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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pe Nov 15. 2022

발견하는 기쁨, 생각보다 놀랍다

(2) 라인 프렌즈 월드, 파이롯트(PILOT), 문보장 팝업

https://brunch.co.kr/@praygrape/62 (앞의 글과 이어집니다)


인정하기 어렵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는 사실. '인생은 계획대로 안 된다.'


이번 글에 담긴 일정들은 집을 나설 때만 해도 전혀 예상하지도, 상상하지도 못했다. 성수역에서 내려 서울숲까지 오가는 동안 우연히 내 눈에 들어온 곳들이다. '그게 여기였어?' 어디선가 들었던 소식의 현장이 눈앞에 펼쳐진 순간. 마침 날짜도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달은 순간. 나는 이미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라인 프렌즈 월드 (LINE FRIENDS WORLD)


성수동에 사는 친구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우연히 보았다. 어느 행사장 입구에 사람들이 줄을 선 모습. 사이사이 비치는 모습을 보니 라인 캐릭터들이었다. '우와, 정말 못 가겠다.' 사실 이게 내게 와닿은 첫인상이었다.

그런데 이날, 라자냐를 먹고 다시 성수역으로 돌아가는 길(왜 서울숲에서 다시 성수역으로 돌아가려고 했는지는 나중에 나온다). 아까 왔던 길이나 큰 길가보다, 골목으로 들어섰다. 골목에 재미있는 것들이 많을 것 같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초록색 풍선을 들고 가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자세히 보니 개구리 캐릭터 풍선이었다.


'저게 뭐지? 근데 귀엽다.' 내심 궁금해졌다. 그리고는 문득 떠올랐다. 좀 전에 서울숲으로 향하던 길에 보았던 라인 프렌즈 팝업스토어 포스터가. 그때만 해도 '아, 여긴 못 가' 했던 곳이었는데. 귀여운 캐릭터 풍선에 이끌려 어느새 장소를 검색하고 있었다.




장소에 가까워질수록, 개구리 풍선을 들고 있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많아졌다. 그렇게 도착한 팝업스토어 입구. 놀이동산 콘셉트로 꾸며놓았다. 그런데 입구에는 개구리 캐릭터 풍선이 모두 소진되었다는 안내 문구도 붙어있었다. 개구리 풍선에 이끌려 온 나는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지만, 여기까지 오게 되었으니 구경이라도 해봐야겠다 싶었다.


그런데 내가 이전에 봤던 그 긴 줄은 없었고, 드문드문 사람들이 들어갈 뿐이었다. 아마 개장시간이 꽤 지나서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스토어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직원이 개구리 풍선을 갖고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안으로 들어가 보니, 개구리 풍선이 딱 하나 남아있었다. 안에 있는 직원에게 조심스레 물어보고, 남은 그 풍선 하나를 들고 나왔다! 풍선을 들고 놀이동산 콘셉트의 스토어를 구경하고 있자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기존 라인 프렌즈 캐릭터들의 베이비 버전 캐릭터들로 꾸며놓은 공간이었다. 둥글고 귀여운 건 못 참지. 굿즈들을 살 만한 관심은 없었지만, 여기저기 구경하며 포토존에서 사진도 찍어보았다. 이미 나는 개구리 풍선으로도 충분히 만족한 상태였다.






파이롯트 오피스 (PILOT OFFICE)


개구리 풍선을 들고 신나게 성수역으로 향하는 길. 그렇게 성수 카페거리에 다 와갈 즈음, 밝은 하늘색 외벽이 보였다. '여긴 또 뭐지!' 자세히 보니 파이롯트 팝업스토어였다. 파이롯트라면 유명 문구 브랜드. 특히 나의 수험생 시절 단짝(?) 필기구였던 하이텍씨의 고향 아니던가. 그렇게 나의 두 번째 일탈이 시작되었다.


전체적인 콘셉트는 오피스, 사무실이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오른편에는 노트, 편지지, 봉투, 메모 패드 등의 지류들이 있었고 왼편에는 이번에 홍보하는 파이롯트 필기구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흰색, 검은색 메모지에 직접 써볼 수 있었다. 제일 안쪽에는 필기구 제품들을 직접 써볼 수 있는 체험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원래는 적당히 구경하고 가려했으나, 이왕 이렇게 들어온 거 끝까지 다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조금 더 기다리면 체험을 해볼 수 있었다. 어느새 내가 앉은 책상 위에 파이롯트 필기구, 그리고 여러 항목이 적힌 소책자가 놓였다. 소책자 안에 있는 안내대로 필기구들을 쓰며 항목을 채우면 된다고 했다.


소책자의 분량은 꽤 있는 편이었으나 흥미로웠다. 여러 유형의 질문들에 해당되는 필기구로 답을 적어야 했다. 나의 이름, 좋아하는 노래, MBTI, 꿈, 말풍선 채우기 등. 답안을 채워가는 동안 각 제품의 장점을 느낄 수 있게끔 한 것이었다. 그 아이디어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에게 제출하는 것도 아니고, 검사받는 것도 아니었지만 솔직하게 답안을 쓰는 것은 여전히 어려웠다. 이게 뭐라고 그 순간 그렇게 진지했을까. 새로운 아이디어들, 예상하지 못한 질문들을 마주했던 흥미로운 곳이었다.






문보장(文寶藏); 도심 속 문구 아지트


앞서 말했던, 서울숲에서 다시 성수역으로 돌아간 이유. 바로 이 문보장 전시였다.


이날 맨 처음 성수역에 내려서 일정을 위해 목적지에 가는 도중 우연히 이 팝업 전시회의 광고를 보았다. 본래 일정은 끝났지만, 성원에 힘입어 전시를 연장한다는 내용이었다. 마침 내일부터 재정비로 쉬어 간단다. 전시 주제 또한 무척 흥미로웠기에 꼭 보고 싶었다. 그런데 개장 시간은 12시부터였다. 그래서 라자냐를 먹고 다시 성수로 이동하면 시간이 얼추 맞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중간에 개구리 풍선과 하늘색 외벽에 한눈을 팔게 될 줄은 몰랐다...)


'도심 속 문구 아지트'라니. 내가 좋아하는 요소들이 모두 모였다. 문구류는 물론 아지트가 갖고 있는 그만의 소중함과 추억이라는 것도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문구가 가지고 있는 숨은 스토리들을 소개한다니!


전시공간의 입구도 특이했다. 개장 전에는 마치 지하주차장의 출구 같이 셔터가 내려가 있던 곳. 하지만 개장 이후 활짝 열린 지하로 들어가 보니, 정말 아지트처럼 은밀하지만 소중한 공간에 전시가 펼쳐져 있었다.




종이, 붓, 먹, 벼루. 늘 곁에 두게 되는 문구를 말하는 문방사우. 그 문방사우의 현대판으로 연필, 지우개, 펜, 종이를 내세운 가운데, 유명 작가들의 에세이나 소설에 등장하는 문구류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공간으로 전시는 시작되었다. 이러한 기획 자체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안에는 필사체험 공간, 유명 문구 제품들을 마치 전시 작품처럼 진열하여 판매하고 있는 숍(shop), 그리고 스티커와 마스킹 테이프 등을 활용하여 다이어리를 꾸밀 수 있는 일명 '다꾸' 공간까지. 문구 덕후들이라면 오래오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요소들이 충분했다.


이날의 타이밍과 나의 체력, 그리고 용기에 스스로 박수를 보낸다. 이렇게 다시 적고 보니, 우연으로 만난 시간들이었지만 꽤 알차게 보냈구나 싶다. 이런 게 바로 '발견하는 기쁨'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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