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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QA가 되었는가

5년 차 QA의 소회

by 침착이

왜 QA가 되었는가


저는 QA 전공자가 아닙니다. 품질 보증이라는 단어조차 몰랐던 시절, 나는 그냥 게임이 좋았습니다.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것을 넘어 대학생 때 직접 친구들과 모여 새벽까지 키보드를 두드리며 작은 게임을 만들고, 다양한 예외 케이스를 이야기하며 기획을 수정하던 그런 순간들이 즐거웠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 ‘버그 찾기’가 훗날 내 직업이 될 줄은.


게임을 만들다 보면, 처음 구상한 멋진 세계가 실제로 구현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틈이 생깁니다. 캐릭터가 땅속으로 꺼지거나, 미션이 시작되지 않거나, 특정 상황에서만 발생하는 기묘한 오류들. 이런 결함은 플레이의 몰입을 깨뜨리고, 게임이 전하고자 한 즐거움을 무너뜨립니다. 그 순간 저는 알았습니다. 좋은 게임 뒤에는 반드시 문제없는 게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걸 끝까지 지켜내는 사람이 바로 QA라는 것을.


QA의 마음가짐은 간단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QA가 발견하지 못한 버그는 유저가 발견한다."
그래서 QA는 의심이 많아야 합니다. ‘설마 이런 상황이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수십 번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누군가는 절대 시도하지 않을 조합과 방법을 실험합니다. 개발자가 놓친 균열을 찾아내는 집요함, 완성도를 지키겠다는 책임감, 그리고 게임을 사랑하는 마음이 동시에 필요합니다.


요즘 QA는 단순히 ‘버그를 찾는 사람’이 아닙니다. 모바일, PC, 콘솔을 넘나드는 크로스플랫폼 시대, 수많은 디바이스와 네트워크 환경, 그리고 전 세계 동시 출시가 당연해진 지금, 품질 보증은 게임의 생존과 직결됩니다. 출시 후 첫인상은 다시 만들 수 없고, 한 번 잃은 평판은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이 치열한 시장에서 QA는 단순한 점검자가 아니라, 게임의 마지막 디자이너이자, 출시 후 브랜드를 지키는 최전방 수호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QA를 선택했습니다. 그저 게임을 좋아하던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게임을 더 오래, 더 완전하게, 더 사랑받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명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게임 리뷰도 QA 활동의 확장입니다. 많은 도움과 응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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