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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재소녀 Mar 06. 2020

코로나가 항공사 직원에게 준 것

코로나, 코로나, 코로나!


코로나에 대해 쓰지 않을 수가 없다.


1월 초 즈음, 회사 게시판에 공지를 올렸던 기억이 난다. 우한에서 시작된 폐렴이 유행하니 직원들의 건강에 유의하라는 내용이었다. 당사는 우한에 취항하지 않으나 '혹시 모르는'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였다. 공지의 대상은 대면 접촉이 많은 공항에서 근무하는 직원들과 승무원이었다. 그때 당시에는 몰랐다. 이 질병이, 한국을 그리고 전 세계를 뒤흔들어 놓을 줄은.


코리아 포비아라는 말이 생겼다. 감염자 수가 중국 다음으로 많아진 뒤로 한국인, 한국 출발 비행기의 입국을 금지하는 뉴스가 연일 쏟아져 나온다. 처음에는 아시아 몇 개국이었다가 점점 그 수가 증가해 어느새 99개국, 세계의 절반을 넘었다. 설마 설마 했는데 결국 일본 노선마저 운항 축소에 들어갔다.



코로나라는 질병이 한국에서 살아가는 한 개인에게, 특히나 항공사에서 근무하는 나에게 준 영향은 꽤 크다. 당연히 가장 큰 것은 건강에 대한 우려겠지만 이에 더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경제 위기를 본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무급휴직, 무급휴가, 유급휴직이란 말을 들었다.


내 기억 속에 있는 금융위기는 두 번이다. 1997년 한국의 IMF 외환위기 그리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 IMF 때는 미취학 아동이었고 2008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는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경제위기를 신문으로 배우던 시기였다.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보다 당장 다음 달에 있는 모의고사가 중요했기에 피부로 느끼지 못한 경제 위기였다. 


대한민국에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지 않은 업계가 어디 있겠느냐마는 항공 업계는 그야말로 코로나의 여파를 정면으로 맞았다. 한국인은 배와 비행기가 없으면 외국으로 나갈 수 없는데 한국인의 입국 자체를 제한하니 그야말로 갈 수 있는 곳이 없다. 한국 밖으로 나가는 비행기에는 승객이 있지만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는 승객이 없다고 한다. 한국을 떠나는 사람만 있다는 뜻이다. 갈 곳이 없으니 비행기는 땅에 있다. 비행기들의 주차장인 공항 주기장에 비행기가 가득하다.


사무실 밖으로 시도 때도 없이 날아오르는 비행기들을 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요즘은 주기장에 차분히 놓여있는 비행기만 보인다. 승무원 라운지에 사람이 가득해서 발 디딜 틈이 없었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커피를 마시러 라운지에 내려가면 적막이 흐른다. 비행을 준비하는 팀이 두 팀이 채 되지 않는다. 하늘에 있어야 하는 비행기가 날지 못하고 땅에만 있으니 그걸 바라보는 우리들의 마음은 오죽하랴. 비행기가 뜨지 못하는 시간만큼 항공업계 종사자들의 마음은 타들어간다. 


휴직 신청을 받는다는 말에 '철렁' 했던 기분이 아직도 생각난다. 경제활동인구가 된 후로 처음으로 겪는 경제 위기다. 어떤 항공사는 존폐 위기라는 말이 나오고 급여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기도 한다. 사람들의 마음이 점점 각박해지고 예민해지는 것이 보인다. 경제 활동의 울타리가 흔들린다는 것이 이렇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몰랐다. 어서 빨리 이 질병이 가져온 고통들이 사라지기를. 일상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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