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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ajna Apr 07. 2022

디저트 배는 따로 있다

  인류는 태초에 수렵 생활을 했다. 돌도끼나 나무창 등을 들고 들판으로 산으로 나가 짐승들을 사냥해서 영양분 섭취를 했다. 하지만 사냥이 매우 어렵고 어쩌다 성공하더라도 음식을 보관할 수 없다 보니, 며칠을 굶다가 먹을게 생기면 폭식하는 생활이 반복되었다. 몸은 이런 생활패턴에 적응하기 위해 음식이 있을 때 가능한 많이 먹고, 남는 영양분을 지방으로 바꿔 몸 안에 저장한 후, 나중에 배고플 때 그 지방을 꺼내 에너지원으로 쓰는 '기아 대비 메커니즘'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런 메커니즘은 유전자에 프로그래밍되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인류는 수렵기, 채집기 이후 농업혁명, 산업혁명 등을 거치면서 농업, 축산업, 어업 등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고, 그 결과 음식을 섭취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시대가 되었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아직도 기아에 허덕이는 국가가 많지만) 밀, 소고기, 물고기, 야채, 채소, 과일 등 모든 식재료들은 적은 인력이 자동화된 기술로  대량 생산하여 싼 가격에 공급되고 있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현대화된 기술과 분업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고 자업자득하는 삶이 얼마나 품이 많이 드는(비싼) 일 인지를 알 수 있다. 


  기술의 발달로 음식은 넘쳐나고 인류는 더 이상 음식을 얻기 위해 들판으로 산으로 나갈 필요가 없게 되었다. 대신 편안한 의자에서 컴퓨터로 생산활동을 조절하는 좌식생활을 하게 되었다. 따라서 수렵기에 비하면 움직임은 현저하게 줄어들었지만 유전자에 프로그래밍된 '기아 대비 메커니즘'은 여전히 가동 중이다. 체내에 영양분이 충분한데도 음식을 보면 식욕이 생겨, 섭취하고 지방으로 축적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긴다. '언제 올지 모르는 배고픔에 대비해야 한다'는 프로그램이 몸 안에서 계속 가동 중인 것이다.


  '디저트 먹는 배는 따로 있다'라는 말이 있다. 맛있는 식사를 배불리 끝냈는데 초콜릿 케이크를 보면 언제 식사를 했냐는 듯이 맛있게 먹게 된다. 이는 이미 배가 불렀는데도 칼로리가 높은 달고 기름진 음식을 보면, 먹어서 저장하면 생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보상회로'가 작동한 결과이다.


   식욕은 모든 생물이 가진 중요한 뇌 작용이다. 뇌에는 식욕을 조절하는 섭식 중추(배고파, 먹어!)와 만복 중추(배불러, 그만!)가 있어, 식욕억제 호르몬인 렙틴, 식욕 자극 호르몬인 그렐린, 당을 지방으로 바꿔 저장에 사용하는 인슐린, 축적된 지방을 당으로 바꿔 에너지를 만드는 글루카곤 등의 호르몬과 상호 작용하면서 식욕을 조절하여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여 과식과 비만을 막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좋지 않은 생활습관으로 이런 메커니즘이 작동을 멈추는 순간 비만이 시작되는 것이다.  


  내 몸을 잘 알고, 잘 먹고, 잘 움직이고, 잘 자는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여 호르몬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게 하는 것이 비만관리의 키 포인트이다. 


The false mirror. Rene Magri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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