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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Apr 04. 2020

운동도 위아래가 있다!

- 몸에 좋은 샐러드, 이왕이면 다홍치마 입은 게 낫잖아? -

  

동물의 세계를 보면 서열에 따라 움직이는 흐름을 엿볼 수 있다. 하물며 동방예의지국 안에 들어앉은 우리는 어떻겠는가. 동물이 부여받은 계급이나 우리가 따져대는 지위나 개개의 질서정연한 움직임으로 조화로운 전체를 이룬다. 오죽하면 ‘찬물도 위아래가 있다’는 속담까지 나왔겠는가. 윗사람의 고압적인 자세와 아랫사람의 불손한 자세가 끼어들면 전체가 흔들린다.      


몸에 들러붙은 근육 하나하나에도 이 원리가 똑같이 적용된다. 신기할 정도로. 조직에서도 보면 야근을 일삼으며 다른 동료보다 열심히 일했는데 성과는 저조한 경우가 있다. 늦게까지 남은 직원은 퇴근을 먼저 한 동료가 당연히 낮은 고과를 받아야 한다며 평가 탓과 억울함을 호소한다. 이처럼 근육도 열심히 운동했는데 왜 변화가 없느냐며 불평만 하다 끝나는 수가 있다.      


순서를 무시하면 위계질서의 혼돈이 오듯이 근육도 서열을 무시하면 균형에 혼란이 온다. 운동을 아파서 시작했든, 다이어트를 위해 시작했든 간에 근육 서열을 지키면 내 삶에도 근육에게도 win-win이 될 수 있다. 저마다 일하는 스타일이 있는데, 난 개념과 방향 잡는데 시간 투자를 많이 하는 편이다. 그 버릇 여기까지 끌고 왔다. 전체적인 밑그림 먼저 그리고 소소하게 덧칠해 그림 한 편 완성하겠다는 방향이다. 애초 몸을 단기 프로젝트에 내맡기진 않겠다는 속셈이다. 무턱대고 내가 원하는 부위부터 들이밀게 아니라 근육에게 차근차근 접근해야 한다. 뭐, 다른 일은 안 그렇겠느냐마는.      



집에서 하는 운동으로 ‘홈트(홈트레이닝)’가 한창 붐이다. 각종 영상이며, 책이며, 앱과 SNS가 넘쳐난다. 난 불굴의 의지를 갖춘 '의지의 한국인'이라기 보단 환경에 의지하는 '의존형 한국인' 인지라 헬스장에서 트레이너에게 배우며 원리를 터득했다. 워낙 현장의 소리를 직접 보고 듣는, 발로 뛰는 스타일인데다 비용을 빌미로 100% 성과를 지향하고, 양방향 소통이어야 내 자신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단기간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PT 이름 그대로 1:1이다 보니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까지 맞춤형으로 실시간 협업이 가능했다. 평소 지출하던 교통비와 의식주 비용의 절감 부분, 회사에서 월급 이외 추가로 받은 부분을 PT 비용으로 충당했다. 현재의 투자가 몸값도 올려 시간당 소득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믿음도 있었다. PT 기간이 길면 단가도 낮아지고, 그만큼 몸과 정신에 유해한 곳에 지출하는 비용도 줄어든다.      


아무튼 PT와 책을 통해 원리를 터득하고 기초체력을 다진 후 근육 강도나 예술성에 덧칠한 케이스다. 부모님은 내 몸을 어째 그리 울퉁불퉁하게 나았나, 하며 굴곡이 심하지 않은 사람들을 한때 부러워했다. 성장기도 아닌 나이에 밑그림이 바뀔 수 있다는 게 하도 놀라워 하나하나의 근력운동을 소개하기에 앞서 안내 표지판인 이 글부터 배치시켰다. 그러니까 무엇이냐고 숨넘어간다는 민원이 들리는 것 같아 이제부터 진짜 소개한다.      


현위치를 알아야 제대로 길을 찾듯이 근육이 어디 붙었는지부터 소개한다. 앞으로 운동할 때 찌릿찌릿 느낄 곳이라 근육을 알아두면 피가 되고 살이 된다. 척추기립근이니 대퇴사두근이니 하는 헬스용어로 학습 분위기 조성하면 몸을 움직이기도 전에 정나미가 떨어질 수 있어 서로에게 통용되는 단어를 사용한다. 나만 그런가.   

    

근육은 큰 근육과 작은 근육으로 나뉜다. 큰 근육은 하체, 등, 가슴을 의미한다. 하체 근육은 허벅지와 종아리의 앞면과 뒷면, 엉덩이를 가리킨다. 무릎보호대와 축구화 스포츠 양말을 착용했을 때 그걸 뺀 나머지 살들이라 생각하면 된다. 등 근육은 뒷목부터 허리까지 이어지는 등판인데 프레디 머큐리가 입은 흰색 난닝구처럼 날개 죽지는 쏙 빠진 부분으로 보면 된다. 가슴은 빗장뼈라고도 불리는 쇄골 아래부터 양 갈래 갈비뼈까지를 아우른다.      



운동을 하겠다는 마음도 큰맘 먹고 했듯이 이왕 움직이려고 했다면 큰 근육부터 시작하는 게 효율적이다. 하체, 등, 가슴 순으로 번호표도 부여했다. 여성 지인은 늘어지는 뱃살 좀 어떻게 해달라는 둥, 나풀대는 팔뚝 살 좀 딱풀처럼 붙여달라는 둥, 여기에 맞는 운동부터 내놓으라 한다. 또 남성 중에는 갑바가 남자의 생명 아니겠느냐며 가슴 근육만 죽어라 못 살게 괴롭히는 경우가 있다. 초보딱지 붙여 운동하는 사람이라면 하체, 등, 가슴 서열대로 찬물 마셔야 근육도 시원하다 할 것이다.      


나야  때마침 허리 문제로 하체가 정상궤도를 넘어서서 근육이 예의를 갖췄다. 몸 전체 비율에 대한 미적 기준이 특별하거나 근육 만드는데 한나절 걸려도 괜찮다면 원하는 부위부터 운동해도 관계는 없다. 아파서 운동을 시작했지만 하다 보니 다홍치마도 찾게 되고 힘에다 몸매까지 두둑이 챙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샐러드가 몸에 좋다고 몸속에 들어갈 걸 미리부터 한데 뒤섞지는 않는다. 채소, 과일, 기타 재료들을 보기 좋게 구분지은 美적 감각이 味각도 살린다. 味각이 주동하면 다른 감각들도 호응한다. 근육이 작다고 후순위로 무시하는 게 아니라 큰 근육을 자극시키면 작은 근육까지 연대해 얻어 걸리는 효과를 누릴 것이다.      

      

가정이나 직장, 모든 조직에서도 서로서로 예의 차리면 전체적으로 아름다워진다. 변화의 기대를 하는 건 좋은데 오해는 말자. 근육이지 골격이 아니란 사실. 특별하게 태어난 골격까지 운동이 책임지지는 않는다.  나처럼 닭다리 모양의 팔과 다리, 원통형 몸통 등등은 어떻게 해보겠는데 짧은 다리 긴 상체, 광야 같은 어깨를 운동과 물물교환 할 수는 없다는 거. 이 역시 위아래 찬물이 역행하는 일이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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