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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pe Jan 09. 2023

먹고 싶은 걸 먹기 위해서라면

고등어조림

"촉촉한 생선이 먹고 싶다."


새해맞이 새벽기도회 덕분에 하루를 일찍 시작하게 되는 1월 첫 주였다. 아침의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가는 길. 무작정 먹고 싶은 게 생각났다. 바로 생선. 단단한 살을 지닌 고등어. 그런데 구워서 먹자니 냄새도 날 것이고 뒤처리도 보통이 아닌 메뉴다.


문득 최근에 먹었던 시래기고등어조림이 생각났다. 그래도 조림은 끓이기만 하면 알아서 조려지니 괜찮지 않을까. 레시피를 찾아보았다. 다른 재료를 더 사지 않더라도 집에 있는 재료만으로 최대한 할 수 있는.


그리고 얼마 후, 나는 마트에서 통조림 고등어만 사서 당당히 집에 돌아왔다. 시래기나 묵은지를 얹은 본격적인(?) 고등어조림은 아니지만, 최대한 간편하게 만들어 먹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먼저 감자의 껍질을 벗겨서 크게 편으로 썰어주고, 양파는 채를 썰어 준비한다. 그리고 냄비 아래 제일 먼저 편 감자를 깔아준 다음, 채 썬 양파를 깔아준다. 무 대신 감자가 매력을 발산할 예정이다. 단단한 채소가 밑에 있어야 오래도록 조리는 동안 다른 재료들과 함께 익어가고, 또 요리의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는단다. 왠지 감자의 든든하고 뜨거운 섬김(?)에 마음이 숙연해지는 느낌이다.


그 위에 통조림 고등어를 올린 다음, 양념장도 올린다. 양념장은 간장, 참기름, 올리고당, 고춧가루, 다진 마늘, 후추를 섞어 만든다. 우선 고등어살 위에 양념장을 올리고, 남으면 양파와 감자 위에 올려준다. 그리고 종이컵 한 컵 분량의 물을 넣은 다음 센 불에 끓여준다. 이때 뚜껑을 열고 끓여줘야 고등어의 비린맛이 날아간다.


사진에 집밥 느낌이 보다 리얼하게 나와버렸다


고등어가 어느 정도 익었다면 약불로 줄여서 10분 정도 더 졸여준다. 이때 양념장의 맛이 채소에서 나온 물과 함께 어우러져 고등어에 더 깊이 배인다. 보글보글 끓는 소리와 맛깔난 색, 얼큰해지는 냄새까지. 점점 참기가 힘들어진다.  


마지막에 파를 썰어 넣어주었어야 했는데, 조림이 타지 않도록 지켜보다가 깜박해버렸다. 파의 식감과 단맛이 빠진 게 아쉬웠지만, 고등어조림은 이미 그 자체로 충분했다.


양념이 배인 고등어살 한입. 졸여진 양파와 감자를 떠서 함께 비벼먹은 밥. 통조림이라도 뭐 어떤가. 이만큼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훌륭한 요리가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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