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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재소녀 Oct 01. 2019

회사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한 명이 퇴사했다면


회사 사람은 회사 사람일 뿐 친구가 될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회사를 나오고 나서는 어떨까?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오랜만에 전 직장 동료와 담소를 나누고 돌아오며 좋은 기분을 가득 담아 글을 적는다. 우리가 친구가 될 수 있는 이유에 대하여.


첫 째, 신입사원 시절을 함께 했다. 


회사 입사 동기는 나름 특별하다. 신입사원의 평균 나이를 생각해보면 다들 갓 대학교를 졸업한 20대 중반이다. 인턴이나 중고 신입처럼 사회생활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새로운 환경이 낯선 것은 매한가지다. 그 시절을 함께 보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이 간다. 물론 동기라고 해서 모든 순간이 즐거웠을 수만은 없다. 업무적으로 엮이면 적이 되는 건 순간이고 얼굴 붉힐 일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술 한잔으로 털어낼 수 있는 것이 동기의 매력 아니겠는가. 힘들었던 신입사원 시절을 함께 했기에 이야기할 추억거리도 많다.


둘째, 물리적 거리가 가깝다. 


이건 본인이 근무하는 업계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대부분의 국내 항공사는 김포공항을 중심으로 본사가 위치해있다. 그래서 '퇴근 후 공항에서 모여요!'라고 번개를 소집하면 금세 모일 수 있다. 학창 시절 친구들만 해도 근무지와 주거지가 각양각색이다. 한 번쯤 모이려고 하면 서로의 일정을 조율해야 하고 만남 장소도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그런데 전 직장 동료들은 그렇지 않다. 순식간에 모일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공항에서 점심 식사 번개도 가능하다. 실제로 11시에 약속을 잡고 공항에서 점심을 먹었던 적도 있다. 쉽게 만날 수 있는 거리에 있기에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다. 


셋째, 이해관계가 없다.


가장 중요한 요소다. 우리는 더 이상 이해관계가 없다. 갑을 관계에 있는 회사로 이직하지 않는 이상 어느 한 명이 퇴사를 하면 이해관계가 사라진다. 서로 진급 경쟁을 할 필요도, 업무적으로 엮일 일도 없다. 관계에 부담이 없어진다. 며칠 전에는 아예 말을 놓자고 약속했다. 이제 '회사 사람'이 아니기에 '~씨'라고 할 이유도, 직급을 부를 이유도 없다. '언니'가 될 수 있고 '동생'이 될 수 있는 거다. 사람들이 '누구 만나러 가요?'라고 할 때 그냥 '친구 만나러 가요'라고 대답한다. 설명하기 애매해서가 아니라 친구와 다를 바가 없다. 


이런 관계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선을 긋지 않아도 되는 사이. 적당한 거리는 유지하면서 서로의 삶에 공감해 줄 수 있는 사이 말이다. 전 직장 동료와 나는 친구가 되기로 했다. 친구처럼 편하게 번개를 외치고 과거를 추억하면서 술을 마실 수 있는 사이. 가끔씩은 회사 생활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함께 여행도 갈 수 있는 사이. 이직을 하면서 몸은 전 회사를 떠났지만 회사 밖에 새로운 친구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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