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상철 Apr 04. 2019

먹는 즐거움의 딜레마

고열량 과잉으로 치닫는 가공음식

최근 아보카도의 열풍이 대단하다. 아보카도는 꿈의 과일로 통한다. ‘숲속의 버터’라고 불린다. 고소하고 기름진 맛이 일품이다. 선명하고 산뜻한 초록빛이 시각을 끈다. ‘세계에서 가장 영양가 높은 과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을 정도다. 인스타그램에도 아보카도 요리가 고급스럽게 올라온다. 너도나도 아보카도에 미각을 얹는다.


이에 뒤질세라 한번은 아보카도 5개를 구입했다. 후숙이 필요해서 주방 베란다에 보관했다. 그런데 ‘요리 해야지’ 하는 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만 흘러갔다. 결국 아보카도는 상했고, 음식물쓰레기로 버려지고 말았다. 그 이후로 아보카도는 금기의 식재료가 돼버렸다. 내가 대할 수 없는 과일로 변해버렸다. 아보카도를 쉽게 요리하는 사람들이 부러워졌다.


그런데 최근 아보카도를 먹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환경파괴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것이 푸아그라(foie gras·거위간)와 샥스핀(상어 지느러미)이다. 푸아그라는 거위 간을 비대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동물학대가 이뤄지고, 동양의 최고급 식재료인 샥스핀은 상어를 멸종위기 종으로 만든 주범이라는 이유다.


아보카도가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된 건 우선 수송거리 때문이다. 아보카도는 재배조건이 까다롭다. 원산지인 멕시코와 중앙아메리카, 뉴질랜드 등지에서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9789~1만3054km를 이동해야 한다. ‘탄소 발자국’이 무수히 찍힐 수밖에 없다. 게다가 후숙 과일인 아보카도는 숙성시켜야 먹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후변화와 미세먼지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이 다량 발생한다.


아보카도 생산에는 물도 어마어마하게 들어간다. 100㎡ 규모 아보카도 농장을 운영하려면 하루 10만L 가량의 물이 들어간다. 이는 사람 1000명이 하루 동안 쓰는 물의 양과 맞먹는다. 산림파괴도 심각하다. 아보카도 경작지가 늘어나면서 파괴된 숲은 한 해 6.9㎢가량으로, 이는 여의도 면적(약 2.9㎢)의 2배가 넘는다. 마약 카르텔의 돈줄 역할을 한다는 우려도 있다. 마약 카르텔이 운영하는 아보카도 농장이 많다는 것이다.




불로 음식을 익히는 행위는 요리를 탄생시켰다. 이는 오늘날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했다. 대규모 공장에서 가공하는 대중적 음식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세 영양소가 부족하고, 지방이나 설탕, 소금이 너무 많이 함유돼 있다는 얘기다. 독특한 맛이 있는 경우도 거의 없다. 그런데 이런 음식들이 우리가 원하도록 진화한 것이라면 믿을 수 있을까.


이제는 ‘과잉’이 문제다. 21세기로 접어들 무렵, 61%의 미국인들은 과체중이었다. 미국인의 일일 에너지 섭취량은 1977~1995년 사이에 거의 200칼로리나 증가했다. 과당 함량이 높은 옥수수 시럽, 값싼 야자 기름, 정백 도정한 밀가루와 같은 제품을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된 탓이다. 못 먹어서 죽는 사람보다 너무 많이 먹어서 죽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려면 열량이 낮은 음식을 더 많이 먹어야 한다. 하지만 일반 마트에서 그런 음식을 찾기란 힘든 일이다. 우리에게 저열량 음식을 좋아하는 성향이 없기 때문이다. 고도로 가공된 음식물일수록 열량이 더 높다는 사실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단백질 소화의 생화학적 과정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있다. 음식이 소화관을 따라 이동하는 동안 어떤 효소의 작용에 의해 어느 화학적 결합이 분해되는지, 창자벽에 있는 세포와 막이 소화 산물을 어떻게 운반하는지, 점막 세포가 산도와 무기 염류의 변화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생화학적 지식은 이미 정교하리만큼 자세하게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런 전문 지식은 단백질 소화에 관한 것이지 고기 자체에 관한 것이 아니다. 영양학은 화학적인 측면에만 지나치게 몰두한 나머지 물리적 실체를 잊고 있다. 연구자들은 위로 들어가는 음식이 연쇄적인 생화학적 반응을 할 준비를 갖춘 영양 용액인 것처럼 가정하고 다룬다.


우리가 고기를 먹었을 때 우리 몸의 소화 효소가 작용하는 대상은 유리된 단백질이 아니라 끈적끈적한 3차원의 덩어리다. 이 덩어리는 치아에 씹힌 근육 조각이 마구 모여 이루어진 것이다. 각각의 근육 조각은 결합 조직으로 된 여러 겹의 관에 휘감겨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음식물 에너지 가치를 평가하는 데는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다. 일단 음식의 구성과 구조가 너무나 복잡하다. 특히 인간의 소화 기관은 음식마다 각기 다른 방법으로 처리한다. 이 때문에 학자들도 영양학적 가치를 직접적으로 평가하지 못한다. 영양학자들은 주어진 음식을 먹어서 얻을 수 있는 열량을 정확히 계산하는 대신, 대략적으로 추정한다.


한때 우리는 우리 종에게 무한한 적응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 수많은 사람들은 100% 동식물에 이르는 다양한 식단에 의존해 살아간다. 이 때문에 인간의 진화적 성공은 오로지 창의성에만 달려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극단적으로 우리 종은 진화적 생태 환경을 자유롭게 창조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화식을 하는 동물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우리의 조상들은 항상 땔감을 어떻게 구할지, 음식을 위한 경쟁을 어떻게 통제할지, 불을 둘러싼 사람들의 사회를 어떻게 조직할지와 같은 문제들에 직면해 살았다. 한때는 어떻게 하면 익힌 음식을 충분히 얻을 것인가가 식사에 있어 가장 큰 문제였던 시기도 있었다.


이제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는 우리 행운아들에게는 도전할 방향이 바뀌었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의존해 온 익힌 음식을 보다 건강한 방향으로 개선할 방법을 찾아낼 때이다. 그것이 바로 집밥 요리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게 됐다.

이전 02화 저녁보다는 ‘아침이 있는 삶’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