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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나무 신호등

녹색등이 켜졌다

by 이주형

나무 신호등

- 녹색등이 켜졌다 -


신호등이 붉게 켜졌지만

가을을 건너는 나무는

그 신호에 마음을 함께 할

생각이 없나 보다


붉은 신호 뒤로 길게 늘어선

삶의 시간들이 으렁거리지만

단속 카메라 앞에서는

누구도 어쩌지 못하는 현실


그 현실을 깨고

빨간 불에도 당당히

제 갈 길 가는 나무의

시간을 본다


눈 붉은 삶에

나무의 녹색 신호가

켜졌다, 주저앉은 삶이

나무를 떠나는 잎을

따라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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