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씩 떠오르는 구자라트 음식의 향수
사실 티까 (Tikka)는 페르시아에서 온 단어로, 작은 조각이나 덩어리를 의미한다. 이 용어는 고기, 야채, 또는 치즈 (주로 빠니르) 등을 향신료와 요구르트에 재운 후 구워서 만든 요리를 지칭한다. 티카는 보통 꼬치에 꿰어 탄두리 (인도의 전통적인 점토 오븐)에서 굽거나, 그릴에서 구워서 조리한다. 그래서 한때는 티까라는 말이 이 '구웠다' 라는 뜻으로 오해하기도 헸다.
예를 들면, "치킨 티까"는 닭고기 조각을 향신료에 재워서 구운 요리다. 이 과정에서 고기는 부드러워지고 향신료의 풍미가 자연스럽게 깊이 배어든다. "치킨 티까 마살라"와 같은 요리에서는 구운 치킨 티까를 크리미한 마살라 소스에 넣어 조리한다. 이런 완전히 인도스러운 요리가 영국의 국민 음식이라니?
중국이나 일본의 기무치가 한국 김치의 원조라고 하며 우리를 매우 불편하게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차원이긴 하지만, 인도 사람들은 영국이 치킨 티까 마살라를 본인들 음식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우리처럼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아 보였다. 직원은 오히려 인도의 음식이 한 나라의 대표 음식까지 되었다며 본인들 음식의 우수성에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한국에서 맛볼 수 있는 인도 음식은 어떨까?
언제부터인가 한국에서 인도 음식점을 찾기가 쉬워졌고, 꽤나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먹을 수 있는 인도 식당들도 많아졌다. 아마도 인도에 살아보았거나, 배낭여행을 해봐서 현지 가격 수준을 아는 사람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지불할 수 있는 가격은 아니지만, 그래도 인도 음식들이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 여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인도 음식이라고 하면 당연히 버터 치킨과 버터 난이라고 할 수 있다.
버터 치킨은 사실 앞서 얘기한 치킨 티카 마살라와 비슷한 음식 종류로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버터 치킨은 1948년 델리의 모티 마할 레스토랑에서 탄생했다고 하며, 닭고기와 토마토, 크림, 버터, 향신료 등으로 만들어진다. 닭고기를 요구르트와 향신료에 재워 구운 후, 토마토 기반의 크리미한 소스와 함께 조리하여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낸다. 이러한 부드럽고 크리미한 맛은 한국 여성들이 선호하는 맛으로,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난은 워낙에 유명해져서인지 요즘에는 한국 군대에서도 먹을 수 있다고 하는데, 일반 난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버터 난은 밀가루와 요구르트로 만든 난에 버터를 발라 구워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 버터 난은 버터 치킨의 소스에 찍어 먹으면 그 맛이 배가 되며, 고소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버터 난은 다양한 커리 요리와 잘 어울려 활용도가 높다. 버터 치킨과 버터 난은 한국인들에게 이국적인 미식 경험을 제공하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내가 사는 구자라트는 사실 음식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맛이 없다. 구자라트는 기본적으로 채식 베이스인 탓인지 치킨이나 양고기 같은 육식 음식을 많이 찾아보기도 어렵다. 그렇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채식 지역에 4년 가까이 지내다 보니 채식이 점점 맛있어지고, 구자라트식으로 요리된 다양한 퓨전요리도 있었다.
구자라트 아메다바드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단연 '구자라트 탈리'이다. 탈리는 인도 말로 접시라는 뜻인데, 접시에 여러 가지 커리와 쌉지 (야채로 이루어진 커리 등) 등이 놓아지는 말 그대로 '인도식 백반'이다. 이런 백반의 일종인 탈리는 각 지역마다 존재하며 각각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구자라트 탈리는 굉장히 유명하다. 마치 전주의 전주 비빔밥처럼 유명하다고 생각해도 좋다.
한국에서 출장이 온 분들이 있을 때 되도록 시간이 맞으면 구자라트 탈리를 대접하기 위해 항상 방문했던 'House of MG' 라는 식당이 있었다. 간디의 독립운동을 지원 했던 기업가의 대저택을 개조하여 만든 식당인데, 옛날 모습을 그대로 잘 유지하며, 구자라트 탈리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대부분 함께 방문한 한국 출장자들은 구자라트의 신기한 백반 요리를 먹어본 것 같다고 하며 신기해 했다. 탈리는 기본적으로 언리미티드로 제공되어 배가 부를 때까지 계속 먹을 수 있다.
구자라트에서 음식으로 신기한 것은 채식 전용 바베큐이다. 좋은 쇼핑몰이나 번화한 거리에 가면 BBQ라고 적혀있는 바베큐 집을 여러 군데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 맛있는 스테이크나 해산물 구이를 기대하겠지만, 방심은 금물, 이곳이 채식의 지역, 구자라트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채식으로만 구성된 바베큐 집을 구자라트에서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옥수수부터 버섯까지 다양한 채소를 직접 불에 구워서 먹는 매우 특이한 바베큐라고 할 수 있다.
구자라트에서만 유명한 음식은 아니지만 인도 여성들이 좋아하는 빠니뿌리(Pani Puri)도 빼놓을 수 없다. 빠니 뿌리는 인도에서 매우 인기 있는 스트리트 푸드로, 특히 여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이 음식은 인도의 여러 지역에서 조금씩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북인도에서는 "골가파" (Golgappa)라고도 하고, 마하라슈트라 주에서는 "푸치카" (Puchka)라고 불린다. 빠니 뿌리는 작은, 바삭한 볼 모양의 푸리 안에 향신료로 맛을 낸 물(빠니)과 감자, 병아리콩 등의 다양한 속재료를 채워서 먹는 음식이다. 일반적으로 빠니는 매콤하고 시원한 맛을 내며, 타마린드나 민트, 향신료 등이 포함된 물로 만든다. 이 독특한 맛과 식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특히 빠니 뿌리는 인도 여자들에게 한국 여자들이 떡볶이를 사랑하는 것처럼 인기 있다. 정말 대부분의 인도 여자들이 빠니 뿌리를 사랑하기 때문에 빠니 뿌리를 빼놓고 인도 여성 문화를 논할 수 없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병아리콩으로 만든 건강한 디핑 소스이자 스프레드인 후무스(Hummus), 건강한 음식 할와(Halwa), 소화에 좋아 음식을 먹을 때 빼놓을 수 없는 버터밀크(Buttermilk), 그리고 호텔에 가면 무조건 아침으로 먹어야 하는 도사(Dosa)와 초레(Chole) 또한 인기 있고 맛 좋은 음식이다.
인도 음식이 한국 사람 입맛에 맞기에는 어려울 수 있지만, 그래도 건강에 좋고 맛있는 음식들이 꽤나 있다. 한국에 소개된 인도 음식은 다소 제한적이라 다양한 인도 음식이 많이 홍보되지 않은 것 같다. 큰 대륙만큼이나 다양한 음식이 있는 인도. 처음에는 이상하고 적응되지 않았지만 어느덧 중독 되어버린 버터밀크 한잔이 무척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