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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제주 골목에는

파도로 사는 시간

by 이주형

(시) 제주 골목에는

- 파도로 사는 시간 -


제주 골목에는

추억도 현재가 되는

파도가 산다


과거가 된 그의 시간을

파도는 벽화로 새겼다

골목은 끊어진 시간을

잇는 다리가 되었다


돌담에 그려진 등대가

내 그림자를 길게 녹여

때를 얻지 못한

갈매기에게 주었다


갈매기는 구름의 무게조차

감당치 못하는 나를 물고

돌담 안으로 날았다


파도가 등대의 방향을 돌렸다

제주 골목에는 혼자라도

늘 둘이 되는 파도가 산다

그 파도로 나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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