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언제부터인가 '용기'라는 단어가 맘 속 깊숙이 박혔다. 바라는 목표이자 덕목으로써의 설렘, 한편으로는 이미 내 안에 있다는 자신감도 주는. 알 수 없는 생동감을 주는 단어였다. 덕분에 함께 생각난 책이 있다. 바로 <미움받을 용기>. 마치 하나의 문장처럼 남아있는 제목을 가진 책.
처음 출간됐을 당시(2014년)나, 베스트셀러가 됐을 때는 정작 읽을 생각이 없었다. 제목 자체로 다 읽은 듯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베스트셀러가 되면 오히려 잘 못 읽겠는 이상한 심리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이 타이밍이었던 걸까. 최근 재미있게 보는 드라마에서도 이 책이 등장했다. 새로 이직한 직장에서 깐깐한 상사(대표)를 대하는 주인공에게, 동료가 도움이 될 거라며 건네준 것이다. 내심 반가웠다. '저 책을 읽어봐야겠다.' 그리고는 동네 도서관에서 얼른 빌려왔다.
이 책을 가득 채운, 한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를 읽다 보면 아들러 심리학을 서서히 이해하게 된다. 대화체여서 그런지 보다 재밌고 편했던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청년에 이입됐다가, 철학자의 편을 들기도 하고. 내 마음에 공감 가는 대로 두 인물 사이에 머물면서, 어느새 친해진 느낌이었다. 아들러 심리학에서 주장하는 명제들이 모두 흥미로웠다. 목적론, 과제의 분리, 인간관계 등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민하게 되는 문제들을 향한 새로운 시선들이었다. 아니, 새삼스러운 것이었다.
'평범해질 용기'라는 말이 나온다. 특별해지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이미 나는 특별하기 때문이다. 위대하다고 말하는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지극히 단순한 것들이 많다. 그래서 더 대단하다. 이렇게 파고들면서 의미를 발견하다 보면 끝이 없을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새로이 깨닫고, 또 도전할 목표를 발견하는 것. 단순히 아들러 심리학을 이야기하는 것뿐만 아니라, 대화와 단어가 가진 힘을 재발견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뭔가 벅차오른다.
내가 오래도록 씨름한 여러 과제들을 건드리고 갔다. 당장 해결하지 못해도 어둠 속 빛, 그리고 그 방향으로 나아갈 힘을 얻은 것 같다. 지금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있었고, 그래서 기쁘다.
...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일단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고, 결과가 어떻든지 간에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갖게 하는 것이라네. 이러한 접근 방식을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용기 부여'라고 하지.
_'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 83쪽
자네가 전에 말했지? "행복해 보이는 사람을 진심으로 축복할 수가 없다"라고 말이야. 그것은 인간관계를 경쟁으로 바라보고 타인의 행복을 '나의 패배'로 여기기 때문에 축복하지 못한 걸세. 하지만 일단 경쟁의 도식에서 해방되면 누군가에게 이길 필요가 없네. '질지도 모른다'는 공포에서도 해방되지.
_'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 119쪽
지고 싶지 않다는 일념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려 들지 않고, 결과적으로 잘못된 길을 선택하게 되지. 잘못을 인정하는 것, 사과하는 것, 권력투쟁에서 물러나는 것. 이런 것들이 전부 패배는 아니야.
_'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 129쪽
자네는 타인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네. 나도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고. 타인의 기대 같은 것은 만족시킬 필요가 없다는 말일세.
_'타인의 과제를 버리라' 160쪽
자신의 삶에 대해 자네가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믿는 최선의 길을 선택하는 것', 그뿐이야. 그 선택에 타인이 어떤 평가를 내리느냐 하는 것은 타인의 과제이고, 자네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일세.
_'타인의 과제를 버리라' 174쪽
단적으로 말해 "자유란 타인에게 미움을 받는 것"일세. ... 남이 나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든 마음에 두지 않고, 남이 나를 싫어해도 두려워하지 않고, 인정받지 못한다는 대가를 치르지 않는 한 자신의 뜻대로 살 수 없어. 자유롭게 살 수 없지.
_'타인의 과제를 버리라' 192, 193쪽
누군가의 칭찬을 받고 싶다고 바라는 것. 아니면 반대로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것. 이는 인간관계를 '수직관계'로 바라본다는 증거일세. 자네가 칭찬받기를 원하는 것은 수직관계에 익숙해졌기 때문일세.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온갖 '수직관계'를 반대하고 모든 인간관계를 '수평관계'로 만들자고 주장하네.
_'세계의 중심은 어디에 있는가' 233쪽
그래. 강제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과제를 분리한 상태에서 자력으로 해결할 수 있게 지원하는 거야. 그야말로 "말을 물가에 데리고 갈 수는 있지만,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라는 말에 딱 들어맞는 일이지. 과제를 하는 것도 본인이고, 과제를 하겠다고 결심을 하는 것도 본인이지.
_'세계의 중심은 어디에 있는가' 237쪽
과제를 분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변할 수 있는 것'과 '변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해야 하네. 우리는 '태어나면서 주어진 것'에 대해서는 바꿀 수가 없어. 하지만 '주어진 것을 이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내 힘으로 바꿀 수가 있네. 따라서 '바꿀 수 없는 것'에 주목하지 말고, '바꿀 수 있는 것'에 주목하란 말이지. ... 우리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네. 그저 '용기'가 부족한 거지. 모든 것은 '용기'의 문제라네.
_'지금, 여기를 진지하게 살아간다' 266, 26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