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호선, 출퇴근 길에 사람 많기로 악명 높은 노선이다. 지하철 자체는 깨끗하고 쾌적하지만 사람들로 인해 내부는 숨이 턱 막힌다. 월요일 출근길에 사람들의 표정을 봤다. 무표정이었다. 강동에서 시작해 서울을 가로질러 강서구까지 달려가는 그 열차에서 웃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안타깝게도 그들을 바라보는 나 또한 그랬다.
매일같이 타고 다니는 9호선이지만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본 적이 몇 번이던가. 내가 늘 같은 시간 대에 같은 칸의 열차를 타듯 대부분의 직장인이 습관처럼 열차에 몸을 태울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나도 서로를 알지 못한다. 출근길에 놓여 있는 사람들은 각자가 서로에게 배경일뿐이다.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 플랫폼에 비친 내 모습을 봤다. 그리고 문득 9호선에 대해서 생각했다. 몇 년째 타고 있으면서도 9호선에 대해 불평만 해봤지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경기도에 사는 나를 서울까지 통근할 수 있게 만들어 준 나름대로 고마운 지하철인데 말이다. 그래서 오늘 9호선에 대해 적어본다.
첫 번째, 많다. 사람이 정말 많다.
출퇴근길 9호선은 가히 지옥철이라 불릴만하다. 밀도가 장난 아니다. 보훈병원 종점 개통과 마곡나루 역의 신설은 출근길의 고통을 배로 증가시켰다. 정신적인 고통은 물론이거니와 이제는 육체적 고통이 뒤따른다. 타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수많은 사람들이 핸드폰 하나 잡을 공간 없이 열차에 타 있다. 가끔은 한쪽 다리로만 서있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은 서로 닿지 않고 싶어 하지만 역 하나하나를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밀려오는 탓에 어쩔 수 없이 접촉된다. 발이 밟히는 건 예삿일이고 백팩에 얼굴이 치이고 핸드폰을 든 손에 이마를 찧는 일도 흔하다. 고통의 소리인 '아!' 소리가 울린다.
두 번째, 그래도 여의도까지만 버티면 탈만 하다.
기존 4량이던 열차를 6량으로 늘렸다고는 하지만 지하철의 혼잡도는 여전하다. 아니, 배로 증가한 느낌이다. 내가 환승하는 선정릉역은 9호선의 초반부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미 문 앞까지 가득 차있다. 연착이라도 되는 날이면 탑승하는 사람들이 누적되어 선정릉에서부터 못 타는 경우가 발생한다. 열차에 밀려 들어간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체감상 노량진역까지 내리는 사람은 없고 타는 사람만 있는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여의도역을 지나면 혼잡도가 확연히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서있을 공간이 생긴다. 여의도역이 오면 사람들이 우루루 나간다. 오죽하면 문을 여유있게 열어 놓을 테니 밀지 말고 내리시라는 방송이 나온다.
세 번째,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엄청 조용하다.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타는데도 9호선은 조용하다. 어느 출근 지하철이 시끄럽겠느냐만은 9호선은 유난히 조용하다. 사람들이 말 한마디 없이 핸드폰만 바라본다. 간혹 통화 소리나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마련인데 9호선은 그런 경우가 몇 없다. 이어폰 소리가 조금만 커도 주변 사람들이 함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얼마 전 어떤 아주머니가 한 학생에게 노랫소리 좀 줄여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을 봤다. 그런데 소리를 줄이라는 아주머니의 목소리 조차 쩌렁쩌렁하게 들려서 모두가 쳐다볼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김포공항 급행열차인데 여행객은 많지 않다.
금요일에는 여행 가는 사람들이 눈에 띄는데 평일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출근 시간대에 9호선을 타는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려져서 그런 걸까? 종착역인 김포공항 역에 내리는 사람들을 봐도 출근하는 사람이 더 많아 보인다.
9호선 김포공항 급행열차는 오늘도, 내일도 공항을 향해 달린다. 그리고 나도 한 시간 반이나 되는 통근 길에 몸을 싣는다. 가을의 맑은 하늘을 위에 남겨 두고 지하로 들어가 열차에 오른다. 내일은 그 안에 타고 있는 모든 통근러들의 숨통이 트이기를 바라본다. 9호선의 힘듦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출근길이 조금이라도 행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