쭉쭉 오르는 아메다바드 부동산 가격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도의 부동산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구자라트의 아메다바드 부동산 시장에 대해 관심이 가기 시작했고, 출퇴근 중 눈에 보이는 아파트 공사 현장을 보면 "와, 여기저기 계속 짓네? 이 정도면 대체 얼마야?"라고 중얼거리기도 했다.
아메다바드는 최근 몇 년 동안 급성장하기 시작한 인도에서 가장 핫한 도시 중 하나로, 부동산 시장도 급격하게 성장하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온 도시가 공사장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여기저기 아파트, 상업용 건물 건설 현장이 많이 있었다. 신문에는 아파트, 상업시설의 홍보 책자가 항상 포함되어 오고, 인터넷이나 길거리의 광고판에는 온통 부동산 홍보 내용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좋은 회사들이 들어오고, 회사들이 투자를 확대하니 일자리가 늘어나며 인구가 유입되고, 아메다바드의 부동산은 우상향하는 명확한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
은행에서도 주택 구매 대출(Home Loan)에 대해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출 금리는 약 7-10%로 우리나라에 비해 높지만, 인도의 중앙은행 기준금리는 2023년 기준 약 6.5% 수준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합리적이다. 대출 이자만 보더라도 매년 주택가격 상승률을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한가지 놀란 사실이 있다면 집을 신규로 구매하는 직원들을 꽤나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높은 급여도 아니며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꽤나 많은 직원들이 집을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어떤 직원은 2채 이상 소유하고 있고, 이를 통해 많은 부수익을 얻고 있기도 하였다. 심지어 저임금, 저학력에 속하는 내 운전 기사도 집을 구매하여 월세를 주고 있었다. 일종의 부동산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대출 이자를 갚는 것은 어렵지만, 매년 오르는 부동산 가격을 보면 충분히 감내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런 시장을 보면 예전 우리나라의 분당 신도시가 떠올라 나도 직접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인도에서 외국인은 아직 부동산을 구매할 수 없다.
인도에서도 우리나라처럼 교통이 좋고 주변 상업 시설이 많은 지역이 인기가 많다. 직주근접이라는 사실은 어디서나 통용되는 논리로 볼 수 있다. 다만, 인도만의 특색 있는 부동산 시장의 특성 중 하나는 바로 템플근접이다. 인도인들은 집에도 기도를 드릴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외부에 템플이 얼마나 가까운지도 좋은 집의 조건이다. 그래서 부동산 홍보 책자에는 집에서 인근 유명한 템플까지의 거리도 표시되어 있다. 직주근접에 템플 근접이 더해진 것이다. 또, 인도는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소사이어티 개념이 큰데, 그러한 소사이어티가 얼마나 잘 구성되어 있는지도 중요한 요건이다. 좋은 소사이어티에는 산책로 뿐 아니고 수영장, 가든, 테니스장, 스포츠 시설 등 다양한 시설들이 완비되어 있다.
아메다바드뿐만 아니라 델리, 구루가온, 뭄바이 등의 부동산 시장도 엄청나게 성장 중이다. 뭄바이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도시 중 하나로 뽑히기도 했다. 2021년 나이트 프랭크의 보고서에 따르면, 뭄바이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주거용 부동산 시장 중 하나로, 평균 주택 가격이 1제곱미터당 약 10,933달러(약 1,300만 원)로 평가되었다.
주재원들은 대부분 회사 예산에 맞춰 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좋은 여건에서 살 수 있다. 어떤 회사는 도시마다 특색을 구분해 지역마다 다른 예산을 제공하고, 어떤 회사는 인도 전체 지역에 하나의 예산을 제공하기도 한다. 인도 전체에 동일한 예산을 제공하는 곳에서는 아직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메다바드에서 여유 있는 예산이 되기도 한다. 회사마다 예산이 다르니, 때로는 예산이 높은 회사들이 외국인 부동산 시장의 가격을 높인다고 어떤 한국인들은 불평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인도 월세는 매년 기본적으로 7% 인상을 해줘야 하고 때로는 그 이상으로 급격하게 올라가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일까? 최근에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예산으로는 도저히 좋은 여건에서 살 수 없고 심지어 이사까지 해야하는 경우도 발생하기도 한다.
인도에서 주택을 찾다 보면 "BHK"라는 용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BHK"는 침실(Bedroom), 홀(Hall), 주방(Kitchen)을 나타내는 약어로, 주거 공간의 구성을 설명하는 데 사용된다. 각 단어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이 용어는 인도 부동산 업계에서 매우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BHK" 앞에 붙는 숫자는 침실의 개수를 나타내며, 뒤에 "BHK"가 붙어 주택의 전체 구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2BHK"는 침실 2개, 홀 1개, 주방 1개로 구성된 주택을 의미한다. "1BHK"는 침실 1개, 홀 1개, 주방 1개, "3BHK"는 침실 3개, 홀 1개, 주방 1개를 뜻한다. 이 외에도 더 세부적인 형태로 "2.5BHK"와 같은 표현도 있다. 여기서 ".5"는 보통 침실보다는 작지만 독립된 공간으로 사용될 수 있는 추가 방을 의미한다. 이 방은 보통 서재, 작은 침실, 보조방 등으로 활용될 수 있다. BHK 시스템은 집의 크기와 공간 구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주어, 구매자나 임차인이 자신의 필요와 예산에 맞는 주택을 선택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또한 부동산 광고와 목록에서도 빠르게 정보를 전달하는 데 유용하다. 인도의 급성장하는 도시에서 BHK 표기법은 집을 찾는 사람들에게 명확하고 일관된 기준을 제공하여, 주택 선택 과정을 단순화하고 효율적으로 만든다.
아메다바드에 있으면 신기하게도 엄청나게 넓은 4BHK, 5BHK, 6BHK에 대한 럭셔리 하우스 홍보가 의외로 많은데, 그 이유는 대가족 중심의 사회로 3대 함께 사는 문화가 많기 때문에 큰집에 대한 많은 수요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아메다바드에서 통상 20~24평짜리 3BHK 집은 일반적인 동네에서 약 30~40랙 루피 (약 6,000만 원) 정도 되고, 매우 좋은 동네에서 3BHK, 4BHK의 50평 이상의 아파트는 약 2억~3억원 정도 수준이다. 델리나 뭄바이의 좋은 동네에서는 이보다 훨씬 높은 100락 루피(약 15억 원) 이상이다.
일부 인도 주재원이나 아내들이 한국에 복귀하면 느끼는 현타(?)내지 서글품이 있는데, 직접 모든 가사일을 해야한다는 것, 그리고 직접 운전하거나 지하철을 타고 다녀야는 것 그리고 꽤나 넓고 좋은 집에서 살다가 한국에 20~30평대로 다시 들어오면 너무 좁게 느껴져 적응하는데 애를 먹는다는 것이다. 금방 적응은 하지만 순간 현타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