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조금씩 더워지기 시작하던 5월 말에 이직이 결정 났다. 그리고 올해 6월 24일, 3년 3개월을 보낸 첫 회사를 퇴사하고 두 번째 회사에 입사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새로운 환경이 낯설어서 건물에서 길을 잃어버린던 때가 있었는데, 어느새 샛길까지 외우고 능숙하게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그리 덥지 않던 여름을 보내고 겨울의 문턱에서 4개월이 채 되지 않은 생애 첫 이직에 대해 적는다.
회사마다 고유의 문화가 있다.
역시 팀바팀, 부바부 그리고 회바회.
새 회사는 사생활을 이야기한다. 이전 직장에서는 '주말에 뭐했어요?'라는 질문을 들어본 적이 없다. '잘 쉬었어요?'라고 묻는 경우는 있어도. 친한 사람들과의 회식자리가 아닌 이상 서로의 사생활에 대해 전혀 묻지 않았다. 그만큼 피상적이었고 서로를 터치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회사에서는 주말에 무엇을 했는지, 어디에 다녀왔는지, 누구를 만나고 어떤 술을 먹었는지까지 묻는다. 처음에는 뭐 이렇게 사생활을 묻나, 당황스러웠는데 어느새 익숙해졌다. 나는 여전히 그들의 사생활에 대해 묻지는 않지만 이제 질문을 받았을 때 대답할 정도는 되었다.
그만큼 대화 주제가 가볍고 일상의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 전 회사에서는 직급이 호칭이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사원들은 서로를 '~씨'라고 불렀다. 가끔씩 동기끼리 편하게 부르는 사이도 있었지만 존댓말은 꼭 사용했다. 그리고 재직 기간 동안 본부에서 내 나이가 가장 어렸기 때문에 말을 편하게 할 수 없었다. 이 곳은 호칭이 '님'이다. 그리고 내 나이 또래가 많다. 처음으로 동갑 사원들을 만났고 나보다 어린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이미 서로가 친구였고 나 또한 '또래'로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대화 분위기가 편하다. 가끔 이야기하는 걸 제 3자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으면 대학교에서 친구들과 대화하는 것 같다.
경력직 이직자의 초기 외로움은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나아진다.
이직을 하는 순간 이방인이 된다. 신입으로 새로운 회사에 들어갈 때는 모든 관심과 애정을 받는다. 함께 입사하는 동기들도 있고 신입이니까 챙김과 이해도 많이 받는다. 하지만 경력직 이직은 전혀 달랐다. 새 조직에 이방인으로 아는 사람 없는 외딴곳에 홀로 떨어진 거다. 초기 적응은 그럭저럭 했지만 외로움은 어쩔 수 없었다. 혼자 있는 걸 잘하고 외로움을 풀어낼 수 있는 성격이라 다행이지 어린 시절의 나였다면 버티기 힘들었을 거다.
나를 이방인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이해한다. 이직은 하루 9시간 이상의 시간을 보내는 환경을 바꾸는 큰 변화다. 하지만 그 변화는 나에게만 있는 건 아니다. 내가 그들의 조직에 들어가면서 기존 사람들에게는 나의 존재가 변화다. 내가 그들에게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듯 그들 또한 나에게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 없이 잘 돌아가던 회사에 내가 툭 떨어진 것이니 내 존재를 인지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다. 초기 3개월을 잘 버티는 것이 중요했다. 3개월이 지나면 어느새 나도 그들에게, 그들도 나에게 조금은 익숙한 존재가 된다.
이직하길 잘했냐 라고 물으면 대답은 그렇다 이다. 전 회사가 싫었던 것도 아니고 이직해온 회사가 마냥 좋았던 것도 아니다. 인생에 변화를 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잘한 일이다. 편안함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곳에 나를 내던진 것, 그리고 불편함과 낯섦에 적응해나가는 과정이 성장이었다. 2019년에 가장 잘한 결정이 무엇이었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이직 의사를 물어보던 카톡에 '네, 옮기고 싶어요'라고 대답한, 바로 그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