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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Mar 21. 2022

드럼통 몸에 통증까지 난리면 등에 투자

한때 목과 허리를 기점으로 사지가 쑤시는 통에 팔다리만 몹쓸 놈이라 생각했다. 집에 나뒹구는 소주병이 경락 마사지 둔갑해 팔다리만 풀었다. 운동할 때도 팔다리를 어떻게, 얼마만큼 구부리고 펼까만 신경 썼다. 헌데 등 근육이 제 역할을 할 때와 아닐 때 몸의 반응은 현저히 달랐다. 상체든 하체든 등이 버티는 정도에 따라 운동 자세는 딴 세상이다. 등이 지지하는 정도에 따라 근육 붙는 속도도 달랐다. 등은 배와 이웃사촌이라 협동조합을 이루면 지지력을 넘어 몸통으로 우뚝 선다.   


등의 큰 근육으로 광배근과 승모근이 있다. 광배근은 옆구리에서 어깨와 척추까지를 잇는 몸통이고, 승모근은 뒷목부터 등 가운데까지를 연결한 마름모꼴 근육이다. 몸이 드럼통일 때 존재감을 드러냈던 곳이자, 일 좀 했다 하면 아픈 티 팍팍 내는 곳이다. 여성용 속옷 밖으로 군살을 무참히 내모는 근육이랄까. 임신 때 체중이 22kg 늘은 탓에 출산 후 몸통은 소금에 절인 배추 같았다. 이젠 가만히만 있어도 느껴지는 자극점이 되었지만.  


등 근육은 어떤 운동이라도 양 손을 몸 쪽으로 당길 때 단련된다. 허리가 부실해 등이 언덕배기처럼 말리거나 손이나 팔 힘으로 하려들면 등 근육엔 깜깜무소식이 될 수 있다. 팔뚝살 좀 빼겠다고, 알통 좀 선보인답시고 팔운동부터 시작하면 안 되는 이유다. 허리힘과 손에 쥐는 악력이 받쳐주면 등 근육은 과속운전도 가능하다. 간단하게 덤벨 잡고 몸 쪽으로 끌어당기기만 해도 좋다. 내가 몇 kg을 들었네 보단 자세와 반복이 등 근육의 핵심이다.


세계 3대 산맥으로는 총 길이로 따져 안데스, 히말라야, 로키 산맥이 있다. 근력운동은 큰 근육으로 따져 스쿼트, 데드리프트, 벤치프레스가 있다. 데드리프트는 상체나 하체, 어디 하나 편중되지 않고 엉덩이, 허벅지, 팔과 함께 고루 발달시켜 등의 대표상품이다. 고관절과 무릎을 얼마나 접고 펴느냐에 따라 자극점도 달라지니 변타의 묘미로 질리지 않는 메뉴다. 데드리프트. 죽을 상황에서도 들어올려 줄 것만 같은 이름.                  


휘트니스센터에서 등 운동 인기 종목으로 '렛풀 다운'이 있다. 운동 좀 하는 사람이든 초보자든 생긴 것 자체가 잡아당기면 그뿐이라는 만만함에 줄을 선다. 풀다운(full down)은 아래로 당기기, 렛은 광배근(latissimus dorsi, LAT)이니 말 그대로 아래로 잡아끌어 광배근을 자극하면 게임 끝. 말은 쉽다. 다들 굉음 내며 야심차게 잡아당기는데 광배근에 승전보를 울린 건지는 글쎄다.


렛풀다운 운동을 제대로 하느냐 마느냐, 그 기로에는 등과 팔이 있다. 즉, 광배근이냐 이두근이냐의 갈림길이다. 하늘에 대롱대롱 매달린 긴 바(bar)를 양팔 벌려 잡고 어떻게 끌어 내리느냐에 따라 등운동과 팔운동의 운명이 갈린다. 바와 상체가 가까울수록 등근육이 자극되고, 멀어질수록 팔근육이 자극된다. 몸이 기구에서 멀어지면 팔꿈치가 뒤로 빠져 팔 힘을 쓰고 바(bar) 가까이 몸통과 팔이 일직선일 때 광배근이 자극된다. 잡아당기는 손, 손목, 팔, 목, 어깨는 살포시 얹은 느낌으로 긴장을 푼다(손목 말아 쥐기와 꺾기 금지).


이리도 내가 등 근육에 집착하는 건 삐딱선 탄 척추로 목과 어깨 통증의 무단침입도 있지만 등과 옆구리 라인도 공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등이 내 가시권에 없다고 등한시하지 말자. 나무의 나이테와도 같은 게 사람의 뒷모습이다. 내가 좋아하는 신은 ‘아프로뒤태’요, 좌우명은 ‘꺼진 등도 다시 보자’이다. 공부의 신처럼 등도 꾸준히 단련하면 ‘등신’ 된다.


세상 등쌀에 못 이길 때 불만을 끌어당길 게 아니라 땅에 놓인 봉이나 하늘에 매달린 봉을 잡아당길 노릇이다.




종합선물세트 격인 '데드리프트'를 소개한다.


 (기본) 바벨을 골반너비보다 넓게 벌려 잡고 상체를 숙여 바벨을 아래로 내렸다가 들어올리는 동작

(루마니안) 무릎 구부리고 상체 숙여 허벅지 중간쯤에서 정강이 중간까지 살에 스치듯이 바벨을 내렸다 올린다. 몸과 바벨이 멀어질수록 엉덩이보단 팔 힘을 쓴다. '기본'과 '컨벤셔널' 데드리프트의 중간 난도다.   

(컨벤셔널) 스쿼트 비슷한 앉은 자세에서 발등 위에 놓여진 바벨을 잡고 엉덩이와 상체를 일으키며 들어올린다. 무릎과 고관절이 가장 많이 접히는 만큼 엉덩이, 허벅지 자극도 최강이다. 역도 자세에서 착안해 굵고 짧게 전신 근육 쓸 때 효과적이다.         

 (스티프레그) 두 발은 모으고 다리는 편 상태에서 바벨을 들어올린다. 발 간격이 좁을수록 무릎 관절을 펼수록 엉덩이와 햄스트링 자극이 크다.


그밖에, 스모 데드리프트나 클린 데드리프트가 있지만 워낙 고강도라 선수급들에게 맡기고 난 선수쳐서 등지는 걸로.


상체는 등이 굽지 않게 허리  상태를 유지한다. 이때 광배근, 척추기립근, 승모근, 전완근, 악력까지 자극된다. 시선은 대각선 앞쪽을 바라봐 뒷목부터 허리까지 일직선.


집에서는 바벨 버금가는 물건(세제나 간장) 들고 하거나  한 발 데드리프트를 한다. 의자 등받이를 잡거나 팔 벌려 균형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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