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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pe Nov 29. 2022

일단 냉장고를 열어보자

콩나물 불고기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먹거리를 좋아하는 한 연예인이 배달 음식 활용 아이디어를 들려주었다. 그 가운데 나온 식재료인 콩나물. '콩나물'이라는 자막을 본 이후 어느새 내 의식은 콩나물 불고기로 흘러갔다. 최근 한 웹툰에서도 스치듯 보았던 콩나물 불고기. 이렇게 자잘한 경험들은 쉬이 사라지지 않고, 내 안에서 곧 맞춰질 퍼즐 조각처럼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웹툰에 나온 레시피를 먼저 보니, 놀랍게도 재료들이 거의 다 집에 있었다. 가족들이 종종 즐겨먹는 냉동 대패삼겹살까지 있는 상황. 피할 수가 없네. 문득 떠오른 요리 메뉴에 재료까지 다 있다면. 냉장고 파먹기, 이른바 '냉파'를 위해 마지막으로 다루어야 할 것은 내 귀차니즘뿐... 


하나 없는 재료가 있었으니, 바로 깻잎이었다. '꼭 있어야 하나...?' 했지만, 다른 콩나물 불고기(이하 콩불) 레시피를 찾아보니 깻잎이 꼭 있어야 한단다. 그래서 동생 찬스를 썼다. '퇴근길에 깻잎 사다 주면 저녁으로 콩불 해줄게!'


우선 콩나물을 씻어 넓은 냄비에 깔아준다. 그리고 5mm 두께로 채 썬 양파, 3cm 정도 길이로 자른 대파를 골고루 콩나물 위에 깔아준다. 익어서 부드러워질 식감을 고려하여 조금 두꺼운 감으로 써는 것 같다. 이어서 불고기감으로 정한 고기(나는 대패삼겹살로 했지만, 돼지 뒷다리살이 보통인듯했다)와 깻잎을 올린다. 여기서 깻잎은 5장 정도는 한입 크기로, 1장은 돌돌 말아 얇게 채 썬 것이다. 냉장고에 남아있던 미니 새송이버섯도 꺼내어 적당한 식감을 남길 정도로 자른 다음 함께 넣어주었다. 마지막으로 양념장을 올리고 중불을 켰다.



콩나물 불고기, 스탠바이!


양념장은 간장, 맛술, 설탕, 고춧가루, 고추장, 다진 마늘을 넣고 다 함께 섞어서 만든다. 원래 양념장을 제일 먼저 만들어야 했는데, 순서를 헷갈려 채소를 손질한 뒤에야 만들기 시작했다. 그동안 자잘하게 이런저런 요리들을 시도하며, 양념장은 어느 정도 숙성의 시간을 두는 게 좋다는 가르침을 얻었는데. 어쩔 수 없지.


그렇게 재료들을 담은 냄비를 중불에 올려두면 어느새 콩나물에서 수분이 생긴다. 바닥부터 보글보글 끓는 기포가 조금씩 보인다. 채소에 열을 가하면 나오는 수분감. 이게 콩불의 매력인 것 같다. 이 포인트가 없으면 콩불이 완성되지 않는 느낌이랄까. 



콩나물과 채소에서 나온 수분감으로 보글보글


수분감이 올라오면 불의 세기를 조금 더 올린 다음, 양념장과 모든 재료가 잘 섞이게 볶아준다. 콩나물의 아삭한 식감을 더 살리고 싶다면 중간에 콩나물을 뺐다가, 고기가 다 익을 즈음 다시 넣고 섞어준다는데. 나는 그렇게 콩나물을 구하기(?)에는 이미 너무 섞여버려서 그냥 두었다. 간이 안 맞으면 간장을 조금 더 넣어준다.


콩불은 볶음요리지만, 빨간 양념국물이 자작하게 끓는 모습도 보여준다. 참 묘한 매력이다. 잘못하면 양념이 타버릴 수 있는, 양념에 재운 고기들보다는 보다 맘 편히 요리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쌈으로 싸 먹기도 하고, 남은 양념에 밥을 비비거나 볶아서도 먹을 수 있다. 콩불을 찬양(?)하면서도, 밖에서 사 먹던 음식들을 집에서도 해 먹을 수 있다는 소소한 기쁨과 자신감에 살짝 신나 버렸던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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