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마요덮밥
가족여행에서 동생과 함께 하루 일찍 돌아왔다. 우리집이었지만 묘한 해방감을 느꼈던 날. 서울로 가는 기차 안에서 나와 동생은 어떤 저녁을 먹을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뿌링클 치킨으로 결의(?)를 했다.
식탁이 아닌 텔레비전 앞 좌식 테이블에서, 비닐장갑을 끼고 야무지게 치킨을 즐겼다. 그것도 밤 10시에. 평소 같지 않으면 전혀 시도하지 않았을 야식이었다. 평소보다 더 맛있는 치킨 타임 후, 아쉽지만 몇 조각을 남긴 채 잠을 청했더랬다.
다음날, 점심메뉴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바로 남은 치킨을 활용한 치킨마요덮밥. 단순한 메뉴인만큼 레시피도 다양했다. 최대한 손을 덜 들이면서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 어제의 여운을 그대로 이어가기 위해 레시피를 찾아보다가, 그냥 내 마음대로 해보기로 했다.
우선 잘게 썬 파를 기름에 볶아 파기름을 낸다. 여기에 달걀을 풀어 스크램블을 만들며 파와 함께 볶아준 다음, 밥을 더해 한번 더 볶아준다. 이때 굴소스로 간을 더하는데, 뿌링클 치킨을 토핑 할 것이기 때문에 너무 짜지 않도록 조절해 준다.
그렇게 파계란볶음밥을 먼저 만들어 그릇에 덜 어둔 다음, 그 프라이팬에 뼈를 발라 잘게 찢어놓은 뿌링클 치킨을 넣고 볶는다. 정확하게 말하면 기름 없이 덖었다. 눅눅해진 튀김옷을 어느 정도 살려내며 맛을 끌어올리기 위함이었다. 덖어낸 뿌링클 치킨을 덜어놨던 볶음밥 위에 토핑으로 더해주면 완성이다. 기호에 따라 마요네즈나 김가루를 뿌려 먹으면 된다.
단순했지만 과정마다 고민이 담긴 요리다. 밥과 함께 치킨을 볶아버릴 것인지, 달걀을 따로 부쳐 토핑처럼 만들 것인지 등등. 이미 가진 재료를 응용한 요리를 할 때면 마주하는 고민들이다. 얕지만, 그동안 해봤던 요리법들을 내 방식대로 시도해 보는 것. 비닐장갑을 끼고 남은 치킨의 뼈를 발라 찢어놓는 수고에 반영된, 메뉴에 대한 열정. 그리고 남은 재료를 소진했다는 것으로 뿌듯함은 더 커진다.
한낮은 아직 뜨겁지만, 어느새 더위가 조금씩 가시고 있다. 시간들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하다.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맛있는 걸 건강하게 먹으면서 즐기고 싶은 마음이다. 귀찮음이 아니라 나를 아껴주는 행동으로. 치킨마요덮밥을 내 방식대로 만들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