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복직이 불러온 여파
그녀가 길지도 짧지도 않은 휴직의 시간을 끝내고 복직했다. 그녀가 돌아올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 아니 아마 없었을 것 같다. 나 역시도 아니라는 쪽이었으니까.
그럴만한 것이 떠나는 결정을 했던 이유와 떠나는 순간의 그녀의 뒷모습과 떠난 후 그녀를 너무나 이해했으니까. 그런 그녀가 돌아왔다. 그런데 웃긴 건 돌아오지 않을 것 같던 그녀가 돌아온다 했을 때도 별 감정의 동요가 없다.
‘아~ 오는구나!’
절대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다.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어쩌면 모든 가능성 안에 있던 상황이었나 보다.
돌아온 그녀와 짧은 점심 식사를 했다. 회사의 점심은 1시간. 이동시간, 식사 기다리는 시간, 먹는 시간 하면 1시간은 사실 너무 빠듯하다.
(오지랖 정보) 지하 회사 식당에서 줄 서기를 한다고 크게 다르지 않다. 계열사별 분배 시간은 왜 있는 건지! 늘 기다림의 연속, 인기 메뉴는 sold out (feat. 배식 5분 전에 왔는대도 sold out )
- 밥 먹기에 과한 정의감과 배신감을 느끼는 지극히 평범한 회사원
그녀가 없는 사이 새로 생긴 샐러드 카페로 안내했다. 식사 겸 음료까지 해결하고 조금 걷는 산책을 선택하고 싶었다. 좋은 계절에 돌아온 그녀 덕분에 나 역시 오랜만에 햇살 만끽하는 시간이다.
(그랬다. 난 사무실 콕 쟁이다. 그냥 의자일체로 일만 하다 가는 사람이다. 그런 나에게 낮 햇살을 강제로라도 보여주던 그녀였다. 그녀가 없는 동안 날 억지로 꺼내주는 이가 없어서 편했지만 또 그리웠나 보다. 세상이 이렇게 눈부셨었나?)
고개를 들어 그녀를 봤다. 밝고, 생기 넘치고, 행복해 보였다. 그녀가 말했다.
“ 휴직이란 게 처음은 불안한 시간들이고(전화 올 것 같단다), 중간은 자신을 찾는 시간이고, 끝은 에너지를 찾는 시간이더라. 그 시간을 잘 보내고 나니 돌아올 수 있는 용기도 생긴 것 같아. 이젠 나 스스로가 치료가 다되어서 다른 외적 억압에도 유연하게 대할 수 있다는 걸 스스로가 알게 돼. 몰랐는데 그동안 난 너무 상처가 나 있었나 봐. 날 너무 돌보지 않았어. 다시 살아가기 위해서는 나를 돌보는 시간은 진짜 필요한 게 맞아. 지금은 회사에 나오는 것도, 사람들 만나는 것도, 이 점심 산책도 너무 좋아!”
‘진짜다. 이야기를 하는 그녀가 연신 웃고 있다. ’
그녀의 휴직 1년 이야기를 회사 근처 산책로에 흩뿌리며 때론 공감과 부러움, 응원과 또 때론 흥분으로 그 시간을 채우며 걸었다. 그 많은 이야기 중 한 에피소드는 내 걸음을 멈추고 눈물을 왈칵 쏟게 했다.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평범한 일상 이야기였는데 왜 그렇게 슬프던지.
“ 휴직하고 며칠 지나지 않았을 거야. 평일 오후에 아이들을 학교 다 보내고 정신없이 집 정리를 마치고 잠시 집 앞에 나갔거든. 아파트 단지 옆에 바로 학교, 공원들이 있는데 갑자기 그전에는 듣지 못한 소리가 들렸어. 뭔지 알아? ”
“ 아니요. 뭐였어요?”
“공 차는 소리, 공 던지는 소리, 그 소리에 맞춰 정신없이 소리 질러대는 아이들의 목소리. 난 평일 오후에 이렇게 아이들이 온 동네를 가득 채우는 거 처음 봤어. 그리고 이 아이들이 목소리도. 전혀 시끄럽지 않고 그 소리가 너무 평온하게 들리는 거야. 머리가 멍해졌어”
‘아. 망했다. 나 지금 뭔가 울컥했다. 이러면 오늘 하루 감정 컨트롤 힘든데. ’
그럼 뭐 하나. 나도 벌써 그 공간에 들어갔는데. 경험은 못했지만 너무나 상상되는 일상. 그냥 일상인데, 그녀가 무엇을 말하는지 나는 분명 알고 있다. 그리고 어떤 마음이었는지 이해가 아니고 그냥 알 것 같다.
“나도 그 일상을 좀 가지고 싶어요. 아니 필요해요. 사실. “
내 말을 들었을까. 나 그렇게 읊조리고 섰다. 뭔가 내 반복 일상에 바람이 불고 지나 간 느낌. 아쉽고, 그립고,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초조함이 그 자리를 채웠다.
그녀가 나에게 바통을 넘겨준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