을 겨냥해 자주 듣는 공통 질문이 있다. 그럼 그전엔 진짜 손 하나 까딱 않고 마흔 넘어 첫 경험인거냐고. 이렇게 질문을 쓰고 보니 자신이 퍽이나 잘난 사람처럼 구는 것 같다. 그래도 아닌 건 아니니.     

 

시계를 마흔 이전으로 환승해 본다. 아이는 세상살이한 지 16년차, 난 경제활동인구가 된 지 21년차. 아이 키우고 돈 벌고, 기타 등등 속에 헬스장 자리가 없었던 건 분명하다. 대학교 4학년 때부터 경제활동인구라는 명찰 달고, 이름값 하느라 경제에만 활동했다. 경제활동 없이, 내 방 하나 없이 헬스장을 들락거리는 건 누구나 뜯어말리는 연인사이처럼 보였다. 이렇게 차 떼고 포 떼고 나니 잘난 체 하던 질문이 급체한 것 마냥 초라해진다.     


차와 포 떼면 장기판에서 승자되긴 어려운 구조다. 그래도 꾸역꾸역 장기에서 이길 수 있는 건 차 포 떼기 전 워밍업 비스무리한 것에 노출된 적이 있다는 게다. 여기서 말하는 승자는 종전과 달라진 몸을 의미한다. 몸이 꿈쩍 않던 산맥으로 기억하지 않은 건 아이와 동네마다 설치된 운동기구를 활용한 덕 같다. 난 지금까지 이사를 18번 했지만 아이는 16년차 동안 4번 집을 옮겼다. 주말에 드나든 친인척 동네까지 아우르면 집 근처엔  꼭 운동기구가 설치되었다.     


산에 오르고 공원이나 길을 지나치며 얻어걸린 기구만도 꽤 된다. 그럴 때마다 우리 가족은 방앗간 지나는 참새가 되었다. 장소마다 운동기구 한두 개씩은 나만의 특화상품을 뽐내듯이 차이가 나 교집합 기구는 아는 맛에, 부분집합 기구는 색다른 맛에 한 판 했다. 기구를 사이에 두고 가족들은 선의의 경쟁 판을 벌렸다. 나라에서 공기 좋은 곳에 헬스장까지 마련했으니 뭐 하나 차별할 것도 없이 똑같이 만져주고 온몸으로 대했다. 휴대폰이 없던 시절, 거리에 선 공중전화를 보면 누군가와 통화하고 싶은 그 마음과 꼭 같다. 공중헬스는 내 몸에 아련히 스민 그런 존재였다.      

 

아이 고향인 부천에 살 땐 원미산을 오르며 아이는 그때 훌라우프를 뗐다. 작디작은 몸으로 나도 못하는 두터운 훌라우프를 휙휙 허리춤에 휘감을 땐 수학경시대회에서 상 탄 것보다도 기쁘고 영재 아니냐며 호들갑 떠는 엄마가 되었다. 거꾸로 돌아가던 시계바늘이 거리에서 붙박이장 노릇하는 운동기구 앞에 멈춰 선다. 그렇다. 내가 마흔 넘어 운전면허를 따고 버스와 지하철 기사님이 우릴 안전하게 모셨고, 그 덕에 걸음도, 거리의 운동기구와도 만날 수 있었다.      


아이와 함께 마주친 운동기구는 소음이 싫은지 찻길과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새들도 나만큼 공중헬스를 좋아했다. 헬스장에서 파워 댄스 음악이 흘렀다면 우리가 다닌 공중헬스장은 새소리의 향연이었다. 수건이 비치되어 있지 않아 그런지 바람도 끼어들어 땀 날 틈을 주지 않는다. 참 희한하다. <비야비야 오지마라> 가락처럼 우리가 공중헬스를 이용할 땐 비가 온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우리형님 시집가는데/ 가마꼭지 물드간다/ 비단치매 얼룽진다’

난 이 노래를 흥얼댄 적이 없는데 하늘도 허락한 사이일까.  

   


현재 사는 동네의 공중헬스장엔 이런 운동기구들이 있다. 하늘 위를 걷는 듯한 ‘워킹트레이너머신’, 발판 밀어 엉덩이 띄워주는 ‘레그프레스머신’ 앞뒤로 다리 찢는 ‘스윙워커머신’, 두 팔 뻗어 엉덩이 들어올리는 ‘체스트업머신’, 좌우로 파도타는 ‘써핑롤링머신’, 양 손으로 풍차돌리는 ‘어깨돌리기’이다.


아이를 태우고 싶거든 역기처럼 업고 하던지, 트레이너처럼 몸을 잡아주면 된다. 그것도 아니면 부부가 번갈아 아이보고 이용하던지, 아이 보는 앞에서 모범만 보이던지, 그 어떤 경우라도 기구를 매만지면 그걸로 성공이다. 운동에 첫 발을 내디뎠으니. 동네헬스장 기구들은 심폐기능과 허리, 팔다리 근력을 리드미컬하게 강화시켜 재미와 몸매를 잡을 수 있다.      

   

나라가 중매 서고, 하늘도 허락한 공중헬스까지 치니 그 전에 헬스장 다닌 사람이 맞았다. 머리털 나고 마흔 하나 넘어 ‘운동의 神’이 나타난 게 아니었다. 그것도 여기저기 골병들고 비틀린 몸뚱이로 身은 무슨. 늦은 밤에 가게 셔터 내리는 사람, 아이와 집안일에 발목 잡힌 사람, 제아무리 고개 돌려봐도 헬스장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사람, 내 호주머니 채우기에도 바빠 헬스장까지 기부할 수 없는 사람, 직장에서 헬스장 못 가게 훼방 놓는 사람, 오랜만에 만난 가족 건강까지 함께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둘러싸인 우리 모두에게 공중헬스를 적극 추천한다. 기구를 애써 심어놓은 자와 즐겁게 이용하는 자의 짜고 치는 고스톱 한 판 벌인다면 음악 틀고 기다리던 새들도 좋아하지 않을까.         


환상의 나라, 신비의 나라, 헬스 월드

이 곳이 모두가 하나되는 '어우러Gym'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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