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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pe Oct 15. 2024

밤이 되어서야 비로소 선명해지는 것에 대해

최근 단기선교 팀원들과 함께 가평의 한 농장으로 1박 2일 엠티를 다녀온 적이 있다. 팀원 중 한 명이 자기 가족 농장을 장소로 제공해 준 덕분에 더해진 힐링 포인트가 있었다. 바로 초록한 농장뷰. 낮에는 이곳저곳 산책하며 햇빛과 초록빛 사이에서 여유를 누렸다.



어느덧 해가 지고 밤이 되었다. 온갖 조명이 가득한 도심과는 달리 농장은 온통 깜깜했다. 우리가 머물 숙소만 밝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어두운 쪽으로 나와서, 빛이 비치고 있는 숙소 풍경을 찍었다. 이날의 분위기와 추억을 남겨놓기 위해. 또 별도 더 잘 보였다. 날씨는 다소 쌀쌀했지만, 뭔가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시간이 더 지나서는 캠프파이어 사이트로 내려가 불멍을 즐겼다. 장작이 타는 냄새까지 참 편안했던 기억이 난다. 포일로 싼 감자와 고구마, 꼬치에 끼워 구워 먹은 마시멜로우까지. 이따금씩 올라오는 연기나 불씨들에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붉고 푸르게 타오르는 불길은 참 아름다웠다.


야외에서 사진을 찍을 때 구도를 잡으면서 하는 말이 있다. '이쪽은 역광이야', '여기가 더 예쁜데', '아니면 저쪽으로 가볼까?' 등등. 밤이 되어서야 비로소 선명해지는 것은 '빛이 있는 곳'이 아닐까.


또 인간의 하루를 생각하면. 나는 저녁이 되면 한층 차분해지는 느낌이다. 일을 쉬고 있으니 낮에는 특정한 루틴이 없다면 시간이 붕 뜨곤 한다. 이 오후 시간대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생각하면 혼란스러울 때가 참 많다. 많은 생각을 뒤로하고 일단 하나라도 보이면 행동하면 될 텐데. 그게 잘 되지 않으면 답답하고 두렵기도 하다. 그러다가 저녁 무렵이 되면 뭔가 안정이 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밤이 되면 어느새 내일을 또 기대하고 있다. 낮 시간을 잘 활용해야겠다고 늘 다짐한다. 그렇게 에너지를 다시금 충전하곤 한다.


밤이 되면 괜히 감성적이 된다는 사람들도 많다. 나도 그런 편이다. 하지만 매일 해야 할 일을 숙제처럼 후다닥 하는 시간으로는 보내고 싶지 않다. 하루를 돌아보면서 내일을 기대하면서, 나를 더 사랑하는 시간으로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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