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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pe Sep 02. 2022

결과보다 과정을 먼저

간장삼겹파스타와 잔치국수

요리를 하고 싶은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먹고 싶은 음식이 있어서, 생각 없이 무언가에 몰두하고 싶어서. 그리고 비주얼에 혹해서이다. 그래서 만들어 먹은 음식이 바로 간장삼겹파스타이다. 간단하게 해 먹을 수 있는 파스타 레시피를 모아놓은 것이 눈에 띈 것이다.


다진 마늘과 다진 파를 기름에 볶아 향을 낸 다음, 잘게 자른 삼겹살을 넣어 볶는다. 나는 집에 남아있던 대패삼겹살을 넣어주었다. 그리고 6분 정도 익힌 파스타면을 넣고 볶다가, 간장과 설탕을 넣고 마저 볶아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포인트! 달걀노른자만 톡 얹어주는 것이다. 내가 이 노랗고 반짝이는 비주얼에 반했던 것이다.


평소에도 꾸덕하고 입에 꽉 차는 식감을 좋아한다. 빵을 예로 들어 말하자면 치아바타, 소보루빵 같이 본연의 모습만을 자랑하는 빵을 특히 더 좋아한다. 간장삼겹파스타의 인상과 식감이 그랬다. 느끼함 없이 담백하게, 입에 꽉 차는 맛.


이 날은 무척 흐린 날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국물과 면이 더 생각났다. 왜 흐리거나 비 오는 날씨면 국물과 면, 전 요리가 당기는지 모르겠다. 한국인에게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인지, 아니면 후천적으로 학습된 문화인지. 참으로 연구 대상이다.


아무튼 그래서 점심에는 파스타를 먹었지만, 저녁 메뉴를 국수로 정했다. 그것도 담백한 국물에 담은 잔치국수를. 여기에 치즈감자전을 함께 해보기로 했다.


잔치국수는 비교적 수월했다. 멸치 다시마 육수를 낸 다음 애호박, 당근, 양파를 채 썰어 넣어 함께 끓인다. 그리고 계란물을 풀어 넣은 다음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한다. 이후 삶은 소면에 이 국물을 부어주면 끝! 기호에 따라 간장, 고춧가루, 다진 마늘, 참기름 등을 섞은 양념장을 얹어주면 된다.


완성하고 나서 뿌듯함도 느끼지만, 현타와 함께 '다음에 다신 하지 말아야지'하고 다짐하는 메뉴들도 있다. 치즈감자전이 그랬다. 감자를 적당한 굵기로 썰고 찬물에 담가 전분기를 빼준 다음 감자전분, 고춧가루, 치즈가루 등을 넣어 감자와 골고루 섞으면서 묻혀준다. 그리고 팬 위에 동그랗게 겹쳐서 펼쳐준 다음, 거의 튀기듯이 익혀주는 것이다. 그런데 일단 불 조절에서, 그리고 생각보다 촘촘하게 놓지 못한 감자들이 무너지는 모습에서 실패를 예감했다.


하지만 참고했던 레시피의 완성본과 비교했을 때의 실패였을 뿐. 다시 작게 조각내어 피자치즈를 얹어 마무리했다. 거칠게 가위로 잘라 소분하여 먹긴 했지만, 국수와 함께 먹기 좋은 사이드 메뉴였다.


남들 앞에 화려하게 등장하면 시선도 사로잡고, 누군가에게 동기부여를 하며 영향력도 끼친다. 하지만 정보를 활용하면서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 또한 참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요리란 것이 참 매력적이다. 만들면서 성취감도 얻을 수 있고, 자신이나 소중한 사람들과 먹으며 선물 같은 시간을 마련할 수도 있다.


서투름의 연속이겠지만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과 감사를 놓치지 않으며, 어떤 결과가 나오든 감사할  있기를 바란다. (간장삼겹파스타와 잔치국수, 치즈감자전이 내게 ... 새삼스럽고 거창한 결론!)


간장삼겹파스타와 잔치국수. 생각보다 간단하니 실천에 옮기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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