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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원 Aug 05. 2024

04. 공기 위로(慰勞)_아이가 아프면

아이가 아팠고,

코로나19로 오랜 마스크 생활이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을 만날 때 맨 얼굴로 마주하려면 용기 장착이 필요해지다니!


이런 부분은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더한 것 같다. 16년생 새싹이는 어린이집을 거쳐 유치원, 학교까지 마스크를 써왔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마스크와 해왔지. 아이가 크는 많은 순간들에 마스크 흔적만 가득했다. 아이의 미소는 마스크 뒤에 숨었다. 너무나 아쉬운 순간들인데. 9살이 된 아이에게 친구들에 대해 물어도 얼굴이 잘 기억이 안 난다고 한다. 이제는 마스크 의무 착용이 해제되었음에도 아이는 신발 장착처럼 자연스럽게 마스크를 빼어 들고 목줄을 걸고 밖으로 나간다.


“ 넌 코로나19도 걸렸었고 이제 무적이야. 그리고 이제는 마스크 안 해도 돼!”


“그냥. 이게 편해 “


마스크가 편하다니. 그런 시대가 되어버린 건가!

그러고 보니 나 역시 출퇴근 사람 붐비는 곳으로 들어갈 때면 자연스럽게 마스크를 장착한다. 그거야 나를 보호하고, 타인을 배려한다는 취지지만 아이에게는 사뭇 다른 의미가 된듯하다.


 SF영화들 속, 산소마스크를 자연스럽게 쓰고 다니는 모습이 영화 이야기만 아닐까 봐 잠시 마음이 무거워진다. 우리가 본 미래의 모습이 더 이상 상상이 아닐 거라는 신빙성을 가지게 된 순간들을 접할 때마다 무서워진다. 그러면서도 조금은 이기적으로 내 아이가 클 동안은 괜찮아라, 푸른 하늘을 보게 해 달라, 물이 부족하지 마라 등을 연속해서 되뇌어본다. 조금은 덜된 인간이지만 난 엄마다.


그런 아이가 마스크를 좀 벗어볼까! 하고 첫걸음 마냥 용기를 내어 보자마자 공교롭게도 지독한 열감기에 걸렸다.


’ 9살 인생에 장애물이 많군.‘


고열이 며칠째 사그라지지 않았다. 독감 A, B검사에서도 음성. 백혈구 수치가 치솟는구나!

병원에서는 입원을 권하는데 (’ 아이가 힘들다면 ‘이라는 전제를 다신 의사 선생님)


아이가 너무나 당당히 말한다.

 “ 주사(수액) 맞고 나니 전보다 괜찮아요. 집에 가고 싶어요” (N차 인생인 거니?)


의사 선생님이 웃으시고는 2일 치 약을 줄 테니 혹 열이 계속 나면 입원은 다시 이야기 하자시고는 보내주신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물었다.


“입원하는 게 무서워? 하나도 안 무서워! 더 빨리 나을지도 모르는데”


“아니, 입원하면 게임 못하잖아. 그리고 아까 주사 맞을 때 다른 애기들 너무 시끄러워 잠을 못 자겠어! “

(인생 N차 의심 증폭)


그렇게 돌아온 날은 열이 쭉 내리는 듯하더니 아침이 되자 또 열이 오른다. 4일째!  37도에서는 기분이 그래도 밝다. 38도에서는 기분이 오간다. 39도에서는 부르르 떨며 아프다고 굴러다닌다. 연신 수건으로 닦아댈 수밖에 없다. 병원서는 덱시부펜을 처방해서 아이에게 맞춤 이부펜을 교차 복용도 못한다. 속이 타는데 답이 없다. 아이의 열은. 이렇게 밤을 지새울 것 같다. 39.6도인지 9도인지 찍고는 바로 24시간 응급실을 찾아 나선다.


응급실에 가도 대기는 어쩔 수 없고(중증환자에게 양보해야지) 아이는 늘어져 눕기 시작한다. 안쓰러움은 극에 달하지만 뭘 더 할 수가 없다. 큰 남자가 아이를 데리고 응급실 안으로 들어간다.(보호자는 1명만 가능) 그렇게 엄마는 보호자 대기실에서 말 그대로 휴대폰으로 상황 중계만 받으며 대기한다.


 소아응급실도 아닌 이상 일반 병원 응급실에서 해줄 수 있는 건 해열제 주사정도. 아침이 되면 다니던 병원에 가보라고 한다. 아이 얼굴 한번 보고, 병원 한번 쳐다보고, 바닥 한번 보고는 돌아서 나온다. 새벽까지 밤거리를 헤매는 우리 가족 모두가 안쓰러운 시간이다. 그래도 좀 컸다고 두 다리로 걸어서 침대에 들어 눕는 아이. 불덩이인데도 기특하다 해야 하나!

(업어준다 해도 ’ 이제 무거워서 안돼 ‘ 라며 터벅터벅 걷는 아이. 왜 찡하지……)


그렇게 밤이 지나고 새벽이 되고 밤사이 아이는 열이 좀 내려 잠이 들었다. 밤새 손을 뻗어 아이 몸을 만져보다가 큰 남자와 손이 겹칠 때가 몇 차례 있었다. 그도 그렇게 함께 아이를 걱정하며 밤을 지새웠나 보다.


아픈 아이를 두고 출근을 해야 하는 아침. 매번 겪지만 매번 괜찮지 않다. 연차도 번갈아가며 서로 자주 썼던 상황이라 큰 남자도 출근이 불가피한 아침이다. 아이를 봐주시는 이모님께서 언제나처럼 사랑으로 보살펴 주시리란 것을 알지만 부모 마음이 편할 리가 있을까! 며칠 잠도 설치고 비몽사몽. 출근 길이 원래 멀지만 오늘따라 더 멀게 느껴진다. 제발 오늘은 아이가 괜찮아지길 빌면서 힘든 걸음을 옮긴다.


또 나를 기다리는 엄청난 일을 예견도 못한 채 터벅터벅.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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