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소망하는 미래의 모습에 대해
초등학생 때 어느 수업에서 그림 그리는 시간이 있었다. 주제는 '10년 후의 내 모습'이었다. 사실 정확한 햇수는 기억이 안 나지만, 몇 년 후 미래의 내 모습을 그려보라는 것이었다. 선생님의 의도는 우리들의 장래희망을 그려보라는 것이었다. 의사라면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모습, 과학자라면 연구를 하는 모습, 운동선수라면 경기장에서 뛰고 있는 모습 등등.
그런데 나는 그 주제를 오롯이 받아들였다. 몇 년 뒤 나의 얼굴을 상상하며, 적당히 나이 든 모습으로 자화상을 그려낸 것이다. 다양한 직업군의 모습이 담긴 친구들의 그림과 달리, 나는 커다란 얼굴 하나만 덩그러니 그렸던 기억이 난다. 참 순수했던 시기에 남긴 웃픈 추억이다.
지금 청년의 모습으로 그때를 생각해 보니 오히려 대견하다. 미래의 내 모습을 직업으로 한정할 수 없다는 걸, 나는 그때부터 알았던 걸까. 나는 미래에 어떤 어른,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을까.
'내가 소망하는 미래의 모습'이라는 질문을 봤을 때, 내가 사는 세상보다는 나의 모습에 대해서 생각했다. 내가 소망하는 미래의 '내' 모습으로.
내가 좋아하고,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며, 내가 일한 만큼 정당한 임금을 받는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관계에 있어서도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나의 이야기도 지혜롭게 잘 전하며 털어놓고 있기를 바란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할 만큼의 운동과 산책을 꾸준히 하며, 틈틈이 여행도 다닐 것이다. 그리고 함께 사랑하며 더욱 나다워질 수 있는 배우자와 함께 지내고 있을 것이다. 나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내가 기쁘게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적극적으로 돕고 있기를 바란다. 늘 좋은 모습만 애써 보이지 않고, 때론 못나더라도 솔직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 가족과 친구들,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 늘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란다. 독서와 음악 듣기의 취미가 변함없길 바란다. 현재,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감사하길 바란다.
쓰다 보니 쑥스럽기도 하지만 뭔가 뭉클하다. 이런 생각들, 바람들을 갖고 있었구나 하며 나 자신을 보게 된다. 역시 글쓰기의 힘은 위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