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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Mar 21. 2022

밀당의 고수 되려면 푸시업-풀업에 투자

난 아인슈타인 상대성 이론에 덕 본 사람이다. 시간과 공간, 물질, 에너지가 합체된 개념과는 거리가 멀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아프기 전후, 근력과 체력 전후가 성형수술 광고마냥 상대성 비교에 재미 좀 봤다. 신체 부위별로, 들어 올리는 무게별로, 컨디션별로 보는 관점도 다양해 동작 하나만 보더라도 비교 꺼리가 줄 섰다. 이런 몸의 변화를 보는 건 동물원 쇼만큼이나 신기한 일이다. 운동은 타인과의 비교를 내 몸으로 돌린다. 어제와 오늘도 비교하니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는 삶의 원리다.


상대성 원리에 최강을 꼽으라면 푸시업(팔굽혀 펴기)이다. 양손을 바닥에 대고 조금씩 밀기 시작했다. 어느날 ‘푸시업’ 형체를 드러내며 진화하기 시작했다. 형체로 말할 것 같으면 내 팔은 닭다리 모양이었다. 팔꿈치에서 팔목까지는 가녀린 소녀, 팔꿈치에서 어깨까지는 퍼프소매 모양이었다. 팔이 승마바지를 입은 꼴이었다. 양팔 벌리면 펠리컨(pelican) 주둥이마냥 덜렁댔다. 민소매 티셔츠는 집에서만 허용되던 천쪼가리였다. 작디 작은 손이 너덜너덜한 팔을 짊어지니 팔 힘은 할 말 다했다. ‘가방을 둘러멘 그 어깨가 아름다워~’ 노래처럼 가방은 어깨 몫이지 손으로 드는 건 아닌 게다.


오징어 어깨, 거북목, 전기뱀장어 통증으로 바다라도 뛰어들 판이었다. 가뜩이나 성격도 예민한데 볼트(volt)를 한층 더 높였다. 이러다 주변까지 감전시킬성싶어 상체근력을 키우기로 했다. 덜고 싶은 부담 만큼 기구 무게도 올려보고 손에 잡히는 건 잡아당기고, 들었다놓고, 매달려도 봤다. 진정한 변화는 거추장스러운 준비가 필요 없는, 바로 푸시업에서 나타났다.


운동 상류층만 누릴 줄 알았던 바닥 공기. 벽을 밀다가 그 벽을 넘어 바벨이나 테이블을 잡다, 두 손바닥이 바닥과 만나게 되었다. 무릎 대고 하다가 매트 깔 것도 없이 두 발도 바닥과 딯았다. 중력에 순응하며 밑바닥 인생까지 올 줄이야. 두 손이 바닥을 밀면서 통증도 밀려 나갔다. 내 몸에 스테로이드를 밀어넣지 않아도 된다. 신경차단술을 받던 시절 역시 조선시대 이야기처럼 밀려 나갔다. 푸시업이 정신적으로 거슬리던 신경을 차단했으니 뉴노멀 신경차단술인 셈.  


모유수유를 27개월 했다. 영양도 영양이지만 짐 보따리 없이 맨몸으로 다니는 게 메리트다(돈과 힘 모두를 줄인 알뜰상품). 푸시업도 마찬가지다. 몸 길이만한 공간만 있으면 된다. 모유처럼 전신에 영양을 공급한다. 물렁살을 근육으로 치대어 밀도를 높인다. 오로지 땅과 눈 맞아 은밀히 밀고 당긴다. 몸을 띄워 힘과 균형을 조절하는 몸짓이다. 두 손, 두 발 호흡이 척척 맞아들어갈 땐 자신감을 푸시(PUSH)하고 자존감을 업(UP)시킨다.


푸시업은 체중계다. 굽혔다 펼 때 팔의 떨림이 얼추 늘어난 몸무게다. 하체, 등, 가슴 같은 지역구 운동과 달리 푸시업은 전국구 운동이다. 목부터 등을 거쳐 발목까지의 능선을 느낀다. 완만한 일자 경사가 되었으면 요이땅. 복근이 떠받치질 못하면 허리가 푹 꺼지고, 허벅지가 지탱하지 못하면 엉덩이가 내려앉는다. 바닥과 팔의 한 판 승부. 팔의 기가 눌리면 어깨도 풀이 죽는다. 푸시업은 연쇄반응이라 각자 제 몫을 다 해야 한다. 근육들의 화음 섞인 합창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철학자이자 다양한 운동을 시도한 데이먼 영도 그랬다. 컬 바를 들어 올리거나 엎드려 팔굽혀펴기를 하는 사람들은 고대그리스의 원형을 보여주는 것이며 단순히 자만심이나 허영 때문이 아니라고. 갈수록 눈에 띄게 발달한 근육은 육체를 뛰어넘어 더 높은 차원의 법칙을 이해했다는 의미라고. 엎드려 팔굽혀펴기는 몸으로 하는 예술에 속한다고 했다.(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지적으로 운동하는 법」, 데이먼영, 프런티어, 136p, 143p) 이승헌의 <내 영혼의 푸시업>에서도 푸시업이 체력, 다이어트, 지구력, 인내력, 집중력을 기르는데 효과적이라 했다.


누군가는 전쟁 중에도 죽음 앞두고 글을 썼다고 한다. 나도 "잠깐! 오늘 푸시업 아직 못했는데요." 하는 건 아닌지. 푸시업은 2018년 1월 하루습관으로 등재 됐다. 그동안 개수에 차이는 있을지언정 팔 굽히는 데 의지를 굽힌 날은 없었다. 닭다리 팔뚝일 땐 살갗 드러내기가 보는 사람이나 입는 사람 모두에게 민망한 일이었다. 이제는 퀸의 프레디 머큐리처럼 팔뚝 내놓는 게 자연스럽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하정우는 달리기와 걷기로 땅과 씨름했다.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삶, 모두가 맨몸으로 씨름한다. 그 어떤 것에도 의존하지 않고 그 무엇도 걸치지 않은 맨몸. 온몸을 들어 올릴 힘과 땅을 밀어붙일 힘만 있으면 앞길도 거침없이 나가리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던 푸시킨, 걷는 하정우와 뛰는 하루키에 나는 푸시퀸이다.


푸시업이 되니 그렇게나 하기 싫었던 플랭크가 나름 쉬워졌다. 사람이 어디 밀어부치기만 하면 쓰나. 푸시업이 전신 운동이라지만 가슴 운동에 속하니 전신이면서 등 운동도 나서줘야지. 그래서 하게 된 게 풀업(턱걸이)이다. 두 손으로 온 몸 끌어당기는 풀업이 되니 두 발까지 땅에 붙인 푸시업이 수월해졌다. 죽이 척척 맞아들어가는구나.   


밀고 당기는 힘을 저축해 그런지 폴댄스, 클라이밍, 플라잉요가라는 젊음 아이콘 운동도 밀어부치게 되었다. 팔팔한 나이 땐 철봉이고 사람이고 간에 매달리지도 못한 내가, 나이들어 밀당을 즐긴다. 밀고 당기는 게 인생이거늘.   






< 푸시업 경과 >

1. (벽 밀기) 벽과 상체는 최대한 가까이 하체는 최대한 멀리 두고 벽을 민다.

2. (선반 밀기) 무릎을 바닥에 대거나 뻗어 걸친 바벨이나 탁자르르 민다.

3. (암워킹, arm walking) 서서 두 발은 고정, 두 손은 바닥 짚고 기어가 팔굽혀 펴기.

4. (맨바닥) 횟수를 하나씩 늘리거나 발 지면을 더 높인다. 푸시업바도 이용한다.

5. (영혼) 내려갈 땐 가슴 확장 들숨, 올라올 땐 굽은 등 배 쪼글 날숨.

  - 양팔 넓이(좁을수록 삼두근)와 깊이(올라올수록 승모근)를 입맛대로 조절한다.


< 풀업 경과 >

1. 철봉에 양팔 만세로 오래 매달린다.

2. 점프해 올라갔다 버티면서 내려온다.

3. 철봉에 양팔 90도 접어진 상태로 매달린다.

4. 철봉 위로 머리 올려 오래 매달린다.

5. 2~4번을 각각 5초동안 유지한다.

6. 봉에 밴드 걸고 발 하나 끼워 턱걸이 .

7. 1개 성공했다면 자세 신경쓰고 한다.

  - 가슴 들어 봉에 갖다대는 느낌으로 등 근육 이용, 코어에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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