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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pe Jan 30. 2023

빨간 명절 음식

떡국떡 떡볶이와 달걀스팸주먹밥

지난 설 연휴 마지막날. 냄비에는 예비용으로 끓여둔 국물, 넓은 면기에는 불려둔 떡국떡이 대기조처럼 남아있었다. 언제든 덜어서 끓여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 놓은 지난 설 연휴의 흔적들. 그동안 떡국과 만두, 불고기 등 나름 명절 음식을 먹긴 했지만. 뭔가 아쉬웠다. 연휴 마지막날이어서 그랬을까? 왜 무턱대고 떡볶이가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가래떡이나 떡볶이용 떡은 없었지만, 떡국떡은 많이 남아있었다. 전날 외출했다가 집에 오면서 어묵도 사 왔다. 설에 꼭 떡국만 먹으라는 법이 있나. 정감 있는 분식으로, 떡국떡을 활용한, 빨간 명절 음식을 해보기로 혼자 다짐했다. 마침 그전날, 유튜브를 보다가 알고리즘으로 한 레시피도 추천받았다. 바로 계란스팸주먹밥. 또 떡볶이와 잘 어울리는 메뉴 아닌가.



먼저 떡국떡을 씻어서 불려놓은 다음, 떡볶이 재료를 손질했다. 양파 한 개는 채 썰고, 한 봉지에 담긴 어묵 4장은 직사각형으로 썰었다. 그리고 파는 반으로 가른 다음 길게 썰어두었다. 삶은 달걀도 잊지 않고 준비했다.


또다른 메뉴인 달걀스팸주먹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작게 깍둑썰기한 스팸을 팬에 볶고, 키친타월로 기름을 빼준다. 그리고 주먹밥용 파는 작게 쫑쫑 썰어준다. 그런데 이 날의 파는 좀 특별했다. 바로 '파-테크'로 내가 직접 키운 파였기 때문이다. 줄기 안에서 쪽파처럼 가늘게 자라긴 했지만, 놀라운 성장 속도와 생명의 신비를 보여주었던 파이다. 이렇게 먹게 되는구나.


파테크로 키워낸 파. 잘 먹었어...!


다음은 달걀지단을 만들 차례. 달걀 세 개, 맛술 1큰술, 우유 2큰술, 설탕 1/2큰술, 소금 한 꼬집을 넣어 계란물을 만든다. 그리고 반씩 나누어 프라이팬에 부어 익혀준다. 이때 타이밍이 중요하다. 익는 정도나 모양을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젓가락으로 가장자리부터 가운데로 살살 밀어주고, 가운데는 주걱으로 두드려가며 윗면과 아랫면이 고루 익도록 해주어야 한다. 살짝 덜 익은 스크램블 느낌? 그렇게 두 개의 달걀지단을 만든다. 그리고 달걀이 살짝 식었을 때 길게 잘라둔다. 이때 자투리 지단은 주먹밥용 밥에 함께 넣어준다.


이제 밥을 양념할 차례다. 밥 1.5 공기에 소금 간 살짝, 그리고 앞서 남은 자투리 달걀지단과 스팸 볶음을 넣고 함께 섞어준다. 다음으로는 김을 준비할 차례. 레시피의 김밥용 김 대신, 설날 선물로 받은 곱창김을 꺼냈다. 두 장의 김을 1/4 사이즈로 잘라 총 여덟 장을 준비해 두었다.



양념한 밥은 한 주먹 안 되게 집어, 긴 직육면체가 되도록 모양을 잡아준다. 그리고 그 위에, 초밥을 만들 때 생선을 얹듯 길게 자른 달걀지단을 올린다. 그리고 그 주먹밥을 김으로 감싸준다. 마지막으로 달걀 위에 잘게 썬 파를 송송 올려준다. 이렇게 달걀스팸주먹밥은 완성이다.


미리 재료를 손질해 두었던 떡볶이는 이제 끓이기만 하면 된다. 냄비에 물을 담고 고춧가루, 고추장, 설탕, 간장 등 떡볶이 양념을 풀어준다. 그렇게 양념 국물이 바르르 끓으면 양파와 어묵을 넣어준다. 그렇게 육수를 낸다는 느낌으로 좀 더 끓인 뒤, 불려놓은 떡국떡을 넣어준다. 이후 떡이 눌어붙지 않도록 저어가며 익힌다. 떡이 어느 정도 익은 것 같으면 마지막으로 라면사리와 파를 넣고 조금 더 꼬들하게 끓여준다.


떡볶이 끓인 냄비, 달걀 삶은 냄비, 달걀지단과 스팸 볶음을 만든 프라이팬까지. 설거짓거리가 한가득 생겨났지만 그래도 뿌듯했다. 이게 명절의 힘인가? 식탁 위 차려진 빨갛고 노란 음식들을 보니 눈도 즐거웠다. 나름 손이 많이 가는 두 가지 메뉴를 무사히 잘 만들어냈다. 빨간 명절 음식. 나 혼자 정한 나만의 미션을 또 하나 무사히 완수하며 연휴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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