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채기에 담이 따라왔다.
“뻑!” “빡” “두둑”
아 C! 망했다!
소리와 함께 말초신경 센서가 뇌로 고속 상승한다!
'너 또 끝났어! 일주일은 간다고 본다!'
혼잣말이 끝나기 무섭게 온몸이 아파온다. 보통 이런 순간은 제삼자가 보기에 그리 아름답지 않은 상태가 대부분이다. 아니, 보여주면 안 되는 상황이 대부분이지. 아~ 괴롭다.
1. 아침 눈뜨고 몇 번 뒹굴거리다가 헝클어진 온몸을 정돈하고자 쫙 핀 기지개(퐉) “살려줘”
- 이때는 보통 등으로 온다. 주변에 가족이 있다면 침대에서부터 질질질 끌어주기라도 할터이나 혼자라면 난감하다. 일단 몸이 안 뒤집어지니까. 이 상황을 헤쳐나가기란 거의 불가능이다. 그나마 전화기라도 가까이 있기를 희망한다.
“ 오늘 몸이 너무 아파서 급 연차 사용 가능할까요?”
이렇게 이번 상반기 KPI는 B 이하로 내 달린다.
2. 일 끝나고 온 저녁! 룰루랄라. 빨리 씻고 시원한 맥주 한 캔 벌컥! 기다려라~
샤워기 따스한 물이 나옴을 확인하고 뒷목부터 머리를 쓸어 올려 몸을 구부려 엎드려 준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아주 나쁜 머리 감기 자세라고 했지만 다른 방법이 있나? 빨리 씻고 나가자. 샴푸로 빡빡머리 문지르고 다시 샤워기 헤드에 가깝게 머리를 쳐든다.
(퐉)“살려줘”
- 이때부터는 내 몸은 한글 자음 기역 스텐스 강제 유지! 펼 수 없다. 억지로 펴내려는 나는 소위 행위 예술을 하는 이와 다를 바 없다. 거기에 더한 고뇌의 외침은 샤워기 물 쏟아지는 소리에 묻히지도 않는다. 이때는 집에 사람이 있는 것도 방어가 필요하다.
“ 무슨 소리야? 넘어졌어? 들어가?”
“ 아니야!~ 들어오지 마!”
나 혼자만의 싸움이다.
남은 비눗물 헹구고, 샤워기 잠그고, 수건 꺼내서, 최소한의 물을 제거하고, 또 최소한의 몸 가림이 필요하다. 사소한 일상의 행동들이 이제부터는 전쟁과 같다. 노트르담 꼽추 강림에 움직임마다의 통증이 날 감싸 안으면 어쩜 그냥 욕실 바닥에 눕고 싶어 지지.
3. 이건 좀 자주 있는 일은 아니나 일단 발생되면 심각하다. 나를 정말 슬프게 만드는 일이다.
아침에 일어나기를 성공하고, 평소의 건강한 루틴으로 욕실 변기에 앉았다. 잠시 오늘의 날씨와 특이 뉴스가 있는지 훑는 나. 좀 바쁜 커리어우먼이다. 아주 특별한 자세의 순간이기도 하지. 오른손에든 휴대폰은 나름 눈높이로 맞췄고, 초등학교 때 배운 대로 아주 꼿꼿하게 밀착된 좋은 자세다. 이 완벽한 자세에서도 지키지 못했다. 내 목을!
에이취~ (퐉) 꺄악!
소리가 함께 터져 나온다. 목에서 분명 소리가 났다. 그런데 당장 이 자세에서는 아무렇지 않다. 조심스럽게 머리를 좌우로 최대한 천천히 까딱까딱 움직여 본다. 오. 괜찮아. 다음은 앞뒤로 가보자. 앞으로 쭈욱 숙여보니, 이것도 괜찮네. 조금 불편한 정도? 그래, 이거면 선방했어. 다행이다. 다음은 뒤로, 뒤로, 뒤로,,, 꺾어보라고!!! 젖혀지는 머리를 목뒤가 밀어내는 느낌. 통증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아니야, 괜찮을 거야. 조금 더 뒤로 넘겨본다.
으악~~~~~아 C 망했다.
인공지능 20세기 로봇처럼(요즘은 얘들도 유연하더구먼) 머리부터 골반까지는 일체화로 걷고, 앉고, 움직인다. 움직일 수는 있으나 점점 손으로 고통이 타고 내려온다. 눕거나 일어날 때 스스로의 머리를 바쳐 올리는 기이한 서커스를 해낸다. 나 다시 돌아갈래~
나에게 와준 담은 쉬이 떠나지 않는다.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2~3주. 그 고통이 커지는 경우도 많다. 왜냐면 난 살아있으니까. 계속 움직일 수밖에 없으니까. 걷다가 만나는 작은 턱도 맨홀이라도 밟은 마냥 떨어져 내리다. 땅의 높낮이를 느끼는 순간 온몸을 타고 지나는 전류는 아픈 그 부위들을 또 건드린다.
엄마야
그렇게 어른되고서는 별로 부르지 않던 엄마를 목놓아 그것도 자주 부른다.
그리고 왜 이렇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지. 이 때문에 또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메디컬, 역사 다큐를 본 적 있으나 굳이 지금은 그 스위치를 켜두고픈데.
“ 김 과장!~”
“네!” (뽝) 우 씨……
돌려버렸다.
돌아간 목이 다시 돌아오는 긴 시간 눈물 한줄기는 덤.
이쯤 되면 최후의 수단으로 마취통증의학과로 간다.
(사실 알다시피 일하는 직장인들이여, 평일 물리치료가 필요한 이 병원을 간다는 건 어떤 마음인지 알지 않는가! 이제 난 KPI C 다.)
”오랜만에 오셨네요 “
날 알아보는 의사 선생님도 반갑지는 않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고경위를 묻고 아픔 부위를 만져보시더니 주삿바늘을 주입하신다. 물리치료차 눕는 순간 안도감이 밀려오고 좀 더 빨리 올걸 그랬다는 자책도 하며 며칠밤 아픔에 뒤척인 나를 토닥이며 잠시 눈을 감는다.
두어 시간이 지나면 언제 아팠는지 모르게 몸에 통증이 사라진다. 너무 억울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지난 아픈 날들을 떠올려보는데 내 일상에 남은 건 아팠다는 기억밖에 없다. 뭔가 많은 일들이 있는 날들인데, 주사 한방으로 고통에서 해방되면서도 뭔가 기억이 단절된 느낌이 든다. 내 삶의 일주일이 이렇게 흔적 없이 휘리릭 빨리 감기 해버린 느낌?
공허함도 잠시, 한동안은 엄청나게 몸을 조심한다.
걸을 때도, 잘 때도, 씻을 때도, 일어날 때도, 재채기할 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 또 결국 오늘은 3번 케이스를 다시 맞이했다.
사건 발생 장소는 상반기 실적 보고 회의실! 재채기!_망했다!
나이가 먹어감에 이 아픔의 노출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 나를 돌보지 않는 시간들이 늘고, 그 시간의 축적이 작은 자극에도 나를 망가트리고 있음을 너무나 잘 안다. 잠시 나를 온전히 들여다보고 걱정해 주는 시간들을 보내라는 쉼표를 날리는 것이리라! 이건 그래도 답이라도 있는 아픔이지 않는가!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 믿는 사람이다. 오늘 마침 나에게 아픈 재채기가 찾아온 것은 그냥이 아니란 믿음.
ps. 이 아픔이 가라앉고 바로 필라테스를 등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