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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Mar 21. 2022

몸 기둥뿌리 흔들리면 하체에 투자

한때 내 몸에서 천대받은 부위는 허벅지였다. 잘생기고 못생기고를 떠나 얼굴은 주먹, 목은 사슴, 손목과 발목은 청순가련형인데 그에 비해 허벅지는 눈치없이 굵어서다. 아파서 곤혹 치른 곳도 허벅지다 보니 하는 짓도 밉상이다. 전기뱀장어가 기어가는 환각이 느껴지는 듯했다. 그래도 미운 털 박힌 허벅지 덕에 휘트니스센터를 구경했으니 병 주고 약 줬다.


몸의 반란 주동자는 허리인데 지시받은 반역자는 허벅지였다. 허벅지의 앞면, 뒷면, 옆면을 통증으로 빈틈없이 채웠다. 삼면이 바다처럼 끝이 보이지 않던 허벅지 통증. 면에 이어 사타구니 선이 선명할 정도로 통증이 퍼졌다(방사통). 통상 허벅지라 하면 무릎 위 넓적다리를 말하는데 무릎 아래까지 영향력을 행사했다. 경치 좋은 둘레길도 아니고 종아리 둘레까지 감염병처럼 통증을 전염시켰다. 하지정맥류 수술도 받아 두 허벅지 안쪽엔 칼로 그은 자국이 서려있다.


게다가 지방질까지 두둑하다. 허벅지가 뛰니 망둥이인 엉덩이도 뛴다. 살이 가장 많은 이 두 곳을 난 무참히 차별했다(딴 곳 그저 그렇지만). 엄마도 거들었다. “날 닮았으면 몸이 턱진 곳 없이 매끄럽게 이어졌을 텐데 네 애비 닮아 엉덩이가 그리 넓대대 펑퍼짐 겨.”라며. 위로 인지, 자기자랑 인지, 옆집 자식 말하듯 했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엄마의 레퍼토리는 막을 내렸고 상황은 역전됐다. 엄마는 중앙집중형, 나는 지방분권형 몸으로. 엄마의 윗도리는 점점 장신((長身), 난 단신(短身)으로. 그 덕에 엄마는 숱하게 넘어져 몸이 찢어지고 부러지고 터진 적이 많다. 난 하체 지지대로 어쩌다 삐끗해도 무슨 일 있었냐는 몸이 되었다.


살면서 넘어지는 건 뼈와 근육만의 일도 아니었다. 몸부터 일으키고자 마흔 하나에 휘트니스센터에 입성했다. ‘스쿼트’란 말부터 배웠다. PT를 처음 받을 때 “네? 스커트요?”라고 되받아쳤던 그 스!쿼!트! 이 운동으로 내몸 개장식을 거행했다.


엉덩이 빼고 아래로 내려갈 땐 척추관협착증과 틀어진 골반으로 어르신이 지팡이 짚고 가는 모습이었다. 그때 장면을 촬영했다면 카메라가 흔들린 걸로 착각했을 것이다. 질병 탓만 할 것도 아니다. 사십 평생 허벅지에 '살'만 들여놓았으니 살만 했다는 거. 위로 일어날 땐 허벅지가 제 구실을 못해 주변 근육이 돕느라 흔들리는 건 매한가지였다. 고작 몇 개에도 진땀인데 PT선생님은 양쪽이 짝짝이라며 거울 좀 봐보라는 핀잔을 했다. 진땀 스쿼트, 한땀 한땀 꿰어야 보배인 건가. 거울 흘끗 보니 핀잔이 격하게 이해되었다. 가관이었다. 거울 안 봤음 꽤나 하는 줄 착각도 자유일 뻔.


생소한 휘트니스센터에 워낙 부끄러움도 많고 간 크기도 앙증맞아 PT 하기를 참 잘했다. 거울 속 나와 마주한 그날 이후 비용과 실력에 뽕 뽑기 대작전. 틈만나면 스쿼트를 위해 스커트와도 이별. 화장실이고 책상 옆이고 간에 내 머리는 아코디언 연주하듯 오르내렸다. 하기 싫다 싶으면 고맙게도 다리 저린 신호가 나타나 허벅지와 엉덩이의 합주를 벌였다.


이젠 허벅지에 싹 트고 엉덩이에 꽃 피는 스쿼트를 한다. 엉덩이 깊이나 척추를 세운 각도, 발의 보폭과 방향, 무게중심(바벨을 앞뒤로, 커틀벨을 중앙으로)으로 변타도 준다. 일상생활이나 집안일 할 땐 밭에 쪼그리고 앉아 일하던 그 옛날 어머니가 되어 근육에 의식을 심는다. 스쿼트는 근육 강화는 물론, 평소 내가 어떻게 걸었는지, 발바닥이 어떻게 떠받치고 살았는지, 자세까지 감지한다.


엉덩이는 몸의 메카이자 하체 운동의 꽃이다. 존재감이 워낙 큰 근육이라 남사스러운 부위랍시고 스리슬쩍 묻어가기엔 서운한 근육이다. 내 눈에 뵈질 않아 그렇지 면적으로 보나 기능으로 보나 신경 쓸 가치가 실로 다분하다. 한때 내 엉덩이는 배와 함께 나풀대는 옷 속에서 숨어 지냈다. 엉덩이 넓이와 부피가 놀림대상이자 스트레스였다(얼굴이 특히 작아 비교급의 놀림). 엉덩뼈는 고사하고 살만 빠졌으면 했다. 이젠 안다. 엉덩이의 막무가내 지방손실은 평야지대만 만들 뿐이라는 걸, 근력으로나 심미적으로나 국가적 손실이란 걸. 앞은 근육 빵빵인데 뒤는 납작만두라든지, 살은 쪽 뺐는데 엉덩이는 눈꼬리마냥 축 쳐진 상태는 아니니.     


입에 들어가는 건 많고 움직임은 적을 때 몸에서 첫 신호를 보내는 곳이 바로 배들레헴도 아닌 엉둘레헴이다. 몸은 연결된 완전체라 엉덩이 살은 허벅지와 옆구리를 바로 침범한다. 허리능선까지 타넘은 살과 바지에 공간만 남기고 떠나버린 근육이 절경을 이룬다.


엉덩이에는 대표적으로 대둔근이 있다. 우리 몸에서 권력을 행사할 만큼 지리적 조건도 좋다. 꼬리뼈와 골반 장골부터 허벅지 바깥사선까지 길게 내려온 근육이다. 그리 큰데도 웬만한 걷기로는 근성장에 크게 재미보진 못한다. 외관상 뒤태의 하이라이트이자 기능상 허리와 뒷다리를 지지해 꼿꼿하게 서게 한다. 다리를 뒤로 찰 때 자극된다. 놀이공원 자유이용권 마냥 입장 가능한 삶의 영역이 얼마나 되느냐는 내 엉덩이 근육에 달려있다. 허리나 무릎, 발목 부담을 덜어주는 게 엉덩이 근육이다. 달리기나 점프 동작, 코어 운동 모두 엉덩이 힘이 쓰인다.


하체 근육의 자극을 맛 본 후로는 땅에 떨어진 것 줍는 일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서랍 속 물건 꺼내기와 빨래 널 땐 또 어떻고. 물건은 손으로만 드는 게 아니라 하체가 거든다는 사실. 아이 어렸을 때 알았더라면 흘리고 쏟고 엎지르고 어질러도 세상 부드러운 엄마였을 텐데. 엉덩이 힘까지 기르니 몸 전체를 중심 잡는다. 삶에 있어서도 이곳이 중심지였다.


잘나가는 자식만 바라보거나 유독 아픈 자식만 신경 쓰면 멀쩡했던 자식도 요상해질 수 있다. 우리 몸 근육도 그렇다. 허벅지 하나만 고치려 했다면 임시방편 마사지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반대편도 보고 이면까지 헤아려야 기둥이 탄탄하다. 하체 근력이 전해주는 메시지가 참으로 크다.


그동안 아파도 멀쩡한 척 했다. 그랬던 허벅지가 돌덩이 꿀벅지가 되었으니 멀쩡하지 않은 건 매한가지. 멀쩡하지 않은 사람들이 흔들려 넘어지더라도 받쳐줄 수 있는 몸이 되었다. 허벅지와 엉덩이가 이웃 근육들도, 내 삶 근육도 먹여 살리는 터줏대감이다. 운동의 1번 타자가 왜 하체인지 몸 집의 장손인지, 살면서 두고두고 느낀다.


하체에 돈 묻어 놓고 5년이 지난 지금까지 꾸준히 하는 걸 보니 PT 받은 뽕은 뽑았다. 뽕이 뭐야, 통증 없이 종일 앉아 일하고 퇴근해 이렇게 글도 쓰니 이자까지 챙긴 셈. 이젠 어느 부위고 가릴 것 없이 내 몸을 온전히 사랑한다. 허벅지가 날 살렸다. 효녀가 따로 없다.





< 스쿼트 >


기본 스쿼트 잘 하고 무릎에 무리 없는 사람들


(와이드) 고관절 가동범위에 따라 보폭은 어깨너비의 1.5배나 2배로 벌려 스쿼트.

(풀,Full) 기본 스쿼트 보다 발과 무릎방향은 바깥을 향하고관절 형편 따라 엉덩이 깊게 앉는다.

(밴드) 무릎에 밴드 끼고 밴드 탄성 저항으로 스쿼트.

  ③-1. 두  다리 바깥 향해 기본 스쿼트

  ③-2. 무릎 약간 구부려 꽃게처럼 옆으로 이동. 음악에 리듬 맞추든 집안 구석구석을 이동하든 급한 성질도 고칠겸 중둔근도 자극할 겸.



< 런지 >


(기본) 두 발 11자 골반 너비로 벌려 한 발을 앞(뒤)로 뻗어 다리가 직각 되도록 앉았다 일어난다.

(앞도구) 스텝박스(계단)를 딛거나 덤벨(아령)을 들고 런지를 한다.     

(뒷도구) 한쪽 발등을 의자나 탁자 위에 걸쳐 놓고 런지를 한다.

 * 다리모양은 런지이나 정식 이름은 ‘불가리안 스플릿 스쿼트’ 이다


지지하는 앞다리에 무게를 실을수록, 보폭이 클수록 엉덩이 자극이 크다. 운동 초기 땐 걸으면서 하는 워킹런지도 좋다. 몸도 힘들고, 남들 시선도 힘들어 혼자 하긴 쉽지 않지만.  



< 힙 어브덕션(hip abdution) >


(기구_대둔근) 상체를 앞으로 숙여 양손은 의자 가운데 잡고 무릎을 바깥으로 벌려 대둔근을 자극한다.

(기구_중둔근) 상체를 세워 양쪽 손잡이 잡고 무릎을 바깥으로 벌려 중둔근을 자극한다.

(밴드_허벅지) 집에서 의자에 앉아 허벅지에 밴드 끼고 기구와 동일한 방법으로 한다.   

(밴드_발목) 바닥에 엎드려 양 발목에 밴드 끼고 두 손등은 포개 이마에 갖다대고 발뒤꿈치 붙여 다리를 벌리면서 들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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