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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철 Sep 02. 2019

사랑을 고백하고 싶은 ‘파리’

돌담, 가로수, 잔디광장, 갈색 건물들이 어우러진 풍경


파리의 거리는 모두가 정동길이다. 내가 근무하는 곳이 정동이다. 매일 덕수궁 돌담길로 출근을 하고, 점심 때면 정동길을 산책한다. 돌담길을 걷노라면 자신에게, 누군가에게 집중하기 딱 좋다. 번잡하지 않고, 속물스럽지 않아서다.

고즈넉한 돌담에 넉넉한 가로수와 적당한 높이의 건물들이 서로 어울려 걷는 이의 마음을 정화롭게 한다. 특히 서울시립미술관이나 정동교회, 정동극장 벤치에 앉으면 누군가에게 딱 사랑을 고백할 타이밍을 찾게 된다.

파리의 거리들은 바로 그런 연인의 길이다. 햇살에 반짝이는 푸른 가로수가 머리 위로 스쳐 지나가고, 고풍 건물과 돌로 된 바닥의 향기를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사람들은 천천히 흘러가는 시각 위를 또각또각 걸으며 미소를 띤다.

파리의 길은 인연의 거리이기도 하다. 한인민박집 사장이 15년 전 지금의 아내를 해외에서 만난 후 파리에 정착했다. 이곳 민박을 거쳐간 여행객 중에서도 연인으로 발전한 커플들도 있다고 했다. 덕수궁 돌담길에서 사랑의 감정이 꽃 피듯, 파리는 예측할 수 없는 사랑의 불씨로 가득하다.

파리의 거리를 걷노라면 ‘사랑의 사건’들이 매일매일 발생한다. 광장과 잔디 위, 거리에는 키스를 하는 연인들의 모습이 흔하다. 매번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사랑의 증명’들이 목격된다. 흑인과 백인 커플들도 많지만, 영화처럼 전형적인 백인 커플이 인형처럼 서로를 마주하는 눈길이 인상적이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고백하려거든 파리에 가야만 할 것 같다. 누군가와 고즈넉한 전돌 바닥과 문화의 길을 호흡한다면, 그의 체취와 숨소리를 느끼기에 방해될 것이 없다. 어느 순간 참을 수 없는 자신의 심장 소리에 사랑을 고백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9월 1일 파리 마르스광장에서 에펠탑을 바라보며 경이감을 안은 채 찍은 사진 한컷


파리의 에펠탑은 사랑의 상징이다. 어쩌면 사랑의 중심이다. 에펠탑을 보노라면 어떻게 저런 건물이 생길 수 있을지 저절로 감탄하게 된다. 장중한 프레임 속에 갖춰진 오밀조밀한 구성들은, 사랑이 눈뜰 때처럼 짜릿한 ‘진리의 순간’을 마주하게 만든다.

에펠탑 전망대에 오르자 파리 시내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조각들이 그림들이다. 센강과 갈색의 지붕들, 고궁들의 탑과 녹음의 잔디 위에 점들로 이어진 사람들의 모습이 한 폭의 수채화로 물들여진다. 에펠탑은 파리 예술관인 셈이다.

에펠탑은 1889년 프랑스혁명 100주년을 기념하여 개최된 세계 박람회를 위해 세워진 구조물이다. 귀스타브 에펠(Gustave Eiffel)이 세계 박람회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비행기에서도 박람회 위치를 잘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설계해 만들었다.



에펠탑은 원래 박람회가 끝나면 철거될 계획이었다고 한다. 당시 파리 예술과 문학계 명사들은 예술의 도시 파리와 어울리지 않는 ‘추악한 철 덩어리’로 취급했다.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에서다. 1909년 철거될 위기에 처했지만 송신 안테나를 세우기에 이상적이라는 이유로 위기를 모면해 지금까지 남아 있다.

에펠탑이 처음 세워졌을 때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다. 건물 전체가 철골 구조로 되어 있고 그래서 강한 바람에도 13cm 이상 흔들리지 않고, 기타 위험으로부터 탑을 잘 고정시켜 준다. 또한 철골이기 때문에 더운 여름에는 15cm가 더 길어진다고 한다.

에펠탑의 높이는 꼭대기의 텔레비전 안테나를 포함하여 320m이고, 3층까지는 총 1,652개의 계단이 있고, 2천5백만 개의 못이 있다. 총무게는 10,000톤, 4년마다 도색 작업을 하는 데 들어가는 페인트의 양만 해도 엄청나다고 한다.


9월 1일 파리 에펠탑 2층 전망대에 올라 찍은 파리 한쪽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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