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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vittra Jul 31. 2024

인도가 Bharat (바라트) 라고?

인도에서 바뀌는 도시 이름, 배경이 있다고요.

 2023년은 인도에게 큰 의미가 있는 해였다. 유일하게 높은 경제 성장률을 보이기도 했고, 세계 리더들의 모임인 G20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사실 G20 정상회의는 큰 화제가 되지 않았지만, 인도 언론은 이를 인도의 글로벌 리더십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사로 뜨겁게 다뤘다. 나도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지도자들이 인도에 모인다는 소식에 관심을 가지고 TV를 지켜보았다.


 그러던 중 낯익은 단어, 'Bharat(바라트)'가 모디 총리 앞 명패에 적혀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20대 시절, 대학교 과행사가 있으면 분위기를 돋구던 구호에 들어있던 '바라트'는 나에게 익숙한 단어였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선배들 틈에 껴서 "바라트, 바라트!"  (인도, 인도!) 를 외치던 기억이 생생하다. 나중에서야 공부하면서 '바라트'가 인도를 뜻하는 말임을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국제 행사에서는 일반적으로 'India'라고 명명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인도에서 열린 G20 에서 'Bharat'로 표기한 것은 꽤나 흥미로웠다.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니라 정치적인 배경이 있을 수 있다는 의심도 들었다. 인도 헌법 제1조 1항에는 'India, that is Bharat, shall be a Union of States'라고 명시되어 있어 위법 논란은 없지만, 모디 총리와 집권 여당의 '바라트' 밀어주기 모습에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뜨거운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인디아 (India)'라는 이름은 인더스 강에서 유래된 것으로, 이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사용되었던 명칭이다.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기원전 440년 그의 대표작인 『역사』에서 "아시아의 모든 주민 중에서 인도인은 동쪽과 해가 뜨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인도에서는 단 한 명의 인도인도 노예가 아닌 모두가 자유롭다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라고 저술하며 인도인의 피부, 생활 방식, 식습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인도'가 영국 식민지 시대의 상징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단어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영국이 인도 아대륙에 들어오기 훨씬 전인 그리스 역사가가 남긴 것이다.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이 '인도'라는 용어를 주로 지리적인 의미로 사용했다면 '바라트'는 고대 힌두교 경전과 서사시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3세기에 쓰인 마하바라타와 같은 고대 힌두교 경전에서는 인도 아대륙을 서사시 속 바라타 왕의 이름을 따서 "바라타 바르샤" 또는 단순히 "바라타"라고 불렀다. 이러한 배경으로 바라트라는 힌디어가 인도를 뜻하는 국호가 되었다.


 국가 이름은 분명히 중요하다. 실제 이러한 이유로 여러 국가가 국명을 변경하기도 했다. 스리랑카는 식민지 시대의 과거를 극복하기 위해 1972년 공화국이 된 후 실론에서 국명을 바꿨으며, 버마의 군사 정권은 1989년에 미얀마로 국명을 변경했다. 짐바브웨는 198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로디지아에서 국명을 변경했고, 2019년 북마케도니아는 구 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에서 국명을 변경했다. 

 하지만 1947년 독립한 이후에도 인도는 여전히 인도로 남아 있다. 인도의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는 독립 후 "운명과 함께"라는 연설에서 "인도"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는 "세계가 잠든 자정 무렵, 인도는 깨어나 자유를 향해 일어설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집권 인도인민당(BJP)의 나레쉬 반살 의원은 영국이 바라트의 이름을 "인디아"로 바꿨으며, 따라서 "인디아"는 "노예제도의 상징"이기 때문에 헌법에서 삭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물론 식민 시대의 이미지를 지우기 위한 도시 개명 사례는 많다. 1991년 케랄라 주 의회 의원들이 트리반드룸을 원래 이름인 티루바난타푸람으로 개명하면서 이러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봄베이도 마라티어인 뭄바이로 변경되었고, 코친에서 코치, 마드라스에서 첸나이, 캘커타에서 콜카타, 폰디체리에서 푸두체리 등으로 변경되었다. 최근에는 BJP가 주도한 명칭 변경 법안에 따라 오리사가 오디샤로, 방갈로르가 벵갈루루로 변경되기도 했다. 또한, 델리 대통령궁 앞의 큰 도로인 'Rajpath (Kingsway)'의 이름도 2022년에 '카르티비아 파트(Kartavya Path)'로 변경되었다. 이는 식민지 시대의 잔재를 지우고 자국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한 이름으로 바꾸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카르티비아 파트'는 '책임의 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국민들에게 더욱 의미 있고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정치인들은 평가하고 있다.


 또한 인도 정부는 페르시아어로 들리는 이름을 산스크리트어 이름으로 바꾸는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무슬림잔재를 버리고 힌두스러운 이름으로 교체하고자하는 노력인데, 2015년에는 델리의 아우랑제브 로드와 같은 상징적인 지역의 이름을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압둘 칼람 박사 도로로 바꾸기도 했다. 2018년에는 우타르 프라데시의 알라하바드를 프라야그라즈로 이름을 바꾸었다. 


 내가 지내던 구자라트 아메다바드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오랫동안 논의되고 있다. 구자라트는 수년 동안 거의 주 의원 전체 의석이 힌두이즘을 표방하는 집권당 BJP당이 100% 차지했던 지역이며, 특히 아메다바드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도시이자 경제적 중심지이다. 이 도시를 카르나와티 (Karnavati)라는 산스크리트어 명칭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아메다바드에 지내다 보면 Karnavati 라는 용어가 쓰인 여러 상점이나 브랜드, 교육기관 등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처음에는 무슨뜻인가 했는데, 나중에 아메다바드의 산스크리트어 명칭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모든게 이해가 갔다. 



 내가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인도인 동료들과 국호에 대해 얘기를 나눴을 때, 'Bharat'과 'India'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일부는 'Bharat'이라는 명칭이 전통적이고 자랑스러운 인도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다른 일부는 'India'라는 명칭이 국제적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논의는 인도 내부의 복잡한 정체성과 역사적 배경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인도의 명칭 변경 논의는 단순히 이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인도의 정체성과 역사를 반영하려는 노력이다. 'Bharat'라는 명칭 사용이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지만, 인도의 다양한 문화와 역사적 배경을 고려할 때 이는 자연스러운 변화로 보일 수 있다. 인도는 다양한 정체성, 신념, 삶으로 이루어진 풍부한 문화가 있는 곳이기 때문에 하나의 명칭으로 인도를 정의할 수는 없지만, 'Bharat'와 'India' 모두 인도의 복잡하고 다채로운 정체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인도는 다양한 문화와 역사를 가진 나라로, 이러한 명칭 변경은 인도의 자부심과 정체성을 고취시키는 중요한 과정이다. 'Bharat'와 'India' 모두 인도의 복잡하고 다채로운 정체성을 반영하며, 인도의 문화적 풍부함을 잘 나타낸다. 앞으로도 인도의 명칭과 관련된 논의는 계속될 것이며, 이는 인도의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반영하는 중요한 주제로 남을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인디아의 브랜드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쉽게 이름을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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