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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철 Mar 20. 2019

저녁보다는 ‘아침이 있는 삶’

누구에게나 아침은 평등하다

아침은 치유의 시간이다. ‘아침형’ 인간이 화두가 되기도 했다. 밤이 길어지면서 아침은 상대적으로 소홀해졌다. 아침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고, 밤새 있었던 일도 아침이면 없다는 듯 치부해버린다. 이별도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면 잊기 시작한다. 여운도 아침이면 멎는다. 그렇게 슬피 울어도 아침이면 눈물샘이 마른다. 고통은 밤새 올라갔다 아침에 사라진다. 어느 누구도 자고 일어난 아침은 새삼 달리 받아들인다. 아침은 출발이고 시작인 셈이다. 아침이 있기에 우리는 위안을 얻는다. 밤이 지나가면 나아질 것을 기대한다.


밤새 안녕이란 말을 우리는 흔히 한다. 밤은 우리에게 역동성을 가져다주고 또 안녕을 가져다준다. 순간 잠들면 우리는 깨어남을 기대한다. 깨어남은 꼭 아침은 아니지만 아침일 때 몸은 상쾌하고 후련하다. 현대인들은 불면증에 호소한다. 시대의 화두인 우울증은 불면증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수면시간은 짧아지고 있다. 아침 식사를 자주 거르고, 우유를 적게 마시는 청소년일수록 더 그렇다. 탄산·고카페인·당이 함유된 음료는 위험하다. 2016년 조사(청소년 건강행태온라인조사)만 보더라도 아침을 매일 챙겨 먹는 중고생의 비율은 38.3%에 불과했다. 과일은 22.9%, 채소 반찬은 42.5%가 주 7회 이상 섭취했다. 우유를 주 5회 이상 마시는 중고생은 전체의 42.2%로, 절반에 못 미쳤다. 탄산음료는 8.1%, 고카페인음료는 1.5%, 과당음료는 14.7%가 주 5회 이상 마셨다.


결국 중고생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6.4시간이었다. 연구팀은 미국수면재단(NSF)이 정한 청소년 일일 수면권장시간인 8~10시간을 기준으로 해, 8시간 이상을 ‘충분’, 그 미만을 ‘부족’으로 판정했다. 연구팀은 “중고생이 반복적으로 아침식사를 거르면 식습관의 질이 떨어져 허리둘레 증가와 심혈관 질환 위험 노출 가능성이 커질 수 있으며, 이는 곧 수면시간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아침은 성숙의 시간이다. 아침은 하루의 시작이다. 시작은 우리에게 기회를 제공한다. 아침은 후회의 밤을 보내고 생겨난다. 후회는 종료되기를 원하고 출발은 새로운 기대였으면 한다. 반성의 기회는 아침이 될 공산이 크다. 오늘은 제발 실수 없기를 바란다. 아침은 누구에게나 있다. 글 쓰는 사람, 운동하는 사람, 일하는 사람 모두의 아침은 자신의 몫이고 출발의 지점이다.


아침은 밤보다 현명하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좋은 먹이를 얻는다. 일찍 일어나는 새는 주둥이를 헹구고, 늦게 일어나는 새는 눈만 비빈다. 일찍 일어나는 사람은 맑은 물을 마실 수 있다. 아침의 새는 멀리 간다. 아침은 밤보다 어른이다. 아침은 누구나 누려야할 기회다. 아침은 지속가능한 삶의 원천이다.




사람들은 흔히 ‘저녁이 있는 삶’을 얘기한다. 뿔뿔이 흩어진 핵가족의 시대, 너무나 바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업무에 지치고 야근에 치이고 회식에 매인다. 가족들이 식탁에 단란하게 둘러앉은 모습이 그립다. 집밥을 먹으며 하루 일과를 나누는 자리로서 저녁이 있는 삶이다. 바로 저녁이 행복의 대명사가 된 이유다.


저녁이 있는 삶은 행복 그 자체다. 맑은 황태국, 현미잡곡밥, 계란말이, 두부부침, 멸치볶음, 김치겉절이, 잘 익은 알타리김치, 시금치나물무침, 구운 김, 감자채볶음. 네 식구가 식탁에 둘러앉아 음식을 즐긴다. 음식 얘기가 오고간다. 엄마는 아이들이 먹는 모습을 보고 행복해한다. 가족들을 거느리도록 진화해온 아빠는 보고만 있어도 행복하다. 아이들은 든든한 지원군인 부모가 곁에 있어 행복하다.


최근 ‘소확행’이 화두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뜻이다. 여유와 힐링의 상징어가 됐다. 저녁이 있는 삶은 소확행의 요처다. 그런데 저녁을 만들 사람이 없다. 맞벌이 시대에 엄마가 저녁을 준비하긴 힘들다. 전업주부가 없어진지 오래다. 있다 해도 시대가 내버려두지 않는다. 남자들이 한다는 것은 더 상상조차 어렵다. 자녀들의 시간도 식탁에 붙잡아두기 힘들다. 이제 저녁이 있는 삶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언제부턴가 우린 아침을 잃어버렸다. 의례 아침은 건너뛰는 끼니가 됐다. 입맛이 없어서, 살을 빼기 위해서, 바빠서, 일어나기 힘들어서, 잠을 더 자기 위해서 아침은 소비되지 못한다. 못 챙긴 아침으로 우리는 큰 대가를 치른다. 점심을 과식하게 되고, 저녁에 집중하게 된다. 그곳에도 집밥은 없다. 대부분 외식이다. 외식은 입맛을 길들인다. 설탕과 소금, 향신료가 대신한다. 몸의 신진대사는 균형을 잃어간다. 영양도 불균형이다. 염증은 축적된다.


여자들이 직장에 가면서 밥도 집을 나갔다. 집밥의 의미가 퇴색됐다. 외식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여자들이 밥을 하지 않는 자리에, 남자들이 대신할 수 있을까. 찬사를 받는 셰프들도 집에선 집밥을 책임지지 않는다고 한다.


미세한 영양의 신진대사가 어떻게 내 몸에서 진행되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아니 관심이 없다. 몸의 적응을 당연시하게 여긴다. 누구나 겉으로는 알 수 없다. 겉으로는 몸의 상태를 확인하기 힘들다. 사생활의 비밀, 특히 섭취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큰 문제가 생기기까진 문제될게 없다. 일 년에 한 번씩 하는 건강검진도 위험 지표가 되진 못한다. 그렇게 몇 년씩 축적된 후에야 몸의 변화를 알게 된다.


우리는 먹는 걸 너무 당연시하게 여긴다. 누구도 먹지 않고는 살수 없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어느 때곤 먹게 된다. 엄마가 해주고, 할머니가 챙겨주고, 식당에서 사서 먹는다. 간식거리는 지천에 널려 있다. 누가 사주기도 하고 때론 한 끼 정도 굶어도 문제될 게 없다.


먹는 게 당연하면 의식할 필요도 없다. 살아가면서 먹는 건 당연한 일이 된다. 살아있고 하는 일에 불편함이 없다면 문제될 게 없다. 사서 먹는 것도 결국 내가 벌어서 하는 일이다. 공짜가 아니기에 문제될게 없다. 정말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먹고 산다. 누가 봐도 먹는 일이란 그때 뿐, 흔하고 당연하다.


그런데 저절로 생성되는 행복은 없다. 행복은 누군가의 수고가 필요하다. 수고한 자가 보람이 있어야 모두가 행복해진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담보된 행복이라면 이기적인 욕망에 불과하다. 모두가 함께 연동되고 침투돼야 가능하다. 행복바이러스로 퍼뜨리는 좀비가 있다면 그것이다. 전염되고 감염돼야 행복이다.


집밥은 사랑의 생산물이고 정성의 소산물이다. 행복의 요체다. 집밥은 일정한 시간의 투여가 필요하다. 음식 재료가 우리 입에 맞는 물질로 변화되는 시간이다. 요리에 집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하루 종일 업무에 시달린 몸이면 더 그러하다. 요리는 가중된 노동이 되기 십상이다. 요리는 절차가 중요하다. 재료가 익는 속도와 양념의 투여가 맛의 기본을 결정한다. 요리법 자체도 쉽지 않다. 한식은 양념 재료가 많은 종목이다. 양념이 많다는 것은 장점이다. 맛을 더 세분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레시피는 더 복잡해지고 있다.




아침은 가장 요긴한 양식이다. 아침밥은 점점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아침 집밥 문화가 쇠퇴하고 있다. 때로는 아침이 천대받고 있다. 소식의 빌미를 아침에서 찾고 있다. 다이어트는 아침을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아침은 원흉은 아니어도 불필요한 끼니가 되고 있다.


인간은 특별히 뇌를 발달시킨 영장류다. 뇌의 진화는 인간을 최고의 영장류로 만들었다. 수많은 얼굴표정은 뇌가 진화해 온 산물이다. 표정으로 연대를 하고 적과 아군을 구분했다. 먹을 것을 얻기 편하도록 생존의 일환이 됐다. 그런 뇌가 잘 작동되기 위해서는 영양분 공급은 필수다.


요리의 발달은 뇌의 진화와 연관이 깊다. 뇌가 필요로 해서 요리가 생겼고, 요리하면서 뇌가 진화해갔다. 탄수화물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뇌는 요리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탄수화물은 요리에 의해서 가공돼야 소화흡수가 높고 빠르기 때문이다. 많은 동물들 중에 칼로리당 소화흡수가 가장 빠른 종이 인간이다.


양질의 탄수화물을 얻기 위해서는 요리가 절대적이다. 밤에 리셋 된 뇌는 아침에 영양공급이 필수다. 같은 것이라도 양질의 탄수화물이 공급되는 것이 좋다. 아침 집밥은 한국인의 유전적 체질과도 맞닿아 있다. 한국인이라면 한식이 체질에 맞고 유효하다. 서양식 음식이나 가공된 음식물은 비만과 염증 등 여러 후유증을 낳는다.


아침은 누구에게나 평등하지만 영양은 불평등하다. 아침을 잘 먹는 사람이 영양에 앞서갈 수밖에 없다. 영양은 뇌의 발달과 근육의 형성에 큰 영향을 준다. 최근에는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큰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영양은 삶의 질을 결정하는 근거다. 아침을 잘 먹는 자가 건강할 수 있다. 아침을 제대로 챙기는 자가 장수할 수 있다. 아침을 먹는 것은 최고의 투자다. 아침 요리는 최선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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