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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Mar 21. 2022

정면승부 몸 되려면 가슴에 투자

등에서 바통 받아 상체의 큼지막한 근육인 가슴 차례가 왔다. 담 넘은 어깨도 궁금할 것이다. 어깨는 가슴과 등 모두에게 작용한다. 교통방송에서 흔히 듣는 나들목 분기점이다. 문 열고 들어갈 때 ‘미시오’와 ‘당기시오’가 있듯이 밀고 들어간 건 가슴 근육, 당겨 들어간 건 등 근육의 짓이다. 당기는 것보단 미는 게 덜 힘들고 인간은 앞으로 나갈 때 스릴을 느낀다. 하여 어깨운동은 시간 없으면 가슴운동에 붙인다.


내 몸에서 가장 먼저 난리 난 곳은 하체라 했다. 신경차단술과 하지정맥류 수술도 여러 차례 받고 바른 자세를 위해 사무실 책상 밑에 붙은 키보드 트레이도 뗐다. 집에서는 노트북을 이용해 오리 엉덩이가 되지 않도록 신경 쓴다. 샘을 부릴 걸 부려야지, 하체 통증 잡으니 상체가 말썽이다. 얌전한 키보드 책상 부뚜막에 앉혔더니 상체 통증으로 불씨가 옮겨 붙었다. 통증이 거꾸로 솟을 일.


뒷골목 "형님~" 태세로 키보드를 두들기니 통증은 어깨부터 상반신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녔다. 어깨가 분기점이긴 했다. 교통체증을 겪는 통증. 하체가 지나온 길을 그대로 밟았다. 주말마다 어깨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았다. 내가 주사 잘 맞는 체질인 줄 아는데 주사바늘과 약물침투력보다 통증이 몇 수 위였다. 인내심 역시 하수인지라 주사도 맞고 도수치료도 받고 경락마사지도 받고 흐르고 흘러 운동 종착역에 다다랐다.


인내심이 시답잖아 다행이다. 그 덕에 운동 했으니. 주변엔 어깨에 암반 키우는 사람들이 수두룩 했다. 가슴근육은 어깨 암반에 끌려 다니는 신세다. 가족부터 챙기는 어머니들이 그렇고 음지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그랬다. 통증으로 어깨가 말려들어가니 가슴은 더 움츠려들고, 팔은 올라가지 않는다. 통상 가슴운동은 하체와 등에 이은 3순위지만 내겐 특별하다. 어깨에 돌덩이를 키우느니 가슴에 갑바를 심겠다는 심보로 팔을 밀어부쳤다.


가슴운동 대표 브랜드로 ‘벤치 프레스’가 있다. 휘트니스센터에서 긴 의자에 누워(완전히 또는 경사) 바벨 잡고 위로 밀어 올리는 것이다. 남성용 기구는 아닌데 희한하게 내 앞뒤로는 남성들이 줄 선다. 벤치프레스는 가슴을 내밀어 허리와 바닥 사이에 주먹 하나 들어갈 정도로 띄운 상태에서 양팔 직각으로 바벨을 넓게 잡아 가슴 위치에서 등과 평행하게 위로 미는 동작이다. 가슴(대흉근) 뿐 아니라 팔(삼두근)과 어깨(삼각근) 등 상체 대부분을 건드려 가슴운동의 국보라 할 수 있다.


헌데, 운동 초반에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 휘트니스센터에서 벤치에 벌러덩 눕는 게 민망하기도 하지만 어깨를 눌러 놓고 손목을 꺾지 않은 상태에서 바닥과 수평으로 가슴 위를 그대로 민다는 게 근력이 웬만큼은 받쳐줘야 하기 때문이다. 내민 가슴의 가동범위도 최대한 활용할 겸 가벼운 덤벨로 실력을 갖춘 뒤 당당히 벤치에 드러누워도 좋다.


집엔 벤치가 없어 폼롤러 위에서 덤벨 프레스를 한다. 폼롤러에서 굴러 떨어지지 않으려고 등, 엉덩이, 코어에 힘도 주고 기댄 등은 안마까지 된다. 양팔 90도에서 쭉 뻗어 올리는 덤벨프레스 외에도 양팔 뻗어 가슴 위로 포물선을 그리는 덤벨 플라이도 좋다. 가슴을 단단하게 해주는 것과 동시에 팔과 복근에도 영향 미쳐 외모가 정리된다.


아이 낳은 후 ‘가슴’은 '밥통'이나 '놀잇감' 개념이었다. 27개월 직장 모유수유로 아이의 밥이 되고 다 먹은 그릇은 장난감이 되었으니. 모유가 쏙 빠진 공간에 이젠 근육이 들어찼다. 총알도 튕겨나갈 정도의 온전한 내 몸, 나와라 오바! 나왔다 갑바!(가슴운동으로 분류되는 푸시업은 다음 글 참조).


어깨에는 반팔 티셔츠 소매마냥 ‘삼각근’이라는 근육이 앞, 옆, 뒤로 삼각형을 이룬다. 어깨관절의 주동자이자, 가슴근육의 비서라 할 수 있다. 이 근육을 잘만 다루면 ‘옷발’까지 건진다. 아마 한복 저고리를 걸치고 운동해도 맵시날 것이다. 자세를 제대로 한다는 조건 하에 따르는 미용효과다. 팔을 들어 올릴 때 우거지상이 되든 괴성을 지르든 몸통이 따라 움직이거나 어깨가 들리는 것만 자제하자. 팔을 높이 올리는 것보다 중요한 게 어깨를 낮추는 것이다.


이렇듯 어깨 운동은 팔을 위로 들어 올리는 것과 미는 동작이 있다. 들어올리는 건 덤벨 잡고 앞이나 옆으로 들어 올린다(덤벨 프론트/레터럴 레이즈). 각각 앞과 옆의 삼각근을 발달시키는 거라면 상체 숙여 바닥 보고 옆으로 들어 올리는 건(벤트오버 레터럴 레이즈) 뒷면 삼각근을 발달시킨다. 미는 동작으로는 흔히 하는 양팔 90도로 머리위 쭉 미는 동작(덤벨 숄더 프레스)과 바벨을 넓게 잡고 얼굴 앞이나 뒤통수에서 밀어 올리는 동작(바벨 프레스)이 있다. 마치 내 몸이 포크에서 젓가락으로 갈아타는 것 같다.


아픈 쪽 어깨는 올라가게 마련이다. 귀와 가까워진다. 어깨 높이는 삶의 부익부빈익빈 지표 같다. 어깨가 짓눌리고 말려들어가면 고개까지 잡아끌어 숙이게 한다. 기 죽이는 자세가 된다. 가슴 근육과 어깨 근육은 상체를  들어올려 준다. 가슴이 하늘 향해 선창하면 어깨, 척추, 골반도 정렬된다. 누군가가 "어깨 내려, 배 집어넣어, 허리 세워, 엉덩이 말아"라고 말한 것처럼.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가슴은 그 자세를 기억한다. 머문 자리도 아름답게시리.


문요한의 <이제 몸을 챙깁니다>에서도 어깨가 구부정한 자세보다 어깨 펴고 바른 자세를 취한 사람이 두 배나 더 오래 문제를 붙들고 있었고 낙관적인 생각과 사고의 확장까지 나타났다는 연구를 소개했다. 플라톤의 원래 이름도 ‘아리스토클레스’였다고 한다. ‘넓다’는 뜻으로 프로레슬러였던 플라톤인지라 학자들은 ‘어깨가 넓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본다. 철학도 가슴으로 하는구나.


가슴을 펴면 바람을 정면으로 맞는다. 어깨가 오그라들 땐 등이 바람 맞는다. 난 바람에 등 떠밀려 행동하는 인간이었다. 가슴과 어깨 쫙 펴니 고개까지 치켜든다(조류가 아닌 이상 불편해서라도 고개는 쳐들게 된다). 이제 어떠한 바람이 내 가슴을 후려치더라도 일단 멈춤, 정면 승부다! 눈이 시린 맞바람이더라도.


이젠 젖가슴도 밥통도 아닌 대흉근으로 당당하게!



푸시업 챕터에 있지만 가슴운동으로 사진만 도용

어깨 챕터에 있지만 대흉근, 전거근, 말린 어깨에 모두 좋은 운동, 벤치프레스와 플라이는 양손에 덤벨만 잡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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