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 꽃
- 외할머니 꽃 -
마음이 시간마다
무덤을 지을 때
무서움보다 두려움보다
죄스러움이 하도 커
그냥 내달린 산,
무덤을 피해 간 산에서
마주한 건 무덤, 무덤뿐
더 이상 어쩔 수 없다고
무덤덤하게 무덤을
들이려는 순간
어디서 들리는
걸쭉한 욕 한 자락
육시랄, 여기가 어디라고
이 자리는 내 자리라고
먼저 핀 내가 안 보이느냐고
두 눈 똑바로 뜨고 살라고
그런 눈으로
그런 마음으로 살았으니
그 모양 아니냐고
고개 빳빳이 쳐들고
살아봐야 결국은
내 옆 자리라고
그러니 욕감태기일지언정 살라고
오는 봄과 인사도 하고
여름과 가을의 계절 교대식에도 가고
그러다 보면 겨울은 오고
죽을 것 같은 시간에도
다시 겨울눈은 핀다고
내년에 또 보자고
그때는 숨 쉴 자리 한 자리
꼭 내어 주겠다고
그 대신 딱 한 가지만 지키라고
말씀 위의 말씀은
모든 책임은 내 것이라는 걸
잊지 말고 살라고
나는 단 한 번도 두 손녀를
사람들 입에 올린 적이 없다고
서릿발 같은 흰털을
온몸 가득 두르고
모습은 굽었어도
마음만은 굽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그치고 다그치는
평생을 홀로 살아도
늘 반듯한 모습 잃지 않으셨던
내 외할미의 현신인
할미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