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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Mar 21. 2022

뱃심으로 살려면 배에 저축

식스팩이란 단어를 휘트니스센터 드나들며 처음 들었다. 마흔 넘어 귀가 틔었다는 소리다. 말은 들었어도 그림이 안 그려져 바람따라 스쳐 지났을 수도. 늘상 다루던 팩은 기껏해야 찜질팩이나 비닐팩이었으니. ‘배밀이’라도 하는 게 어디냐는 식이라 식스팩을 염두하고 운동할 리 만무하다. 배는 허리 보조자요, 시소게임에 놀아나는 몸 받침에 불과했다.     


식스팩은 고사하고 배에는 임신 때 생긴 유물이 있다. 튼 살로 난도질당한 내 배를 보고 엄마는 “네가 할머니”라며 놀리곤 했다. 안쓰러움은커녕 젊은 피부에 엄마 입가엔 미소 살이 텄다. 튼 살 머금은 내 뱃살은 불독(Bulldog) 같았다. 개의 흘러내린 볼살과 닮았기 때문이다. 나조차 풍선 바람 빠진 배가 보기 싫었다. 운동하기 전까지 내 배는 세상 구경 해 본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배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헐렁 티셔츠를 천막 삼아 수십년간 은둔생활 했다.  


운동 우선순위로 치면 배가 등에게 밀린다. 등과 배는 이웃사촌이라 등 운동을 하다보면 배 근육도 자극된다.

등과 배는 ‘척추기립근’이라는 38선을 사이에 두고 있다. 그동안 배 운동은 하체 대근육 운동할 때 덤인데 뭘 굳이, 라며 비서 노릇만 시켰다. 내가 그리 바쁜 사람도 아닌데 끼워주는 상품으로 복근을 취급하기엔 예의가 아니다. 배는 다른 운동에 비해 쉽고 근육통도 없다. 뿌린 만큼 거두고 들인 만큼 힘이 나온다. ‘위드 코로나’와 더불어 몇 년째 운동하니 ‘위드 코어’로 변종 되었다. 백짓장도 맞들면 나으니 배는 등 운동과도 한 배 타게 되었다.


복근은 근력운동 할 때 쓰는 근육(‘속근’)과 달리 걷거나 달릴 때 쓰는 근육(‘지근’)질이다. 쉽게 지치지 않고 회복력도 빠르다. 연타로 할수록, 운동 사이 쉬는 시간이 짧을수록 좋다. 처음에는 복근운동들 간에 10초를 넘기지 않는 걸 목표로 하다가 그 다음은 5초, 현재는 직행이다. 가지 수도 횟수도 늘었다. 배에 쥐 나고 뒷목 잡으며 헥헥대던 게 엊그제 같은데.


복근은 웬만한 스포츠 동작에 도움닫기도 되지만, 무엇보다도 일상에서의 만족도가 크다. 나이 들수록 떨어진다는 신진대사, 가만히 있을 때 칼로리를 소모하는 ‘기초대사(신진대사 중 약 70%)’를 바쁘게 한다. 소화제나 변비약 먹을 일도 없다. 하체 운동처럼 큰 맘 먹을 필요도 없다. 손길 따라 줏대 없이 휘청대던 뱃살이 이제 문질러도 제자리를 고수하며 단단히 버틴다. 손길이 닿지 않아도 서거나 앉은 자세에서 복근이 곁에 있음을 느낀다.


가장 대표적인 복근 운동으로 ‘크런치’가 있다. 윗몸일으키기를 절반만 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늘 보고 누워 허리는 바닥에 붙인 채 상체를 들어 올린다. 언뜻보면 체력장에서 윗몸일으키기를 깨부리며 깔짝대는 것 같다. 최대한 상체를 올려 배에 통증이 느껴지면 변화의 신호탄이려니 한다. 다리는 들어 90도로 접거나 쭉 뻗어도 좋다. 복근은 느림의 미학 분야다. 목적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몇 개를 했느냐보다 뱃살 접어 몇 번 아팠느냐를 따진다.  


운전 실력이 늘면 몸은 무의식, 정신은 의식으로 유체이탈 된다. 크런치를 하며 신문을 소리내어 읽을 때 그렇다. 말하는 울림통도 달라졌다. 호흡에 집중하는 힘도 생겼다. 복근운동 역시 호흡이 중요하다. 얼굴 시뻘게질 정도로 용쓰며 상체를 들어올리면 나도 모르게 숨을 참는 수가 있다. 숨을 내뱉어야 배가 들어가 상체를 더 올린다.


어느 순간부터 내 배에도 식스팩 비스므리가 생겼다. 근육 붙어보니 근육 보는 눈도 생긴다. 배가 논밭처럼 갈라지면 모두 근육인 줄 알았는데 깡말라서 생긴 구역과는 다르다. 딱딱한 건 다 근육인 줄 알았는데 지방이 잔뜩 껴서 단단해진 뱃살과는 다르다. 내장지방이 복근을 지지해 지방이 크는대로 덩달아 단단해진 짝퉁.


내 마음 같지 않은 게 세상이고 또 내 몸이다. 구길 건 인상이 아니라 다름 아닌 배! 원기둥 같던 몸이 모래시계로 변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문화재 보존 차원에서 오늘도 복근 달달 볶으며 속 태운다. 배보다 배꼽이 크도록.


속근육까지 합쳐 10팩을 만들든 6팩을 만들든 바둑판을 만들든 젓가락을 만들든 인생 살아가는 데 뱃심은 있고 볼 일이다.





복근은 4개다. 가운데 세로로 늘어진 복직근, 양쪽 사선으로 된 복사근(내/외), 가장 안쪽의 복대 같은 횡복근이다. 호흡은 상체든 다리든 위로 올릴 때 내쉬고 내릴 때 들이마신다. 아래 운동을 30회씩 연속할 때 12분~15분정도 걸린다(과식 후 주의, 머리 산발 주의)


< 복직근(윗배) 운동 >

 (기본 크런치) 무릎 접어 바닥에 발 붙이고 상체를 들어올린다.

  - 손은 머리뒤 깍지나 귀옆에 살짝 갖다대고 바닥에서 어깨뼈를 뗀다.

  - 목에 힘 들어가지 않게 시선은 다리사이 천장 정도 바라본다.

(다리올려) 상체 일으키며 두 손바닥으로 다리를 쓸어 올린다.

  - 두 손 높이의 변화로 복근의 힘을 알 수 있다. 힘들면 다리는 테이블탑 자세.  

(다리바닥) 고관절 열어 다리 다이아몬드 모양에서 상체를 일으킨다.


 < 복직근(아랫배) 운동 >

(레그레이즈) 허리를 바닥에 붙인 채 두 다리를 올렸다가 내린다.

  - 두 다리를 뻗을수록 천천히 내릴수록 자극이 크다.

(리버스크런치) 기본 크런치 자세와 반대로 상체가 아닌 엉덩이를 들어 올린다.

  - 무릎 접은 두 다리를 바닥으로 다시 내릴 때 천천히 버틸수록 자극이 크다.     

(시티드니업) 엉덩이 뒤편에 손바닥 두고 상체를 고정한 상태에서 무릎을 가슴쪽으로 당긴다.

  - 상체는 세울수록 무릎은 위로 올릴수록 자극이 크다. 하복부와 상복부 모두 자극 된다.


< 복사근(옆구리) 운동 >

(오블리끄크런치) 크런치 자세에서 접은 무릎을 바닥으로 내려 옆구리가 천장 바라본 채로 한다.

(라테랄사이드업) 옆으로 누워 아래팔은 옆구리, 위팔은 뒤통수 또는 길게 뻗어 상체를 옆으로 올린다.

(바이시클메뉴버) 두 다리는 테이블탑, 상체는 올린 상태에서 팔꿈치와 무릎을 엇갈려 터치한다.  


그외 '사이드 밴드'와 '행잉레그레이즈' 등이 있지만 기껏 누워 하다 발딱 서서 할 이유도 없고 행잉은 지나가다 철봉이 눈에 띠면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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