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74) 봄 눈이 그쳐도

사랑, 늪에 빠지다

by 이주형

봄 눈이 그쳐도

- 사랑, 늪에 빠지다 -


내게도 봄눈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냥 봄눈처럼 빨리 녹을 줄 알았습니다

앙상해진 가지들을 잠시 품어주고 말거라 생각했습니다.

겨우내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듯 그렇게 금방 지나갈 거라 생각했습니다

일회용 밴드처럼 그냥 시간이 되어 떼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게 봄눈인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봄눈이 쌓일 거라고는

흔적이 그렇게 오래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수없이 지우고 지우고 또 지워도

오히려 메아리는 더 크게 돌아왔습니다

끝을 알 수 없는 메아리

깊이를 알 수 없는 메아리

그 속에 내가 빠질지는 나도 몰랐습니다


잊으려고 몸부림치면 칠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메아리는 늪이었습니다

그랬습니다 당신은 바로 봄눈으로 위장한

늪이었습니다, 좀처럼 벗어날 수 없는

중독성 강한 늪이었습니다

내게도 봄눈 같은 사람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