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봄
- 그대 봄 -
망설임은 시작입니다
시작조차 못하는 이들이
망설임에 대해 폭설 같은
욕설을 퍼붓습니다
춘분 전에 내리는 비는
꽃이 망설일 수 있도록
눈의 마음도 담고 있습니다
섣부르지 않도록
서두르지 않도록 비는
그렇게 지긋이 내립니다
비의 마음을 이해한
꽃들이 망설임을 씻고
화답합니다
산수유와 매화가
우중에서도 우주를
피웁니다
봄까치꽃도, 광대나물도
쇠별꽃도 망설임을 시작한
벚꽃을 응원합니다
벚꽃보다 진한 내 망설임에도
산수유를 건너온 봄비가
내립니다
어디서 그대 그리운 향기가
내 망설임을 지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