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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vittra Jul 19. 2024

'세 얼간이'와 '코타팩토리' 그리고 인도의 학구열

한국에 지지 않는 인도의 엄청난 학구열과 교육 열풍

 십수 년 전, 인도 영화 세 얼간이 (3 Idiots)가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영화는 “알 이즈 웰” (걱정 마, 다 잘될 거야!)이라는 명대사를 만들어 냈고, 많은 사람들의 SNS 프로필 대문글에 사용되기도 했다. 2009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라지쿠마르 히라니 감독이 연출하고, 인도 최고 배우 중 한 명인 아미르 칸과 마드하반, 샤르만 조쉬가 주연을 맡았다. 세 얼간이는 인도의 교육 시스템과 그에 따른 학구열, 사회적 압박을 비판하며 진정한 교육의 의미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라닥의 판공초 호수는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나의 게으름과 고산병의 두려움 탓에 인도에 있으면서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정말 재미있게 본 영화로, 다시 보고 싶은 영화 중 하나다.

 2021년,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었던 오징어 게임이 인도에서는 1위를 하지 못한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당시 오징어 게임을 제치고 오랜 기간 넷플릭스 1위를 차지한 시리즈가 코타 팩토리 (Kota Factory)다. 코타 팩토리는 인도의 인기 웹 시리즈로, IIT (인도공과대학, Indian Institutes of Technology) 입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삶을 그린다. 이 시리즈는 인도 교육 시스템과 학업에 대한 압박을 이겨내는 모습을, 특히 코타라는 도시의 입시 학원 문화를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현재는 4번째 시즌까지 방영되고 있으며, 몇 년 동안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이다.

 코타는 한국인에게는 매우 생소한 도시이다. 우리나라의 노량진과 비슷한 학원 교육 중심지이지만 규모는 몇십 배에 달한다. 인도의 라자스탄 주에 위치한 이 도시는 수많은 학원이 몰려 있어 인도의 대표 입시 준비 도시로 알려져 있다. 코타의 학원 문화는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다. 당시 몇몇 우수한 교사들이 코타에 자리를 잡고 IIT와 같은 명문 공과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준비를 시키기 시작했다. 높은 합격률을 기록한 이들 덕분에 코타는 입시 준비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초기에는 V.K. Bansal과 같은 전설적인 강사들이 학원을 설립하며 시작됐다.  Bansal Classes의 지도 아래 많은 학생들이 IIT에 합격하면서 Bansal Classes는 엄청난 부와 명성을 쌓았다.

코타 학원들의 우수한 합격률은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영화에서는 인도 전역에서 최고 공과대학에 입학할 확률이 0.4% 수준이라면, 코타에서 공부한 학생들은 1% 이상의 합격률을 보인다고 묘사했다. 이는 실제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더 많은 학생들과 부모들이 코타를 선택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 됐다. 코타의 학원들은 IIT, NIT (National Institutes of Technology), 의과대학인 AIIMS (All India Institute of Medical Sciences) 등 인도의 주요 명문 대학들에 많은 합격생을 배출해 왔다. 또한, 많은 강사들이 IIT 출신이거나 고학력자들로 구성되어 있어 신뢰도가 높다. 예를 들어, Resonance의 설립자인 R.K. Verma는 IIT 출신으로, 그의 지휘 아래 Resonance는 빠르게 성장하며 명성을 쌓았다.

 코타는 도시 전체가 학원 중심으로 돌아가므로 학생들이 다른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적다. 또한, 같은 목표를 가진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서로 자극을 주고받을 수 있다. 코타의 많은 기숙사와 식당은 학생들이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코타는 자연스럽게 '교육 도시'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얻게 되었고, 이는 더 많은 학원과 학생들을 끌어들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유명한 학원들이 성공하면서 더 많은 학원들이 코타에 자리 잡게 되었고, 이는 도시 전체의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인도에도 이런 전문적인 학원 도시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지 않나?


 사실 너무 주관적일 수도 있지만, 인도에서의 학구열과 학업 압박은 한국보다 몇 배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비슷한 주제의 위의 두 영화가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반증이라 할 수 있다. 인도는 아직까지 계층적 사회가 심리적으로 유지되고 있어, 이를 위한 탈출구는 오직 공부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매우 가족 중심적 사회로, 부모와 가족의 말을 따르는 것이 일반적인 풍토다. 이에 따라 인도 사회에서는 부모나 친척들로부터의 기대가 크기 때문에, 학생들이 큰 압박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압박은 때로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하기도 한다는 기사가 많이 보도되고 있다.

 교육은 개인의 성취와 가족의 명예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며, 학생들이 최선을 다해 학업에 매진하게 만드는 동기 부여가 된다. 인도의 주요 입시 시험인 JEE (Joint Entrance Examination)와 NEET (National Eligibility cum Entrance Test) 시험 결과가 발표될 때는, 인도의 모든 신문이 All India Ranking을 발표하며, 학원들은 자신의 학생들의 성적을 광고하느라 바쁘다. 시험을 보기 위해 창문을 넘고, 부모들이 하루 종일 밖에서 기다리는 사진도 신문을 도배한다.


 이러한 인도의 학구열로 인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인도 대표 교육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Byju’s (바이주)다. Byju’s는 인도의 대표적인 교육 기술 회사로, 인도의 거대한 교육 시장과 높은 학구열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한 유니콘 기업이다. 유니콘 기업은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의미하는데, Byju’s는 2020년대 초반부터 인도에서 가장 높은 기업 가치를 지닌 에듀테크 회사로 자리 잡았다. 2022년 기준으로 Byju’s의 기업 가치는 약 220억 달러에 달했으며, 이는 글로벌 에듀테크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도 후원하여 경기 중에 인도 기업인 Byju’s 로고가 수없이 노출되었다.

 Byju’s는 2011년 Byju Raveendran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온라인 학습 플랫폼을 통해 K-12 학생들과 입시 준비생들에게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해 왔다. 비디오 강의, 인터랙티브 콘텐츠, 맞춤형 학습 경험 등을 통해 많은 학생들에게 사랑받았으며, 이를 통해 인도의 교육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다졌다.

 인도의 교육 시장은 규모와 성장 가능성 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시장 중 하나로 평가된다. 2020년 기준, 인도의 교육 시장은 약 1,00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었으며, 디지털 학습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더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는 인구가 많고 교육에 대한 열망이 높은 인도 사회의 특성에 기인한다. 교육은 인도에서 사회적, 경제적 성공을 위한 필수 요소로 여겨지며, 많은 가정에서 자녀의 교육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Byju’s는 이러한 교육 열기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인도의 대학 입시 시스템은 매우 경쟁적이어서, 많은 학생들이 Byju’s와 같은 온라인 학습 플랫폼을 통해 입시 준비를 하기도 한다. Byju’s는 JEE, NEET 등 주요 입시 시험을 대비한 강좌를 제공하며, 많은 학생들이 이 플랫폼을 통해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Byju’s의 성공은 인도의 높은 학구열과 디지털 학습의 수요 증가에 기반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온라인 학습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면서, Byju’s는 많은 학생들에게 필수적인 학습 도구로 자리 잡았다. 다양한 학습 콘텐츠와 개인 맞춤형 학습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Byju’s는 인도와 전 세계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 왔다.


 내가 살던 구자라트 아메다바드에는 인도 최고의 경영대학인 IIM-A (인도경영대학)가 있다. 이 대학은 학부제로 운영되지 않으며, 매년 인도 MBA 순위에서 1위를 고수하는 명문 대학이다. 아메다바드를 다니다 보면 IIM-A 로고가 박힌 모자나 가방을 들고 다니는 학생이나 졸업생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말로는 표현하지 않지만, 그들에게는 엄청난 자부심이 느껴진다.

 내가 4년 동안 지냈던 인도 집의 주인이 IIM-A 교수였던 덕분에 학교에 초대받아 캠퍼스를 투어한 경험이 있다. 캠퍼스는 외부와는 너무 다른 넓은 대지와 바쁘게 다니는 학생들, 잘 정돈된 조경이 인상적이었다. 도서관에 들어가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잠시나마 인도 최고의 MBA 프로그램인 IIM-A의 학생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학생들은 얼마나 노력하여 이곳에 들어왔을까?

 인도에서 일하다 보면 석사 이상의 학위를 가진 인도 직원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내가 일하던 법인도 큰 규모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석사 이상의 직원이 많았다. 이들은 자기 계발에도 열정적이며,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다양한 Diploma 코스나 추가 학위를 받으려 노력하는 경우가 많다.

 

 인도만큼 나라가 크고 인구가 많은 나라는 많지만, 인도가 미래의 슈퍼 파워로 떠오를 수 있는 이유는 이런 학구열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젊은 학생들 덕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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